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들판에 잡초처럼 많은데... 알고 보니 유명 셰프도 애용한 식재료

2025-03-1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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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선 너무 많아서 토끼 밥으로도 주는 그 한국 나물

왕고들빼기 / 유튜브 채널 '텃밭친구'
왕고들빼기 / 유튜브 채널 '텃밭친구'

한국의 들판에 널려 있지만 알고 보면 소중한 식재료가 있다. 왕고들빼기가 대표적이다. 고기에 쌈 싸서 먹으면 쌉싸름한 맛이 그만인 왕고들빼기에 대해 알아봤다.

왕고들빼기 / 유튜브 채널 '텃밭친구'
왕고들빼기 / 유튜브 채널 '텃밭친구'

왕고들빼기는 국화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이다. 상추속에 포함돼 가시상추, 두메고들빼기, 산씀바귀, 상추와 같은 혈통을 갖는다. 하지만 고들빼기는 갯고들빼기속에 속해 왕고들빼기와는 완전히 다른 식물이다. 키가 1~2m까지 자라는데, 다른 채소에 비해 덩치가 커서 ‘왕’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잎은 길이 10~30cm, 너비 1~5cm 정도로 긴 피침형이고 깃 모양으로 깊게 갈라진다. 꽃은 7~10월에 연노랑색으로 피며, 원추꽃차례에 지름 2cm 정도의 두화가 달린다. 열매는 검은색 수과로, 흰 깃털이 붙어 바람에 날린다.

왕고들빼기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러시아, 동남아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주로 볕이 잘 드는 길가, 풀밭, 숲 가장자리, 논밭 주변, 제방, 빈터, 유휴지 같은 양지에서 자란다. 들녘이나 산기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얼마나 흔한가 하면 시골에선 왕고들빼기만 채취해 토끼나 염소의 먹이로 줄 정도다.

개마고원 이남의 우리나라 전역에 자생하며, 비옥하고 습기가 적당한 땅이면 뿌리가 크게 자란다. 봄부터 가을까지 끊임없이 발아하고, 가을에 발아한 건 겨울을 나며 붉은 잎으로 땅에 붙어 이듬해 봄을 맞는다. 번식력과 생장력이 뛰어나 무더위나 가뭄에도 생장을 멈추지 않는다.

요리법은 다양하다. 어린순과 잎을 주로 쌈채로 쓴다. 고기를 싸거나 밥과 비벼 먹는데, 잎 100g을 물에 씻어 초고추장 2큰술과 함께 쌈장처럼 찍어 먹는다. 왕고들빼기 김치는 특히 인기 있다. 잎과 뿌리를 포함한 전초 1kg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뒤 고춧가루 100g, 멸치젓 50ml, 다진 마늘 3큰술, 다진 생강 1큰술, 설탕 1큰술을 섞어 양념한다. 잎을 하나씩 펴 양념을 바르고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아 실온에서 하루 발효한 뒤 냉장 보관한다. 겉절이는 잎 200g에 고춧가루 2큰술, 간장 1큰술, 매실청 1큰술, 참기름 1작은술을 버무려 바로 먹는다. 주스는 어린잎 50g과 사과 반 개를 믹서에 갈아 물 200ml를 섞어 마신다. 데쳐서 나물로 먹을 땐 잎 100g을 끓는 물에 1분 데친 뒤 물기를 짜고 간장 1큰술, 다진 파 1작은술로 무친다. 튀김은 잎 100g에 밀가루 50g, 물 50ml로 반죽을 입혀 기름에 튀긴다. 꽃은 쪄서 말리거나 꿀 100g에 재워 차로 우려낸다. 장아찌는 잎 200g을 간장 100ml, 물 100ml, 설탕 2큰술에 절여 2주 숙성한다. 효소는 잎 500g과 설탕 500g을 1:1로 버무려 3개월 발효시킨다.

맛은 쌉싸름하다. 잎이나 줄기를 꺾으면 흰 유액이 나온다. 이 유액이 쓴맛을 내는데, 소화를 돕고 감칠맛을 더해 고기와 매우 잘 어울린다. 고들빼기처럼 강하게 쓰진 않아 물에 우릴 필요는 없다. 생으로 먹으면 상추 비슷하면서도 약간의 쓴맛과 풋내가 어우러진다. 겉절이나 김치는 쌉쌀한 맛에 양념의 매콤함이 더해져 입맛을 돋운다. 주스는 사과와 섞여 부드럽고 상큼하며, 데친 나물은 고소하고 담백하다. 튀김은 바삭하면서도 은은한 풀향이 난다. 꽃차는 향긋하고 약간 달콤하다.

고 임지호 셰프는 왕고들빼기를 식재료로 애용했다. 생전에 SBS ‘잘 먹고 잘 사는 법-식사하셨어요?’, SBS ‘잘 먹고 잘 사는 법-식사하셨어요?’에서 들판에 있는 왕고들빼기를 채취해 무침 요리로 선보인 바 있다.

먹을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유액에 사포닌이 들어 있어 과식하면 속이 불편할 수 있다. 생으로 많이 먹으면 위궤양이나 만성 위병엔 도움이 되지만, 위가 약한 사람은 소량부터 시도한다. 알레르기가 있으면 피부 발진이나 가려움이 생길 수 있으니 처음엔 조금 먹어본다. 임산부나 어린이는 과다 섭취를 피한다. 약용으로 쓸 땐 지나치게 달이면 열이 날 수 있다.

채취는 봄부터 가을까지 한다. 어린순은 3~5월, 잎은 6~8월, 꽃은 7~10월에 채취한다. 뿌리는 가을에 캐는 게 좋다. 들판이나 길가에서 손으로 뜯거나 칼로 자른다. 씨앗은 가을에 익으면 깃털이 날아가기 전 바로 받는다. 뿌리째 뽑지 않고 줄기만 자르면 곁순이 나와 계속 자란다.

농약이나 오염된 곳은 피하고, 깨끗한 지역에서 캔다. 뱀이나 벌레가 있을 수 있으니 장갑을 끼고 채취한다.

왕고들빼기는 흔해 잡초로 여겨지지만 약성과 영양이 풍부하다. 사포닌, 이눌린, 플라보노이드, 비타민C, 토코페롤 등이 들어 있어 항암, 소화, 해열에 효과가 있다. 편도선염, 인후염, 유선염, 자궁염, 종기 치료에 쓰이며, 생즙은 진정과 마취 작용을 한다.

'가평아줌마랑 토리랑' 유튜브 채널이 알려주는 왕고들빼기 김치 만드는 법.
'자연인은경' 유튜브 채널이 알려주는 왕고들빼기 겉절이 만드는 방법.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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