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분노…준결승서 '실격 판정' 받은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 믿기 힘든 일 벌어졌다
2025-03-1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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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열린 2025년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준결승서 실격 판정 받은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장성우와 박지원
중국 베이징에서 펼쳐진 202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이 실격 판정을 받은 뒤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졌다. 대회 마지막 날인 지난 16일,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한국 선수들이 잇따라 실격 판정을 받는 가운데 중국 관중들의 비매너 행동이 국내 팬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지난 16일 남자 1000m 준결승 1조에 출전한 장성우(화성시청)는 초반 최하위로 출발했으나 레이스 막판 2바퀴를 남겨둔 시점에서 인코스로 치고 올라가 4위에서 2위 자리까지 올라섰다. 치열한 접전 끝에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장성우는 결승 진출을 확정짓는 듯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비디오 리뷰 결과 장성우는 마지막 바퀴에서 인코스를 공략하는 과정에서 스테인 데스멋(벨기에)을 밀쳐 페널티를 받았다. 장성우는 실격 처리됐고, 가장 마지막으로 들어온 데스멋이 어드밴스를 받아 결승에 진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심판이 장성우의 페널티를 발표하자 중국 관중들이 일제히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중국 관중들은 자국 선수가 출전하지도 않은 경기에서 한국 선수의 실격에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준결승 2조에서는 더욱 충격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한국 에이스 박지원(서울시청)과 김건우(스포츠토토), 그리고 중국의 쑨룽이 경쟁했다. 경기 후반 윌리엄 단지누(캐나다)가 1위, 쑨룽이 2위로 달렸을 때, 박지원은 쑨룽을 제치기 위해 인코스로 진입했고 이 과정에서 쑨룽이 밀려나 최하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레이스 종료 후 중국 관중들은 거센 항의의 고함을 쏟아냈다. 비디오 리뷰 과정에서 해당 장면이 전광판에 송출될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끊이지 않았다. 결국 박지원에게 페널티가 부과됐고, 쑨룽은 어드밴스를 받아 결승에 진출했다. 박지원의 실격 판정에 경기장은 어느 때보다 큰 박수와 함성으로 가득 찼다.
김건우 역시 3위에 그쳐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로써 남자 1000m 준결승에 진출한 한국 선수 세 명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하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판정 직후, 장내 아나운서의 "쑨룽!" 선창에 맞춰 관중들은 "짜요(힘내라)!"를 연호했다. 쑨룽은 지난달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한국에 패한 뒤 "한국 더럽다, 더러워"를 외쳐 논란을 일으킨 선수다.
하지만 중국 팬들의 열렬한 응원에도 불구하고, 중국 대표팀은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남자 1500m에서 헝가리 출신 귀화선수인 류 샤오앙이 동메달을 차지한 것 외에는 눈에 띄는 성과가 없었다. 남자 500m와 1000m에서는 쑨룽이 각각 5위에 그친 것이 최고 성적이었으며, 여자 500m에서는 왕진란이 4위에 머물렀고 1000m와 1500m에서는 결승 진출조차 이루지 못했다.
혼성 2000m 계주와 여자 3000m 계주에서도 결승 진출에 실패했으며, 남자 5000m 계주에서만 은메달을 획득했다. 결국 중국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로 마무리했다.
반면 한국은 여자 1500m에서 최민정(성남시청)이 금메달, 김길리(성남시청)가 동메달을 획득했고, 남자 5000m 계주에서 동메달을 추가해 금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개인 종목 메달을 한 개도 따지 못하는 아쉬운 결과를 맞았다. 대표팀 에이스 박지원은 경기 후 엑스포츠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성의 목소리를 내비쳤다.
그는 "우리 팀 모든 선수들이 정말 이기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과정이 순조롭지 못했다. 결국 마지막에 원하는 위치에 도달하지 못하게 됐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지원은 남자 5000m 계주 동메달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한국 남자 대표팀은 마지막 날 남자계주에서 장성우~박지원~김건우~이정수(서울시청) 순으로 역주를 펼쳐 6분41초891을 기록하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캐나다가 6분41초271로 금메달, 중국이 6분41초840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개인 종목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것에 대해 박지원은 "올 시즌 너무나 많은 것을 느꼈고, 배웠다.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어떤 훈련을 해야 더 좋아질지도 알게 됐다"며 "우리가 다 함께 발전해야 내년엔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과제가 주어졌다는 것은 더 높이 올라갈 여지가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려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세계선수권 개인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국내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른 남녀 각 1명에게 차기 시즌 국가대표 자동 선발권을 부여한다. 여자부에선 1500m 금메달을 수확한 최민정이 이 혜택을 누리게 됐지만, 남자부에선 해당자가 나오지 않아 모든 선수가 다음 달로 예정된 2025-2026시즌 1~2차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서 다시 경쟁해야 한다.
2026년에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예정되어 있어 이번 선발전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특히 박지원은 그동안 올림픽과 인연이 없었던 만큼,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을 위해 선발전부터 통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실격 판정 논란과 아쉬운 대회 결과를 딛고, 한국 쇼트트랙이 다시 한번 세계 정상을 향해 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