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그 해산물... 한국인들 환호할 소식 전해졌다

2025-03-1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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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반도체’로 불리며 몸값 비싸진 그 식재료

2024년 1월 26일 전남 신안군 압해읍 앞바다 지주식 김양식장에서 어민들이 채취한 물김을 천사섬 분재정원 위판장에서 경매를 진행하기 위해 담고 있다. / 뉴스1
2024년 1월 26일 전남 신안군 압해읍 앞바다 지주식 김양식장에서 어민들이 채취한 물김을 천사섬 분재정원 위판장에서 경매를 진행하기 위해 담고 있다. / 뉴스1

‘검은 반도체’로 불릴 정도로 몸값이 비싸진 김이 이제는 땅에서 자라는 시대가 열릴 것 같다. 김이 귀하디귀한 ‘금’에 비유될 만큼 가격이 치솟자 식품업계가 앞다퉈 김 육상양식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일부 성과까지 내고 있다. 기후변화로 바다에서 김 생산이 점점 어려워진 가운데 땅에서 김을 키우는 혁신이 한국의 식탁과 식량 안보를 지킬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 양식장 / 연합뉴스
김 양식장 / 연합뉴스

업계에 따르면 지역별로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손잡고 김 육상양식 개발을 추진 중이다. 전라남도는 CJ제일제당과 협업해 김 육상양식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이미 수산물 가공과 유통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김 양식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라북도는 대상과 풀무원이 힘을 합쳐 지역 특성에 맞춘 김 육상양식 모델을 구축 중이다. 대상은 김 가공품 시장에서의 경험을, 풀무원은 건강식 트렌드와 접목한 김 제품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풀무원은 육상에서 양식한 물김을 활용한 신메뉴 '들깨물김칼국수'를 플랜튜드 코엑스점에서 지난해 출시한 바 있다. 풀무원은 지난해 3월 육상수조식 해수양식업 허가를 취득했고, 충북 청주시 풀무원기술원 시설에서 육상 양식 김을 매달 10㎏ 이상 생산해왔다.

육상 양식 김 생산 모습 / 풀무원 제공
육상 양식 김 생산 모습 / 풀무원 제공

제주도는 동원F&B와 함께 독자적인 김 육상양식 기술을 연구하며 제주의 청정 이미지를 활용한 프리미엄 김 시장 공략을 노리고 있다.

이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 대기업들이 앞장서며 김 육상양식은 단순한 실험 단계를 넘어 상업화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김 육상양식은 ‘바이오리액터’라는 특수 수조에서 김을 키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수조는 빛, 온도, 영양분을 인공적으로 조절해 김의 생장 환경을 최적화한다. 구체적으로 바이오리액터는 물탱크에 김 포자를 심은 그물을 설치하고, LED 조명을 활용해 광합성을 유도한다. 여기에 이산화탄소와 질소, 인 등의 영양소를 공급해 김의 성장을 돕는다. 바다 양식과 달리 갯병 같은 기생성 질병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파도나 해류의 영향을 받지 않아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겨울철에만 가능했던 김 생산을 사계절 내내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기존 바다양식의 주 수확기는 11월부터 3월까지지만, 육상양식은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연중 생산이 가능해 수급 안정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육상 양식은 물김에 대한 소비도 진작할 수 있다. 물김 요리는 물김 보관 및 유통이 쉽지 않아 겨울철 김 생산지에서 한정적으로 즐길 수 있었으나 육상 양식이 많아지면 물김을 도심에서 연중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

한국에서 김은 단순한 해조류가 아니다. 식문화의 핵심 식재료 중 하나다. 김은 다시마목 미역과의 해조류다. 얇고 검붉은 색깔을 띠는데, 바다에서 자란 뒤 건조 과정을 거쳐 우리가 아는 검은색 김으로 변한다. 한국인은 김을 밥과 함께 쌈장이나 참기름에 찍어 먹거나, 김밥의 필수 재료로 사용한다.

김은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가장 흔한 건 구운 김이다. 불에 살짝 구워 고소한 맛을 낸 뒤 밥과 함께 먹는다. 김밥은 김에 밥, 단무지, 햄, 시금치 등을 말아 간편하게 즐기는 대표 요리다. 김튀김은 김을 튀겨 바삭한 간식으로 먹기도 한다. 물김 요리도 인기가 있다. 물김은 건조하지 않은 생김을 뜻한다. 물김 무침은 물김을 데친 뒤 간장, 마늘, 참기름으로 양념해 반찬으로 낸다. 물김국은 멸치 육수에 물김을 넣고 끓여 깔끔한 국물 요리로 즐기는 것이다. 최근엔 김을 갈아 스무디에 넣거나, 김 파우더를 빵 반죽에 섞어 새로운 퓨전 요리로도 활용된다. 영양 면에서도 김은 단백질, 비타민 A·C, 요오드가 풍부해 건강식으로 각광받는다.

김 육상양식 개발이 급물살을 타는 배경엔 기후변화가 있다. 김은 수온이 15~20도일 때 잘 자라지만, 겨울철 고온 현상이 잦아지며 갯병이 늘고 있다. 갯병은 김 잎이 하얗게 변하며 썩는 질병으로 수확량 감소의 주범이다. 과거엔 5월까지 김을 수확했지만, 이제 3월을 넘기면 품질이 떨어진다. 기후변화로 바다 환경이 변하며 전통적인 김 양식이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기후변화 대책은 온실가스 감축과 적응으로 나뉜다. 감축은 배출량을 줄이는 방식이고, 적응은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김 육상양식은 적응 대책의 하나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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