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전영오픈 우승] 안세영이 패배한 중국 선수에게 한 말
2025-03-1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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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배드민턴계 뒤흔들고 있는 한국 여제

배드민턴 최고 권위 대회인 전영오픈을 제패한 안세영(삼성생명)의 최근 성적에 배드민턴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획득하며 세계 최강으로 자리 잡은 안세영은 2023년 전영오픈 우승을 계기로 ‘배드민턴 여제’의 자리에 올랐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방수현 이후 27년 만에 한국 선수로 전영오픈 정상에 섰던 안세영은 이후 태국 오픈, 싱가포르 오픈을 연달아 제패하며 세계 배드민턴계를 놀라게 했다. 그해 7월에는 일본의 강자 야마구치 아카네를 밀어내고 세계랭킹 1위에 등극했고, 8월 세계개인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단식 선수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며 역사를 새겼다. 약 한 달 뒤인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여자 단식과 여자 단체전에서 2관왕을 달성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부상으로 잠시 주춤했던 안세영은 2024년 8월 파리 올림픽 금메달로 화려하게 복귀했고, 석 달 뒤인 11월 중국 마스터스에서도 우승하며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특히 올림픽 이후 대한배드민턴협회와의 갈등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기량을 보여줬다. 올해 들어서도 안세영의 압도적인 행보는 멈출 줄 모른다. 지난 1월 말레이시아 오픈과 인도 오픈에선 총 10경기를 치르며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고 우승을 휩쓸었다. 이어 이달 초 프랑스에서 열린 오를레앙 마스터스에서도 5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우승 트로피를 추가했다. 다만 4강전에서 가오팡제(중국)에게 1게임을 내주며 ‘무실 게임’ 연승이 깨진 점이 유일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16일(현지시각) 영국 버밍엄에서 막을 내린 전영오픈에서도 안세영은 세계 강호들을 상대로 한 수 위의 기량을 뽐냈다. 32강전에서 가오팡제를 2-0으로 꺾으며 산뜻하게 출발한 안세영은 16강전에서 스코틀랜드의 커스티 길모어(33위)를 2-1로, 8강전에서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천위페이(중국·13위)를 2-0으로 제압했다. 준결승에서는 숙적 야마구치 아카네(일본·3위)를 2-0으로 완파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전에서는 세계랭킹 2위 왕즈이(중국)와 1시간 30분 넘게 이어진 혈투 끝에 2-1(13-21, 21-18, 21-18)로 역전승을 거두며 우승을 확정했다. 이로써 안세영은 지난해에 이어 2년 만에 전영오픈을 다시 제패했다. 또한 올해 출전한 4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며 20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안세영의 이번 전영오픈 우승은 부상을 딛고 일군 것이란 점에서 더욱 빛난다. 준결승 야마구치와의 경기에서 오른쪽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며 테이핑을 한 채 결승에 나선 안세영은 1게임에서 움직임이 둔해 13-21로 패했다. 하지만 2게임부터 수비 중심의 ‘버티기’ 전략으로 전환해 왕즈이의 공세를 막아내며 21-18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특히 2게임에서 79차례나 이어진 랠리 끝에 7-6으로 앞서며 분위기를 바꾼 장면은 관중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3게임에서는 18-18 동점에서 왕즈이가 연속 3점 범실을 저지르며 무너졌고, 안세영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아 역전승을 이뤄냈다. 경기 후 절뚝거리며 코칭스태프와 포옹한 안세영은 주최 측 인터뷰에서 영어로 “이 경기에서 이겨 너무 기쁘다. 스스로를 믿고 그냥 계속했다”고 밝혔고, 왕즈이를 향해 한국어로 “최선을 다해 뛰어줘서 고맙고, 다음에도 좋은 경기를 하자”고 전했다.
올해 안세영은 건강한 몸 상태로 더욱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오른쪽 무릎, 파리 올림픽 사전캠프에서 발목 힘줄을 다쳤던 그는 한동안 테이핑을 착용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테이핑 없이 경기에 나서며 부상을 완전히 극복했음을 입증했다. 전영오픈에서도 길모어와의 16강 2게임(16-21)을 제외하면 접전 없이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쳤다. 준결승까지 안세영을 상대로 가장 많은 점수를 낸 야마구치는 2게임에서 17점을 기록했지만 안세영의 벽을 넘지 못했다. 지난 1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인터뷰에서 “완벽해지고 싶다”고 밝힌 안세영은 올해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세계 배드민턴계를 뒤흔들고 있다. 부상 투혼과 집념의 수비로 또 하나의 우승컵을 들어 올린 안세영의 다음 행보에 전 세계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