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연 6000억원씩 팔리는 한국 간식... 심지어 제사상에 올리는 나라도
2025-03-20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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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아이콘으로 불리는 한국 과자

1974년 오리온이 세상에 내놓은 초코파이는 반세기 가까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 과자로 군림하고 있다. 이제는 국경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사랑받는 K-푸드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의 문파이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지만, 독창적인 식감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경쟁사를 압도하며 독보적인 길을 걸어온 초코파이에 대해 알아봤다.
초코파이는 오리온이 1974년 4월부터 판매 중인 과자다. 두 개의 둥근 비스킷 사이에 마시멜로를 끼우고 초콜릿으로 코팅한 제품이다. 한 입 베어 물면 바삭한 초콜릿 외피와 부드러운 비스킷, 쫀득한 마시멜로가 순차적으로 느껴지는 독특한 식감이 특징이다. 원래 딱딱했던 비스킷이 마시멜로 수분이 스며들며 촉촉하고 부드러운 질감으로 변한다. 이 과정은 제조 후 48시간이 지나면 완성돼 소비자가 먹을 때 최적의 상태를 즐길 수 있다. 2004년 7월 24일 KBS2 ‘스펀지’에서 이 사실이 소개된 바 있다.
초코파이는 1974년 동양제과(현 오리온)에서 처음 출시됐다.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가 미국 출장 중 공항 편의점에서 문파이를 먹어보고 시장성을 직감한 뒤 개발을 지시했다. 문파이는 1917년 미국 채터누가 베이커리에서 나온 초콜릿 코팅 마시멜로 샌드 비스킷이자 초코파이의 원형인 제품이다. 이 창업주는 이를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해 초코파이를 탄생시켰다. 출시 당시 가격은 50원. '단돈 100원이면 고급 초코케이크를 먹을 수 있다'는 광고 문구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내세웠다. 초기 투명 포장은 해외 수출 과정에서 기후 변화로 인한 변질을 막기 위해 은박 불투명 포장으로 바뀌었고, 2002년부터는 중국 시장을 겨냥해 빨간색 패키지로 전환됐다. 이후 1999년 '初恋(초련)'이라는 한자를 '情(정)'으로 바꾸며 '애정을 나눌 수 있는 과자'라는 마케팅으로 방향을 틀었다.
초코파이 종류는 다양하다. 기본 오리지널 초코파이를 비롯해 초코파이 바나나, 초코파이 딸기, 초코파이 그린티 등이 있다. 국내에서는 편의점 한정으로 바나나맛과 딸기맛이 판매됐고, 2019년에는 배스킨라빈스와 협업한 아이스 초코파이 정 케이크도 나왔다. 해외 시장에서는 현지 입맛에 맞춘 변형 제품이 많다. 중국에서는 '好丽友派仁(하오리여우파이런)'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며, 베트남에서는 '띤깜'이라는 베트남식 '정'을 강조한 포장이 특징이다. 러시아에서는 전통 복장을 한 초코파이 에디션이 한때 출시됐고, 인도에서는 딸기와 망고 맛이 현지화 전략으로 선보였다. 현재 전 세계 60여 개국에서 24종이 판매 중이며, 한국, 중국, 베트남, 러시아, 인도에 생산 시설을 두고 있다.
초코파이 제조 과정은 정밀하다. 먼저 둥근 비스킷을 굽고, 그 위에 마시멜로를 얹는다. 마시멜로를 비스킷에 붙인 뒤 다른 비스킷으로 덮어 샌드 형태를 만든다. 이후 초콜릿 코팅을 입히고 건조 과정을 거쳐 포장한다. 비스킷은 제조 초기 딱딱하지만 마시멜로의 수분이 이동하며 부드러워진다. 이 수분 조절은 계절과 소비 지역 기후를 고려해 이뤄진다. 오리온의 기업 비밀이다. 베트남처럼 습하고 더운 지역에서는 초콜릿이 녹지 않도록 배열을 조정하는 등 품질 관리에 신경 쓴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경쟁사 제품과 차별화됐다. 롯데 초코파이는 더 바삭한 식감을 강조하고, 해태 오예스나 몽쉘은 크림 충전재를 활용하지만, 오리온은 마시멜로의 쫀득함과 비스킷의 부드러운 조화를 핵심으로 내세운다. 롯데 초코파이는 과거 '코코아파이'나 '가나파이'로 이름과 맛을 변형하며 경쟁했지만 오리온 아성을 넘어서지 못했다. 1997년 오리온이 초코파이 상표권 소송에서 패하며 '초코파이'가 보통명사로 인정됐지만, 오리온 초코파이는 여전히 원조로 인식된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오리온은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공산권 공략에 성공하며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다.
초코파이는 오리온의 1등 효자 상품이다. 초코파이의 해외 매출액은 2020년 4540억 원에서 지난해 5800억원으로 갈수록 늘고 있다. 오리온의 지난해 매출액이 3조원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초코파이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누적 판매량과 매출도 놀랍다. 2023년까지 초코파이 누적 판매량은 500억 개를 넘어섰고, 누적 매출은 8조 원을 돌파했다.
특히 2020년 누적 매출 2조 원을 넘긴 베트남에선 국민 간식이라는 칭호가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1995년 베트남 시장에 첫선을 보인 오리온 초코파이는 특유의 달콤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으로 단숨에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정'이라는 한국적인 가치를 담은 마케팅 전략이 베트남의 가족 중심 문화와 조화를 이루면서 폭발적인 시너지를 냈다. 결혼식, 제사, 명절 등 다양한 행사에서 초코파이가 사용되며 단순한 간식을 넘어 선물, 제례 용품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오리온은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베트남에 2개의 대규모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다.
오리온 매출에서 초코파이 비중은 상당하다. 2023년 기준 파이류가 30%를 넘고, 초코파이 단일 품목으로 약 25~30%를 책임진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초코파이는 단순한 과자를 넘어 문화적 상징이 됐다. 군대에서는 '초코파이교'라는 우스갯소리가 생길 만큼 훈련병들에게 소중한 간식이고,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와 ‘말아톤’에서 핵심 소재로 등장하며 대중 매체에서도 빛났다. 북한에서는 개성공단을 통해 장마당에서 거래되며 '초코파이 계'가 생겼고, 러시아에서는 차와 함께 먹는 고급 과자로 인식된다. 1994~1998년 '책걸상 바꾸기 캠페인'으로 교육 환경 개선에 기여했고, 2017년 국군의 날에는 지름 70cm 초대형 초코파이를 선보이기도 했다. 얼려 먹거나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 등 소비자 창의성도 초코파이의 매력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