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전라도 사람은 잘 모를 수도…된장·김치찌개만큼이나 맛이 좋다는 의외의 '찌개'

2025-03-1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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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깊은 감칠맛의 비밀스런 찌개

한국인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찌개 요리. 된장찌개와 김치찌개가 대표적이지만, 이 찌개들만큼이나 맛이 일품이라는 생소한 '찌개'가 있다.

찌개 단순 자료사진. / sungsu han-shutterstock.com
찌개 단순 자료사진. / sungsu han-shutterstock.com

바로 과거 서울과 중부 지역에서 널리 사람받은 맑은 국물의 젓국찌개가 그 주인공이다.

젓국찌개는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만큼 대중적이지 않지만, 그만큼 색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는 음식이다. 특히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에서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지만, 서울과 중부 지방에서는 예로부터 자주 먹던 찌개로 기록돼 있다.

맑고 개운한 국물과 감칠맛이 어우러지는 젓국찌개는 한 번 맛보면 잊기 어려운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특히 새우젓 등 젓국으로 간을 맞추고 다양한 재료를 넣어 끓이는 이 찌개는 담백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젓국찌개는 간을 맞출 때 소금 대신 새우젓을 사용해 특유의 감칠맛과 부드러운 풍미를 살린 것이 특징이다. 주재료로는 무, 애호박, 두부, 명란젓, 쇠고기, 굴, 조개류 등이 사용되며, 간을 한 후 재료를 넣어야 맛이 잘 배어든다.

국물이 맑게 유지돼야 제대로 끓였다고 평가되며, 너무 오래 끓이면 거품이 생겨 지저분해지므로 한소끔 끓인 후 불을 끄는 것이 좋다. 특히 젓국찌개에 들어가는 새우젓은 잘 삭아야 제 맛을 내는데, 6월에 잡은 육젓이 가장 뛰어난 품질로 꼽힌다.

두부젓국찌개. / 한국의맛연구회 제공
두부젓국찌개. / 한국의맛연구회 제공

이 찌개에 대한 기록은 조선 후기에도 등장한다. '증보산림경제'에는 굴두부젓국찌개와 동아젓국찌개가 소개돼 있으며, 백하젓국에 물을 타 끓이다가 두부와 생굴을 넣고 생강즙을 더해 먹는 방식이 기록돼 있다. 동아젓국찌개는 새우젓으로 간을 한 국물에 동아(겨울瓜)와 쇠고기를 넣어 끓이는 방식으로, 중부 지방에서 즐겨 먹던 음식이었다.

또한 '조선요리제법'에서는 명란젓찌개 조리법이 소개돼 있다. 고기와 파를 잘게 썰어 넣고, 명란을 네 토막으로 나눈 후 풀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끓인다. 두부를 함께 넣어 마무리하는데, 새우젓으로 삼삼하게 간을 맞추면 국물이 시원하고 고소해진다.

젓국찌개는 주재료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다. 굴과 두부를 넣어 만든 굴두부젓국찌개는 죽과도 잘 어울리는 담백한 맛을 내며, 애호박젓국찌개는 쇠고기 대신 조갯살이나 굴을 넣어 끓이기도 한다. 단, 애호박은 너무 오래 끓이면 풀어지기 때문에 적절한 타이밍에 넣어야 한다.

암치젓국찌개는 암치(생선의 일종)와 무를 넣어 끓이는 방식이며, 준치젓국찌개는 자반준치와 무를 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맞춰 담백한 맛을 살린다. 이외에도 닭고기젓국찌개, 두부젓국찌개, 굴젓국찌개, 무젓국찌개 등 재료에 따라 다양한 변형이 존재한다.

유튜브, 영자씨의 부엌Young-Ja's Kitchen

이처럼 젓국찌개는 맑고 개운한 국물에 깊은 감칠맛이 더해져 한여름 입맛을 돋우는 음식으로도 손꼽힌다. 특히 국물이 부담스럽지 않아 밥과 함께 먹기에도 좋으며, 담백하면서도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건강식으로도 적합하다.

젓국찌개 대표적인 예로 명란젓국찌개가 있다. 이 찌개는 명란의 특유의 짭짤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을 살리면서도 국물의 개운함을 유지하는 것이 포인트다.

명란젓국찌개 재료로는 명란, 건표고버섯, 애호박, 두부, 다진 마늘, 홍고추, 청양고추 등이 있다. 명란은 적당한 크기로 썰어 사용한다. 건표고버섯은 미리 불려 4등분한 후 애호박과 함께 냄비에 넣고 물을 부어 끓인다.

명란은 국물이 끓을 때 살짝 넣어야 터지지 않고 부드러운 식감을 유지할 수 있다. 여기에 두부, 다진 마늘, 홍고추, 청양고추를 넣고 한소끔 끓이면 완성된다. 명란 자체에 간이 되어 있어 별도의 소금이나 간장은 필요하지 않다.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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