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숲에도 흔한 야생 과일인데... 일본선 개당 1만원에 팔리는 과일

2025-03-2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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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바나나로 불리는 한국 과일

으름  /뉴스1
으름 /뉴스1

당당한 한국의 전통 과일이지만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은 과일이 있다. 으름이다. 가을바람이 나뭇잎을 흔들며 숲속을 스칠 때 덩굴을 타고 조용히 익어가다 수줍은 속살을 화끈한 방식으로 드러내는 으름에 대해 알아봤다.

으름 / 뉴스1
으름 / 뉴스1

으름은 낙엽성 덩굴식물인 으름덩굴의 열매다. 한국 산야에서 머루나 다래와 함께 쉽게 만날 수 있는 야생 과일이다. 중부 이남 지역, 특히 속리산, 안면도, 제주도 같은 산지와 숲 가장자리에서 자생한다. 일본과 중국에도 퍼져 있다.

봄이면 어두운 보라색 꽃을 피우고, 가을이 되면 길쭉한 열매가 회갈색이나 연보라빛 껍질을 뽐내며 숲속에서 빛난다. 잎은 나물로, 줄기는 약재로, 열매는 간식으로 쓰이는 다재다능한 식물이다. 흔히 보기 힘들어 도시 사람들에겐 낯설지만, 산을 잘 아는 이들에겐 맛있는 과일이다.

으름을 먹는 법은 간단하면서도 독특하다. 열매가 익으면 껍질이 저절로 갈라지며 흰 과육을 드러낸다. 이 과육을 생으로 빨아 먹으면 달콤하고 걸쭉한 맛이 입안을 채운다. 감과 비슷한 향이 나는데, 부드러운 식감 덕에 ‘조선 바나나’로 불린다.

어린 순은 봄에 뜯어 데친 뒤 간장과 참기름으로 무쳐 나물로 즐기면 쌉쌀하면서도 고소한 풍미가 살아난다. 껍질은 말려서 차로 우려 마시면 숙취 해소에 좋고, 쌉쌀한 맛이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 일본에서는 나베 같은 전골 요리에 넣어 뜨끈한 국물과 함께 부드러운 과육을 맛보기도 한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선 껍질을 활용한 요리가 등장하며 으름의 색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연출한 걸작 애니메이션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에서도 너구리들이 으름 열매를 따 먹는 장면이 나와 으름의 매력을 알렸다.

으름을 먹을 땐 주의할 점이 있다. 과육 속엔 검은 씨가 잔뜩 들어 있는데, 이 씨를 씹으면 강한 쓴맛이 난다. 그래서 보통은 과육만 빨아 먹고 씨를 뱉어낸다. 처음 먹는 사람들은 씨가 너무 많아 당황하기도 한다. 다만 독성이 없는 까닭에 통째로 삼켜도 몸에 해롭지 않다. 한방에선 으름 열매가 열을 내리고 비뇨기 통증을 줄여준다고 알려져 있지만, 임신한 여성은 과식하거나 씨를 씹으면 유산 위험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과거엔 임신 중절용으로 쓰이기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씨가 많은 건 동물들이 열매를 먹고 씨를 멀리 퍼뜨리되, 온전한 상태로 배출되게끔 진화한 결과로 보인다.

으름은 낯선 과일이지만 일부 농가가 재배해 성공해 고급 과일로 육성하고 있다. 가을철 유명 백화점 등에서 고급 과일로 비싼 값에 팔리기도 한다.

일본에선 으름을 아케비라고 부르며 고급 과일로 키우고 있다. 한국과 달리 적극적으로 으름을 육성한다. 야마가타현 등에서 으름을 고급 과일로 개량해 재배하고 있다. 씨 없는 개량종에 대한 재배도 진행되고 있다. 종자 개량에 일가견이 있는 나라인 까닭인지 때깔도 다르다. 한국의 노지 으름이 회갈색으로 변하며 소박한 매력을 지녔다면, 일본 으름은 선명한 보라색으로 고급스러움을 뽐낸다. 가격은 매우 비싸다. 지역과 품질에 따라 다르지만, 1kg에 2000~4000엔(약 2만~4만 원), 1개당 500~1200엔(약 5000~1만2000 원)에 거래된다. 씨 없는 품종 개발이 성공하면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으름은 한국의 유서 깊은 과일이다. 하지만 먹을거리가 풍부해진 요즘은 인지도가 낮아졌다. 기괴한 생김새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한 번 맛보면 달콤한 과육에 감탄하는 과일이다. 가을 산행 중 우연히 만난다면 소박한 야생의 맛을 즐기길 바란다.

일본 으름 / 일본 나가노현 농업협동조합 홈페이지
일본 으름 / 일본 나가노현 농업협동조합 홈페이지

일본 으름 / 일본 나가노현 농업협동조합 홈페이지
일본 으름 / 일본 나가노현 농업협동조합 홈페이지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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