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보더라도 절대 건드리면 안 돼…사약 재료로 쓰인 독초라는 의외의 '식물'
2025-03-1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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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독약에서 한약재로 변신한 식물
산과 들에서 무심코 마주칠 수 있는 한 식물이 사실은 역사 속에서 사약의 원료로 사용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외형만 보면 일반적인 초목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그 안에는 강한 독성이 숨어 있다.
그 식물은 바로 '천남성'이라고 하는 독초다. 천남성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북동부 지역의 습지에서 자라는 다년생 초본이다.
천남성은 키가 15~50cm 정도 자라며, 뿌리는 둥글고 육질이 풍부하다. 줄기의 표면은 녹색을 띠지만, 경우에 따라 자주색 반점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식물의 꽃은 5~7월에 피며, 녹색 포엽이 앞으로 구부러지는 독특한 형태를 보인다. 꽃이 진 후에는 장과(다육과의 하나로 과육과 액즙이 많고 속에 씨가 들어 있는 과실) 형태의 열매를 맺는데, 익으면 선명한 붉은색으로 변해 마치 옥수수처럼 보인다.
천남성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전초에 강한 독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물 전체에 독이 있지만, 특히 알줄기와 뿌리에 맹독이 농축돼 있다. 이 독성 물질은 사포닌, 알칼로이드 등의 화합물로, 섭취 시 구토, 어지럼증, 호흡 곤란을 유발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천남성은 사약의 원료로 사용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조선시대 사약의 주성분은 주로 비상(As₂O₃, 삼산화비소)과 천남성의 독성 추출물이었다. 이는 빠르고 확실한 효과를 내기 위해 사용됐으며, 사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독약으로 쓰였다.
하지만 천남성은 독초이면서도 한편으로 약재로도 활용된다. 오랜 한방 기록에 따르면 천남성은 중풍 치료, 담 제거, 마비 치료, 종기 치료 등 다양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 사용법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일반인이 함부로 다루는 것은 금물이다. 약재로 사용할 경우 반드시 독성을 제거하는 가공 과정을 거쳐야 하며, 전문가의 지도 없이 섭취하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천남성은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 중 하나다. 특히 제주도 사려니숲길, 강원도 정선, 경상도 산지 등 습한 환경에서 자주 발견된다. 습지나 계곡 근처를 걷다 보면 이 식물을 마주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열매가 익었을 때 그 외형이 붉고 탐스러운 베리류처럼 보여 실수로 섭취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야생에서 천남성을 발견하더라도 절대 맨손으로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식물의 유액이 피부에 닿으면 강한 자극을 유발할 수 있으며, 만약 실수로 눈이나 입에 들어가면 심각한 증상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천남성은 독성이 강한 만큼 자연 생태계에서도 보호색을 띠지 않는 특징이 있다. 쉽게 눈에 띄는 붉은색 열매를 맺는 이유도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과거 사약의 재료였으며, 지금도 독성이 강한 이 식물은 자연 속에서 우연히 마주치더라도 절대 함부로 손대지 말아야 한다. 특히 등산이나 산책 중 붉은 열매를 보고 호기심에 건드리거나 섭취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