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윤 대통령 잘못, 박근혜 전 대통령과 차원이 다르다”

2025-03-1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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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헌법 질서 파괴 시도... 민주공화국 근간 흔드는 행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      채널A 유튜브 '정치 시그널' 영상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 채널A 유튜브 '정치 시그널' 영상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와 관련해 "(탄핵) 당시에는 대통령으로서 책임져야 할 일이라는 결론이 나왔지만 팩트와 다르다는 주장도 있어서 당내에서도 '검증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12일 채널A 유튜브 '정치 시그널'에 출연해 보수 논객 정규재 씨와 대담을 나누며 이 문제를 꺼냈다.

이 대표는 "그때 당시 박 전 대통령 탄핵은 공식 결정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었는데, 일부는 무죄이고 일부는 부정행위를 방치하거나 묵인·동조한 정도인 것 같다"고 구체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팩트가 다르다는 주장이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고, 당내에서도 주요 인사들이 이걸 문제 삼아서 한번 따져봐야 하지 않냐는 얘기를 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런 검증을 해보다가 중단된 상황이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정치적으로 너무 예민한 문제라 쉽게 말하기 어렵다"라면서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는) 내 입장에서는 진실을 아직 정확하게 모르고 공식 결정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어 "당시에는 대통령으로서 책임져야 할 일이라는 결론이 나왔지만, 지금 와서 보면 일부에서 그게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고, 그걸 한번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견이 당내에 있었던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경우 개인의 부정부패 문제나 그런 것들이 문제였다”라며 “국가의 헌정 질서를 통째로 파괴하려는 (윤석열 대통령의) 행위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는 윤 대통령의 행위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보다 훨씬 더 중대한 문제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의 탄핵 사유와 관련해 이 대표는 박 전 대통령과의 비교를 통해 차별성을 분명히 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은 개인의 부정행위나 방치, 동조 문제였다면, 윤 대통령은 헌법 질서를 파괴하려는 시도를 했고, 그건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탄핵 재판 최후 진술에서 국무위원 등에 대한 민주당의 잇단 탄핵을 비판한 데 대해서는 "민주당이 탄핵을 많이 추진했던 건 사실이지만 우리가 그걸 좋다고 했겠나"라면서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이나 여러 문제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점 등이 더 큰 문제였고, 그걸 지적한 것이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윤 대통령과 회담한 것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을 만나 세 시간 넘게 얘기했는데, 그때 총리나 장관을 추천하라는 요구가 있었다"라면서 "추천한다고 해도 그에게 실권이 있는 구조에서 제대로 일할 여지를 주겠나. 전체적으로 신뢰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을 추천했다가는 오히려 사달이 날 수 있다고 판단해서 아예 추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윤 대통령 측에서 모 교수를 통해 메시지를 보내왔고, 인사 추천을 포함한 여러 제안이 있었지만,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진행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컸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그 후에도 한두 번 더 만났지만 협상이 잘 안 되는 걸 보고 나서는 굳이 만날 필요를 못 느꼈다"고 했다.

당내 상황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입장을 내놨다. 민주당이 '이재명 일극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여권의 공격이 너무 거세서 스스로 결집한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공격이 워낙 강하게 들어오니까 당이 자연스럽게 뭉치게 된 것이지 내가 일부러 일극 체제를 만든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 유튜브에서 "지난 21대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건 당내 일부 의원이 검찰과 짜고 한 짓"이라고 발언해 박용진 전 의원 등 비명(비이재명)계가 반발한 데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그건 일종의 회고를 한 것이다. 지금은 심각한 의제가 아니다"라며 "내가 얘기한 대상이 아닌 분들이 섭섭해했던 건 내 부족함 때문이다"고 했다. 그는 "박 전 의원은 내가 말한 '당내 일부 의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표는 "그 발언은 과거를 돌아보며 한 말이고, 당시 표결 상황을 언급한 것이지 지금의 문제와는 관련 없다"고 했다. 그는 "섭섭해한 분들이 있었던 건 사실인데, 그건 내가 의도한 게 아니라 내 표현이나 소통의 부족함에서 비롯된 것이다"라며 해명했다. 이어 "전화로도 그분들과 얘기해봤고, 마음이 쓰여서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는 지난 일을 속에 오래 담아두는 성격이 아니다. 다 털어내고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다"라면서 "인간적으로 서운한 일이 있어도, 험한 세상을 오래 살아와서인지 미련이나 후회를 잘 안 가진다"고 했다.

최근 자신의 정책 행보에 대해 '우클릭했다가 좌클릭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움직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그러는 건 오락가락이 아니라 유연성이다"라면서 "정치인은 사상가가 아니라 현실주의자다.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게 우선이라, 이념 실험을 위해 위험한 일을 저지를 순 없다"고 했다. 이어 "보수와 진보의 가치는 둘 다 나쁜 게 아니다. 성향의 문제다. 나는 좌냐 우냐 싸우는 게 아니라, 합리적 논쟁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과거에 재벌 해체 같은 얘기를 했지만, 지금은 국제 경쟁력이 더 중요해졌고, 대기업의 역할이 커진 상황이라 그 과제의 우선순위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위치가 바뀌면서 보는 시각과 책임도 달라진 측면이 있다"며 자신의 변화도 인정했다.

이 대표는 "노동자 보호나 사회 안전망 강화 같은 정책이 반기업적인 게 아니다. 친기업이라고 해서 기업이 횡포를 부리게 놔두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민주당이 경제 의제를 게을리 한 적은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 때 광통신망을 깔고, 노무현 전 대통령 때 FTA를 추진한 게 그 증거다"라며 당의 경제 성과를 내세웠다. 이어 "지금 보수라는 이름으로 경쟁하는 세력은 진짜 보수가 아니라 참칭 보수다. 경제정책에서도 보수적 정책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경제 상황이 나쁘고 안보, 외교가 어려운 지금 책임감을 갖고 오른쪽 영역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면서 "보수가 수구 반동에서 벗어나 합리적 보수로 재편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보수 논객 정규재 씨의 대담 다시 보기. / '채널A News'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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