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배우 라인업에도 주연 마약 논란으로 개봉 전부터 반응 시원찮은 한국 영화

캐스팅 발표 후 많은 주목을 받았으나 주연 배우의 마약 논란으로 순식간에 대중에게서 외면받은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미적지근한 반응을 얻고 있다.

영화 '승부'가 오는 2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작품은 바둑계의 두 전설인 조훈현과 이창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감독 김형주가 메가폰을 잡았다. 주연으로는 이병헌이 조훈현 역을 유아인이 이창호 역을 맡았다. 이 외에도 고창석, 현봉식, 문정희, 조우진 등이 출연해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120분으로 알려져 있다.

'승부'는 한국 바둑의 최고수 조훈현이 자신의 제자이자 천재 바둑 기사인 이창호와의 대국에서 패한 후 다시 정상에 오르기 위해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다. 스승과 제자 사이의 긴장감 넘치는 승부와 인간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러나 주연 배우인 유아인은 마약류 상습 투약 혐의로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프로포폴을 181회 투약한 혐의로 2023년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또한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수면제를 불법 처방받은 혐의와 지인과 미국에서 대마를 흡연한 혐의도 받았다.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던 유아인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5개월 만에 석방됐다.

주연 배우 논란의 여파는 점차 가라앉고 있지만 대중의 마음을 완전히 돌리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15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날 실시간 예매율 순위에서 '승부'는 예매율 4.8%, 예매 관객수 1만 3355명을 기록하며 5위를 차지했다. 지난 12일 개봉해 첫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영화 '침범'은 예매율 3.7%, 예매 관객수 1만 394명을 동원하며 8위에 머물렀으며 애니메이션임에도 개봉 초기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지키며 반전 강세를 보인 영화 '퇴마록'은 예매율 3.7%, 예매 관객수 1만 306명으로 9위에 그쳤다.

최근 개봉한 뒤 큰 반응을 얻은 작품들의 예매율은 제쳤지만 배우 이병헌 같은 대배우가 출연한 영화의 개봉 전 반응치고는 다소 미적지근한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영화 '승부'의 김형주 감독은 유아인의 분량을 편집하지 않기로 했다. 김 감독은 지난 7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예고편이나 홍보물은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기에 그런 부분을 고려해 편집했다"며 "하지만 본편에서는 이야기의 구조상 유아인의 출연 장면을 삭제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영화는 두 사람의 이야기이기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며 "영화가 공개되면 관객들이 충분히 납득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또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 전 상처를 입었는데, 거기에 또 생채기를 내고 싶지 않았다"며 "의도대로 영화를 선보이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영화 본편에서는 유아인의 연기를 그대로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승부'는 당초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극장 개봉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김 감독은 "플랫폼 결정은 감독이 큰 역할을 할 수 없는 구조"라며 "비즈니스의 영역이라 입장 차이가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애초에 극장 개봉을 목표로 준비했고, 촬영과 후반 작업을 마쳤다"며 "영화를 영화답게 만들어 주는 곳은 극장이라고 생각해 그 공간에서 관객과 만나는 것이 기쁘다"고 강조했다.

이병헌은 이번 작품에 대해 "실존 인물과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만큼 이야기 자체가 드라마틱한 힘을 갖고 있다"며 "바둑을 모르고 관심 없던 분야임에도 참여하고 싶을 만큼 드라마가 주는 힘이 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혼한 이후 여러 영화를 많이 했는데도 장인어른이 제가 올 때마다 '승부 언제 개봉하냐'고 물어보실 정도였다"며 "그 시대를 알고 그분들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이 영화를 기다리는 마음이 그 어떤 영화보다 컸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승부'는 스승과 제자의 치열한 대결과 인간적인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으로, 오는 3월 26일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실시간 예매율 TOP 10은 1위 '미키 17', 2위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 3위 '백설공주', 4위 '스트리밍', 5위 '승부', 6위 '위플래쉬', 7위 '콘클라베', 8위 '침범', 9위 '퇴마록', 10위 '악령: 깨어난 시체'가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