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아파트에 폭탄 떨어져 대참사 날 뻔…'포천 전투기 민가 오폭' 조종사 2명 입건

2025-03-1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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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포천에서 발생한 전투기 민가 오폭 사고 관련 조종사 2명 형사 입건

포천 전투기 오폭 사고의 투하 목표 좌표가 당초 군인아파트 4개동으로 오입력됐던 사실이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사고 조종사 2명이 형사 입건됐다.

한미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이 실시된 지난 6일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의 한 민가에 전투기 공대지 폭탄이 떨어져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 뉴스1
한미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이 실시된 지난 6일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의 한 민가에 전투기 공대지 폭탄이 떨어져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 뉴스1

국방부 조사본부는 13일 포천 전투기 오폭 사고와 관련해 조종사 2명을 업무상 과실치상 등의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조사본부는 "현재까지 수사를 통해 조종사의 표적 좌표 오입력이 사고의 직접적 요인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공군에 따르면 지난 6일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 인근에서 발생한 KF-16 전투기 오폭 사고는 조종사들이 사격 전날인 5일 폭탄 투하지점 좌표를 비행임무계획장비에 잘못 입력한 것이 원인이었다. 충격적인 것은 이 오입력된 좌표가 '군인아파트 4개동'이었다는 점이다.

좌표가 입력되면 비행임무계획장비는 해당 지점의 고도를 자동으로 산출하는데, 당초 사격목표지점인 승진과학화훈련장의 고도는 2000피트(609m)였으나, 좌표 오입력으로 고도가 500여피트(152m)로 낮게 나왔다. 조종사는 훈련 계획서에 따라 이 고도를 다시 2000피트로 수정 입력했다.

이 수정 작업이 결과적으로 더 큰 참사를 막았다. 다음날 실사격에서 폭탄은 더 높은 고도에서 떨어져 멀리 날아가면서 군인아파트로부터 약 2km 떨어진 지점에 낙하했다. 만약 고도를 수정하지 않았다면 군인아파트를 직접 강타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장동하 공군 서울공보팀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실제 사격 표적의 고도는 훈련 상황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작전사령부 훈련계획서상에 하달된 고도값을 입력하도록 하는 것이 기본적인 절차"라고 설명했다.

공군은 지난 10일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의 사과문과 함께 발표한 중간 조사결과에서 이러한 고도 수정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장 팀장은 "오폭의 원인이 좌표를 잘못 입력하고 그것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으며, 마지막 사격 단계에서 육안으로 표적을 확인하지 않고 무장을 투하한 것"이라며 "전투기가 왜 오폭을 하게 됐는지 그 원인을 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은 사고 조종사들의 혐의에 대해 "군무상 과실치상 외에 일부 전투시설 또는 군용시설이 손괴된 부분이 있다"며 "그런 부분에 대한 혐의도 적용된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번 사고의 직간접적인 원인 등에 대해서도 계속 규명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공군은 지난 11일 오폭사고 조사 과정에서 법령준수의무위반이 식별된 해당 부대 전대장(대령)과 대대장(중령)을 보직해임했다. 공군은 이번 사고 이후 빠른 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해당 부대 지휘관들에게서 중대한 직무유기, 지휘관리·감독 미흡 등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공군은 다음 주 사고 조종사 2명에 대해 공중근무자 자격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6일 포천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한미연합훈련 중 전투기 포탄이 민가에 떨어져 피해가 발생한 모습 / 뉴스1
지난 6일 포천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한미연합훈련 중 전투기 포탄이 민가에 떨어져 피해가 발생한 모습 / 뉴스1

사고 당일 상황을 살펴보면, 지난 6일 오전 10시부터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연합·합동 화력훈련이 진행됐다. 이 훈련에는 공군 전투기 13대가 5개 편조를 구성해 참가했다. 오폭 사고를 낸 KF-16 전투기 2대는 훈련에 참가한 5개 편조 중 세 번째 순서였다.

해당 전투기들은 오전 9시 19분쯤 군산기지를 이륙해 9시 45분에 대기지점에 진입했고, 10시 4분에 1·2번기가 동시에 각 4발씩 총 8발의 MK-82 일반폭탄을 투하했다. 이때 투하된 폭탄들은 본래 목표였던 사격장 내 표적으로부터 남쪽으로 약 10km 떨어진 지점에 모두 낙탄돼 민가 지역에 큰 피해를 입혔다.

국방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전투기 훈련 시 안전 관리 체계를 전면 재검토하고, 좌표 입력 및 확인 절차를 강화하는 등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 대한 신속한 보상과 지원도 이루어질 전망이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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