천만 영화 기대작인데…개봉 앞둔 100억 한국 영화, 감독 작심발언 “주연 배우로서 무책임”

2025-03-2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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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4년 미뤄진 대작 한국 영화, 오는 26일 개봉
개봉 6일 앞두고 솔직한 심경 전한 감독

주연 배우의 마약 투약 논란으로 개봉이 4년간 미뤄진 영화 '승부'가 마침내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개봉을 6일 앞둔 시점에서 김형주 감독이 유아인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아 화제다.

영화 '승부' 속 한 장면 / (주)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승부' 속 한 장면 / (주)바이포엠스튜디오

김형주 감독은 지난 19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승부' 기자간담회에서 주연배우 유아인에 대해 "주연 배우로서 무책임하고 실망스러운 사건을 일으켰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100억 이상 투입된 대작, 4년 만에 빛을 보다

'승부'는 당초 천만 관객을 노릴 만한 기대작으로 평가받았다. 한국 바둑계의 전설적 인물인 조훈현과 이창호의 사제 대결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최소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다. 여기에 이병헌과 유아인이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배우의 만남으로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2021년 촬영을 마친 후, 당초 넷플릭스 공개를 앞두고 있던 이 영화는 이창호 역을 맡은 유아인이 마약 투약 혐의로 물의를 빚으면서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다. 결국 4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오는 3월 26일 극장 개봉이 결정됐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는데..." 감독의 솔직한 심정

김형주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캐스팅 당시를 회상하며 "처음 이병헌·유아인이 캐스팅됐을 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이병헌 선배님부터 차례로 캐스팅이 됐는데 첫 순간부터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뻤고 동시에 부담도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아인의 마약 스캔들 이후 김 감독은 "영화에 나온 대사처럼 지옥 같은 터널에 갇혀있는 느낌이었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었고 막막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제야 개봉이라는 한줄기 빛 덕분에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다. 되게 감격스럽다. 스태프들도 배우들도 간절하게 개봉을 기다렸다.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고 심경을 고백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유아인에 대해선 "솔직하게 말씀 드리면 유아인의 경우는 주연 배우로서 어떻게 보면 무책임할 수 있고 실망스러운 사건이었다"면서도 "배우이기 전에 사회 구성원으로 잘못을 범했고 처벌을 받고 있는 중이라 어떤 말씀을 더 드리기엔 어려운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김형주 감독이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승부‘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유아인 관련 질문에 땀을 닦고 있다.  / 뉴스1
김형주 감독이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승부‘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유아인 관련 질문에 땀을 닦고 있다. / 뉴스1

이병헌과 유아인의 바둑 대결, 그 이상의 이야기

영화 '승부'는 바둑을 소재로 패배의 시련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실제 인물인 조훈현(이병헌)과 그의 제자 이창호(유아인)의 사제 대결에서 영감을 얻었다.

극 중에서 조훈현과 이창호는 서로 다른 스타일의 바둑을 두는 인물로 대비된다. '이기는 바둑'을 두는 조훈현은 과감하게 돌을 놓는 반면, '지지 않는 바둑'을 두는 이창호는 신중하게 돌을 놓는다. 성격과 성향이 다른 두 사람이지만 승리를 향한 집념은 동일하다.

바둑을 소재로 한 영화답게 '승부'는 대국 장면에 공을 들였다. 특히 이창호가 한 수를 놓기까지 여러 경우의 수를 머릿속에서 실험하는 장면을 시각화해 흥미롭게 표현했다. 바둑을 모르는 관객도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무리가 없지만, 바둑을 아는 관객이라면 더욱 깊이 있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약 투약' 유아인 리스크 안고... 편집 없이 그대로 개봉

감독이 "편집하지 않았다"고 밝혔듯, 영화에는 유아인이 비중 있게 등장한다. 유아인은 전반부에서 소년 시절의 이창호를 연기한 김강훈에 이어 청소년 시절의 이창호로 후반부에서 이병헌과 함께 주요 서사를 이끌어간다. 조훈현과 이창호의 사제 대결이 중심 이야기인 작품의 특성상, 유아인의 장면을 편집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병헌은 유아인과의 호흡에 대해 "처음 호흡을 맞추는 거라 궁금했었는데, (유아인은) 제 생각보다 과묵한 후배였다"며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많이 가지진 못했다. 대화의 시간도 부족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각자의 역할에 몰입하고 함께 리허설하며 맞춰갔다. 굉장히 진지하게 임해 파트너로서 빠져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영화 '승부' 주연 배우 이병헌 / (주)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승부' 주연 배우 이병헌 / (주)바이포엠스튜디오

'명품 조연들의 활약' 주변 인물들이 더해주는 작품의 깊이

'승부'는 주연 배우들 외에도 다양한 조연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바둑 기사면서 기자로 사제 대결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천승필 역의 고창석, 조훈현에게 이창호를 소개하는 바둑 기사 이용각 역의 현봉식, 가족 같은 이들의 대결에서 어느 편도 들 수 없었던 조훈현의 아내 정미화 역의 문정희가 이야기에 깊이를 더한다.

또한 특별출연으로 방황하는 조훈현을 일으켜 세우는 라이벌 바둑 기사 남기철 역의 조우진, 그리고 소년 시절의 이창호 역할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김강훈까지, 각각의 인물들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악재 딛고... 3연타 흥행 도전

'승부'는 지난해 12월 '소방관'과 올해 1월 '히트맨2'를 연달아 흥행시키며 주목받고 있는 신생 투자배급사 바이포엠스튜디오의 신작이다. '소방관'과 마찬가지로 '승부'도 악재를 안고 출발하는 작품이지만, 바이포엠스튜디오가 이를 극복하고 '승부'로 3연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영화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아인은 마약 상습 투약 혐의로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으나 지난달 18일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아 석방됐다. 이로 인해 '승부'의 개봉 일정 및 공개 플랫폼이 변경됐고, 현재는 이병헌 홀로 영화 홍보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김형주 감독은 "선택과 판단은 대중의 몫이라 강요할 수 없다. 영화를 있는 그대로 봐주셨으면 하는 어려운 부탁을 드린다"며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 이미 상처를 받게 됐는데, 따뜻한 마음으로 연고라도 발라준다는 심정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관객들에게 당부했다.

'승부'는 오는 26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상영 시간은 114분, 관람 등급은 12세 이상 관람가다.

유튜브, 바이포엠스튜디오 BY4M STUDIO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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