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0% 치욕 속…KBS가 사활 걸고 내놓은 새 한국 드라마

2025-03-1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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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드라마 명가' 타이틀 되찾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새 드라마
베일 벗은 KBS 새 드라마 '빌런의 나라'

KBS가 시청률 0%대의 충격적인 부진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 새로운 시트콤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오는 19일 첫 방송을 앞둔 KBS2 새 수목드라마 '빌런의 나라'는 KBS가 2023년부터 준비해온 '가족 시트콤 부활'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드라마 '빌런의 나라' 속 한 장면 / KBS
드라마 '빌런의 나라' 속 한 장면 / KBS

지난 12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빌런의 나라' 제작발표회에는 KBS 드라마센터장이자 연출을 맡은 김영조 PD와 배우 오나라, 소유진, 서현철, 송진우, 박영규, 최예나가 참석해 새 작품에 대한 각오를 전했다.

시청률 0%대 충격... KBS 시트콤 드라마 부활은 가능할까?

'빌런의 나라'는 현재 방영 중인 시트콤 드라마 '킥킥킥킥'의 후속작으로 편성됐다. 문제는 선행 작품인 '킥킥킥킥'이 0%대 시청률로 고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김영조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도 마음 아픈 부분이다. 시청률이 공개된 다음날이 촬영이었는데 배우들이 긴장을 너머 공포까지 느꼈다"라며 "시청률에 고민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빌런의 나라'를 제작하면서는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오랜만에 부활하는 것인데 성과가 안 좋으면 또 부활이 한동안 안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시트콤 장르는 2010년 '지붕 뚫고 하이킥!' 이후 13년간 국내에서 주목할 만한 화제작을 내놓지 못하며 장기 침체기를 겪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KBS가 시트콤 부활을 위해 야심차게 제작한 작품인 만큼,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전통적 가부장제 코미디에서 벗어나 현대적 여성 중심 서사로

이번 '빌런의 나라'의 차별점은 기존 시트콤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가부장적 서사 대신 여성 중심의 가족상을 그려냈다는 것이다. 김영조 PD는 "'가부장제 코미디'를 과감하게 버렸다. 이번에는 자매가 지배하는 가정에 관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극 중 오나라는 독재 주부이자 집안의 경제권을 틀어쥐고, 심지어 외박한 딸을 방에 가두는 집안의 독재자로 그려진다. 여동생 오유진(소유진 분)은 언니와 티격태격하지만, 누군가 언니를 건드리면 앞뒤 안 보고 달려드는 한편 도움도 많이 받는 둘째의 모습을 보여준다.

김영조 감독은 "가부장제가 끝난 지금의 두 자매 이야기"라며 작품의 방향성을 설명했다. 두 여성 주인공들의 주도적인 서사가 기존 시트콤과 차별화된 지점이다.

'빌런의 나라' 공식 포스터 / KBS
'빌런의 나라' 공식 포스터 / KBS

연기파 배우들 대거 출연... 연기 구멍 없는 탄탄한 캐스팅

'빌런의 나라'는 연기력에 중점을 둔 캐스팅을 통해 코미디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했다. 김영조 감독은 "출연진의 연기력을 가장 최우선으로 봤다. 코미디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로 포진했다"라고 밝혔다.

오나라와 소유진이 각각 자매 역할을 맡았으며, 서현철은 오나라의 예민한 남편으로 분해 자신을 괴롭히는 불안의 원인을 찾기로 다짐하는 인물을 연기한다. 송진우는 소유진의 열정 넘치는 연하 남편 역할을, 박영규는 두 자매의 아버지로 출연한다.

박영규는 제작발표회에서 "27년 전 '순풍 산부인과'에서 '장인어른 왜 그러세요'라고 말하던 제가 이제는 장인이 됐다"고 말해 시간의 흐름과 세대교체를 실감케 했다.

최예나는 오나라의 집에 살게 된 구원희 캐릭터를 맡아 한순간에 뒤바뀐 인생으로 이 가족과 지독하게 얽히는 역할을 맡았다.

'빌런의 나라'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들 / 뉴스1
'빌런의 나라'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들 / 뉴스1

힘든 시대, 큰 웃음 줄 수 있는 '시트콤 드라마'로 출격

김영조 PD는 시트콤을 기획하게 된 계기에 대해 "2023년에 기획해서 방송까지 임하게 됐다. 제가 볼 때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 힘들게 사신다. 그래서 편하게 웃고 사실 수 있게 만들어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기획했다"며 "시트콤이 없었다. 어떤 시트콤을 해야 할지 생각하다 가족 시트콤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시트콤의 본질에 대해 "시트콤을 공부하니 유치하고 사랑스럽다는 특징이 있다. 시청자들이 유치하고 사랑스러운 분들을 보면서 웃고, 편하게 쉬시고 행복하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결국 배우들이 중요하다. 각별히 모신 분들이라 힘든 일정에서도 기분 좋게 촬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청률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있는 김영조 감독은 "시청자마다 웃음 포인트가 다른데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최선을 다 해 공감할 수 있는 웃음 지점을 찾으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이번 작품이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 공감과 감동을 주는 작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주연 배우 오나라는 "식사하면서 예전 시트콤을 '다시 보기'로 보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다"며 "많은 분이 그리워하는 이 시점에 시트콤이 부활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시트콤 부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소유진 역시 "시트콤이라기보다는 코미디가 가미된 가족 드라마의 느낌으로 촬영하고 있다"며 "일상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가족의 따뜻함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빌런의 나라' 하이라이트 예고편 / 유튜브, KBS Drama

마지막으로 김영조 감독은 이번 시트콤이 단순히 한 프로그램의 성공을 넘어 한국 방송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기대도 전했다. 그는 "이 작품이 잘 되어야 거대 자본이 아니라도 흥행할 수 있고 한류 스타가 아닌 대한민국에 연기 잘 하는 배우들에게도 자리가 생긴다"며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KBS2 수목시트콤 '빌런의 나라'(연출 김영조, 최정은 / 극본 채우, 박광연)는 K-줌마 자매와 범상치 않은 가족들의 거칠면서도 따뜻한 일상을 담은 시추에이션 코미디 드라마다. 24부작 30분물로 제작됐다. '킥킥킥킥'에 이어 KBS의 시트콤 부활 기조를 이어가는 이 작품은 오는 19일 밤 9시 50분 첫 방송을 시작으로 매주 수, 목요일 KBS2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시청률 0%대라는 위기 속에서 KBS가 또 한 번 승부수를 던진 이번 드라마가 과연, 한국 시트콤의 새로운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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