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김새는 기괴할 정도로 특이하지만 맛은 기가 막히다는 해산물
2025-03-1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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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취급하는 한국 식재료
이름 그대로 거북의 손처럼 생긴 거북손은 절지동물문 갑각강 만각하강 유병목에 속하는 자루형 따개비류다. 따개비의 가까운 친척이라고 할 수 있다. 몸길이는 4~5cm, 자루를 포함하면 10cm까지 길어진다. 머리는 거북다리를 닮은 석회판 32~34개로 덮였고, 그 사이 6개의 돌기로 호흡과 플랑크톤을 잡아 먹는다. 한국 남해안, 일본, 서태평양 등지에 서식한다. 조수간만의 차이가 크고 물살이 센 갯바위에 붙어 산다. 남해안 방언으론 '보찰'이라 부르고, 경남 통영과 거제도에서 많이 발견된다. 제철은 봄부터 가을(4~10월)이다. 이 시기에 살이 차고 맛이 풍부하다.
거북손은 유명하지 않았다. 남해안 어민들에겐 친숙한 별미지만 많은 사람에게 여전히 낯선 해산물이었다. 그러다 tvN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차승원이 식재료로 활용하며 유명세를 타게 됐다. 차승원이 거북손으로 죽과 무침을 만드는 장면이 전파를 탔는데, 이 때문에 사람들이 지나치게 많이 채취해서 한때 남획 문제가 발생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아직까진 로컬 푸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특이하게 생겼지만 오래 전부터 식재료로 활용됐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오봉이 나란히 서 있다. 바깥쪽 두 봉은 낮고 작으나 안쪽 두 봉은 크다. 황록색이다. 뿌리둘레는 껍질이 있다. 유자와 같으며 습하다. 살에도 붉은 뿌리와 검은 수염이 있다. 맛이 달다’라고 거북손을 설명한다.
요리법은 간단하지만 손질하는 게 핵심이다. 거북손을 잡아 오면 칫솔로 껍질을 문질러 모래와 이물질을 제거한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7~10분 삶는다. 너무 오래 삶으면 질겨지니 주의한다. 삶은 뒤 석회질 껍데기를 까서 부드러운 속살만 꺼낸다. 초고추장이나 와사비에 찍어 먹는 게 일반적이다. 육수로 활용하려면 삶은 물을 버리지 않고 국이나 탕에 넣는다. 스페인에선 감자와 함께 끓여 감자에 배인 맛을 즐긴다. 남해안에선 매운 양념에 버무려 반찬으로 먹기도 한다.
맛은 조개와 비슷하면서도 독특하다. 쫄깃하고 달큰한 식감에 바다 향이 진하게 난다. 삶으면 골뱅이 맛과 비슷하다는 평이 많다. 씹을수록 감칠맛이 퍼진다. 육수로 쓰면 깊은 맛이 우러난다. 거북손을 고급 레스토랑 메뉴로 취급하는 스페인에선 "고급 해산물의 풍미"라며 극찬하는 식재료다. 한국에선 여전히 생소한 식재료지만 먹어본 이들은 은근히 중독된다고 말한다. 지역마다 요리법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달라진다. 국물이 진국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쫄깃한 맛이 최고라고 평하는 이도 있다.
먹을 때 주의할 점은 껍데기 안쪽의 딱딱한 부분을 잘 제거하는 것이다. 속살만 먹어야 부드럽고, 석회질 부분은 씹지 않는다. 신선도가 떨어지면 맛이 변하고 비린내가 날 수 있으니 바로 조리한다. 독성은 없지만 손질이 번거롭다. 껍데기가 단단해 칼로 까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스페인에선 생으로 먹기도 하지만, 한국에선 익혀 먹는 게 일반적이다.
채취는 위험하고 힘들다. 거북손은 갯바위에 단단히 붙어 있어 썰물 때 칼이나 망치로 떼어낸다.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에선 절벽에서 채취하다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한국에서도 바위가 미끄럽고 파도가 거세 장갑, 로프, 튼튼한 신발 등 안전 장비가 필수다. 물때를 잘 맞춰야 잡을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남획 문제가 심각해 개체수가 줄었다. ‘삼시세끼’ 방송 이후 수요가 늘며 어민들이 한 번에 너무 많이 잡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스페인에선 채취 허가를 받아 제한적으로 잡지만, 한국에선 규제가 느슨해 우려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