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들은 많이 먹었는데 요즘 사람들은 존재조차 잘 모르는 나물
2025-03-16 10:47
add remove print link
‘토끼가 쓰는 우산’이란 귀여운 이름으로 불렸던 한국 나물

‘토끼가 쓰는 우산’이라는 귀여운 이름으로 불리는 나물이 있다. 우산나물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나물이라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지만 봄을 알리는 별미다. 우산나물에 대해 알아봤다.
따뜻한 바람이 산자락을 스치며 나무 그늘 아래 어린 순을 깨우는 계절인 봄이 되면 우산나물은 고요한 숲 속에서 조용히 제 모습을 드러낸다. 국화과에 속한 이 여러해살이풀은 이름처럼 우산을 펼친 듯한 잎으로 땅을 덮는다.
과거엔 토끼가 쓰는 우산 같다고 해서 토아산(兎兒傘)이란 귀여운 이름으로도 불렸다. 봄철 산나물로 사랑받았지만 요즘은 아는 사람이 드물다. 생김새가 워낙 독특해 관상용으로 기르는 사람도 있다.
우산나물은 한반도 산지의 오래된 친구다. 줄기는 곧게 뻗어 60~120cm까지 자라고, 손바닥 모양으로 갈라진 잎은 지름 35~40cm에 달한다. 여름이면 흰색이나 분홍빛으로 꽃이 피며, 가을에는 갈색 우산털을 단 열매를 맺는다.
우산나물은 숲속 그늘진 곳이나 계곡 근처에서 주로 자란다. 뿌리줄기가 옆으로 뻗어 군락을 이루며, 햇빛이 강한 곳보다는 반그늘이나 습한 땅을 선호한다. 산행 중 나무 그늘 아래서 흔히 볼 수 있다. 제철은 4월 중순부터 5월 초다. 이때 어린 순이 가장 부드럽고 먹기 좋다. 여름이 지나면 줄기와 잎이 질겨져 맛이 떨어진다. 한반도 전역의 산지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도 분포한다.
요리법은 간단하면서도 다양하다. 우선 어린 순을 생으로 먹을 수 있다. 쌈이나 샐러드로 먹으면 향긋하고 약간 쌉쌀한 맛이 입안을 채운다.
나물로 무치려면 끓는 물에 30초에서 1분 정도 살짝 데친 뒤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짠다. 간장 1큰술, 다진 마늘 반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깨소금을 넣고 버무려 먹으면 고소함이 더해진다. 된장으로 무쳐도 맛있다. 된장과 들기름, 깨로 버무리면 된다. 오래 데치면 아삭한 식감이 사라지니 주의해야 한다.
장아찌로는 간장 1컵, 물 1컵, 식초 반컵, 설탕 1큰술을 섞어 끓인 국물을 식혀 씻은 우산나물에 부은 뒤 하루 숙성해 먹는다. 튀김으로 만들 땐 어린 순을 씻어 물기를 뺀 뒤 밀가루와 물을 1:1로 섞어 소금 약간 넣은 반죽에 묻혀 170도 기름에서 튀겨낸다. 간장 소스를 곁들이면 된다. 국을 끓일 때는 데친 우산나물을 육수에 넣고 된장으로 간을 맞춘다.
어린잎으론 김치도 담글 수 있다. 데치거나 말리면 국, 찌개, 탕, 무침, 볶음 등 여러 요리에 응용 가능한 만능 식재료다. 잎이 웃자라도 먹을 수 있다. 부각이나 튀김, 전, 장아찌에 활용할 수 있다. 생선이나 육류를 찔 때 싸는 재료로도 활용 가능하다.
맛은 참나물처럼 고소하고 향긋하며 약간의 쓴맛과 아삭함이 어우러진다.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하고 다량의 아미노산을 함유해 영양도 풍부하다. 과거엔 허기를 채워주는 구황식물로 여겨졌다고 한다. 관절통과 생리통에 효과가 있는 약용 식물로도 알려졌다.
먹을 때 주의할 점도 있다. 생으로 과식하면 쌉쌀한 맛 때문에 속이 쓰릴 수 있어 위장이 약한 사람은 양을 조절해야 한다. 데치면 이런 부담이 줄어든다. 뿌리는 약용으로 쓰이지만 독성이 있어 식용으론 맞지 않다. 뿌리를 많이 먹으면 구토나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고 임산부는 자궁 수축을 유발할 수 있으니 피하는 게 낫다. 처음 먹는 사람은 알레르기 반응을 확인하려고 소량만 먹어보는 게 좋다.
채취할 때는 깨끗한 산속에서만 캐야 한다. 도로변이나 오염된 곳에서 자란 건 농약이나 중금속에 노출됐을 수 있다. 줄기와 잎에 작은 가시가 있어 맨손으로 다루면 따끔거릴 수 있으니 장갑을 착용한다. 제철을 놓치면 질겨져서 맛이 떨어지니 5월 초까지 캐는 게 적당하다. 산 주인의 허락 없이 캐면 법적 문제가 될 수 있으니 동의를 구해야 한다.
우산나물은 삿갓나물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지만 백합과에 속하는 독초 삿갓나물(Paris verticillata)과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우산나물은 잎에 솜털이 있고 손바닥 모양으로 갈라진 데 반해 삿갓나물은 잎이 매끈하고 갈라지지 않는다. 삿갓나물은 독성이 강해 먹으면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