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역과 해조류 3대장인데... 알고 보니 '식물' 아니라는 반전 식재료
2025-03-1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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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칠맛의 대명사인 한국 식재료

다시마는 김, 미역과 함께 해조류 3대장으로 꼽힌다. 농심 너구리 라면에 들어 있는 해조류로 널리 알려져 있다. 뜨거운 물에 스프와 함께 넣고 끓이면 깊은 바다의 풍미가 국물에 스며들어 감칠맛을 더한다. 다시마에 대해 알아봤다.
다시마는 갈조강 다시마목 다시마과에 속하는 해조류다. 다시마나 미역 등 해조류는 식물이 아니다. 식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대롱편모조식물문에 속하는 다세포 생물이다. SAR 상군에 포함돼 학질원충이나 짚신벌레와 유사한 계통을 가진다. 해조류는 광합성을 하지만, 뿌리·줄기·잎과 같은 육상식물의 구조를 갖지 않는다. 다시마의 뿌리처럼 보이는 부분은 착물기로, 바닷속 바위나 해저에 부착하는 역할만 한다.두께 2~3mm의 두꺼운 잎을 특징으로 하며, 길이는 2~4m까지 자란다. 표면은 매끄럽고 갈색을 띠며, 건조하면 흰 가루가 생긴다. 이 흰 가루는 건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성분이다.
다시마는 한대와 아한대 연안에서 자란다. 유라시아 동부의 동해안 북부, 홋카이도, 도호쿠 연안, 캄차카 반도, 사할린 섬 같은 차가운 바다에서 주로 서식한다. 홋카이도는 일본 다시마 생산의 90%를 차지하며, 선물 가게마다 다시마 식품이 넘친다.
지금은 동해안과 남해안을 중심으로 대량 양식된다. 완도, 기장, 고흥 같은 전남 지역이 생산량 대부분을 책임진다. 지리적 표시제로 등록된 완도군, 기장군, 고흥군 다시마는 품질을 인정받는다. 바위에 붙어 포자로 번식하며, 수심 5~10m의 조간대에서 잘 자란다. 따뜻한 아열대 해역에선 자라지 않아 류큐 같은 지역에선 자연산이 없다.
다시마를 요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국물 내기가 가장 흔한데, 찬물에 다시마를 넣고 불린 뒤 불에 올려 끓기 직전에 건져낸다. 물 1L에 다시마 10~15g을 넣고 10~15분 끓이면 감칠맛이 우러난다. 끓인 후 남은 다시마는 간장 1큰술, 설탕 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로 무쳐 반찬으로 먹는다.
일본에선 가쓰오부시와 함께 육수를 내는데, 물 1L에 다시마 10g과 가쓰오부시 10g을 넣고 끓인 뒤 체에 걸러 사용한다.
스콘부는 다시마를 초에 절인 요리다. 식초 100ml에 설탕 2큰술, 소금 1작은술을 섞어 다시마 50g을 재워 만든다. 미야코콘부는 여기에 설탕을 발라 단맛을 더한다.
일본 오키나와에선 쿠부 이리치라는 볶음 요리의 재료로 이용한다. 다시마 차도 있다. 물 500ml에 다시마 5g을 넣어 우려낸다. 미지근한 물에 MSG와 바다 내음이 섞인 묘한 맛이어서 익숙지 않으면 낯설다. 일본에선 생선을 다시마로 감싸 하룻밤 숙성하는 코부지메 요리도 인기다. 생선 200g에 다시마 50g을 쓴다.
한국에선 멸치와 함께 잔치국수 국물을 내거나 튀겨 설탕을 묻혀 튀각으로 먹는다. 다시마를 압착해 반건조한 젤리도 있다. 너구리 라면처럼 건조 다시마를 넣거나, 표고버섯과 찬물에 담가 만능 육수로 쓰기도 한다.
다시마 맛은 감칠맛의 정수다. MSG 함유량이 식재 중 최고 수준이어서 조리 없이도 깊은 맛을 낸다. 실제로 MSG는 다시마 맛을 연구하며 개발됐다. 생으로 먹으면 미끌거리고 바다 향이 강하지만 국물로 끓이면 부드럽고 짭짤한 풍미가 퍼진다.
농심 너구리엔 다시마가 얼마나 들어갈까. 스프와 건더기에 다시마를 사용하는데, 완도산 다시마 400톤이 매년 너구리로 가공된다고 한다.
먹을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오래 끓이면 점액질이 녹아 국물이 탁해지고 떫은맛이 난다. 끓기 직전에 건져내야 감칠맛만 남는다. 요오드가 많아 갑상선 질환이 있으면 과식해선 안 된다. 하루 10~20g이 적당하다. 임산부나 아이도 요오드 과다를 피하려면 적게 먹어야 한다. 과하면 설사나 복통이 생길 수 있다. 알레르기가 있다면 소량 먹어보며 확인한다. 여드름을 유발한다는 속설이 있는데 거짓이다. 일상 섭취론 문제가 없다. 오히려 여드름에 좋다는 연구도 있다.
다시마는 맛은 물론 영양까지 겸비한 해조류다. 요오드가 풍부해 갑상선 질환에 좋다. 실제로 중국 내륙에선 약으로 썼다. 알긴산은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변비를 돕는다. 칼슘과 섬유질은 다이어트와 뼈 건강에 기여한다. 일본에선 탈모를 방지한다는 속설도 있다. 가래 제거와 이뇨 효과가 있다는 말도 있다. 일본 오키나와에선 장수 비결로도 알려졌다. 바다 산소 공급과 이산화탄소 제거에도 기여한다. 한국과 중국은 빠르게 자라는 품종을 개발해 바다 사막화를 막으려 한다. 그러고 보면 다시마는 지구 환경까지 영향을 미치는 바다의 보물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