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24시간 만에…넷플릭스 TOP3 점령한 뜻밖의 '한국 영화'
2025-03-12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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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당시 쏟아지는 블록버스터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한국 영화
넷플릭스에서 하루 만에 7계단 뛰어오르며 3위에 안착한 작품
17년 전 개봉작인데... 돌연 넷플릭스 TOP 3위로 급부상한 영화가 있다?
기대 없이 넷플릭스를 켰다가 의외의 작품을 만났다는 구독자들이 늘고 있다. 주인공은 2008년 개봉한 한국 영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이 영화는 넷플릭스 공개 직후인 지난 11일 '오늘의 영화' TOP 10에 진입했고, 하루 만인 12일에는 무려 7계단을 단숨에 뛰어올라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현재 세대에겐 새로운 발견, 당시 세대에겐 반가운 재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개봉 당시 205만 관객을 동원하며 중박 흥행을 기록했다. 당시 한국 영화계 정상급 배우였던 한석규와 차승원의 연기 대결로 화제를 모았지만,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경쟁해야 했고, 개봉 일주일 후엔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가 강타하는 바람에 다소 묻힌 작품이었다.
17년이 지난 지금, 이 작품이 넷플릭스에서 돌연 상위권에 오른 것은 OTT 시장에서 발생하는 흥미로운 '발굴 효과'로 볼 수 있다. MZ세대 시청자들에게는 처음 접하는 새로운 발견이고, 당시 극장 관람을 놓쳤던 시청자들에게는 반가운 재회인 셈이다.
범죄 스릴러의 정석, 냉철한 복수와 묘한 공조
영화는 곽경택, 안권태 두 감독이 공동 연출한 작품이다. 안권태 감독은 '우리 형', '깡철이'를 연출하고 '친구'의 조감독을 맡았던 인물로, 두 감독의 협업은 당시에도 화제였다.
작품은 범죄 스릴러 장르의 정석을 보여준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안현민(차승원)과 자신의 이름을 도용당해 사건에 휘말린 특별수사반장 백성찬(한석규)의 묘한 공조와 대립을 그린다.
백성찬은 김현태(송영창)라는 악랄한 사업가를 뇌물 공여로 체포하려다 실패해 사표를 내려고 했던 인물이다. 영화 속 그의 회색 머리는 '콜래트럴'에서 악역을 맡았던 톰 크루즈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비주얼로 당시 화제를 모았다.
한편 안현민은 김현태에게 회사를 빼앗기고 자살한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교도관으로 일하며 필요한 인물들을 모아왔다. 그는 백성찬의 정보원인 안토니오(이병준)를 협박해 백성찬을 자신의 계획에 이용하려 한다.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이 만든 시대를 초월한 작품성
이 영화의 진가는 한석규와 차승원의 연기 대결에서 빛을 발한다. 네이버 영화 관람객 평점은 7.89점(3월 12일 기준)으로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관람객 리뷰를 보면 "이 영화에서 차승원이 연기로 한석규한테 절대 안밀리더라", "정말 잘만든 수작이라고 생각함!", "한석규....ㄷㄷㄷㄷ 연기 잘해", "두 배우 다 훌륭한 흡입 연기였다", "한국의 조커, 한.석.규" 등 연기력에 대한 찬사가 많다.
백성찬 역의 한석규는 냉정하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경찰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특히 영화 후반부, 복수의 정당성과 법의 정의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안현민 역의 차승원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위해 냉정하게 계획을 세우는 인물을 절제된 연기로 표현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지만, 눈빛만으로 내면의 상처와 분노를 전달하는 그의 연기가 돋보인다.
또한 악역 김현태를 연기한 송영창, 한석규의 정보원 역할을 맡은 이병준, 차승원을 돕는 공범으로 분한 김지석도 각자의 캐릭터를 개성 있게 표현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지금 시대에도 통하는 복수와 정의의 이야기
영화 제목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복수의 원칙을 의미하는 말로,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하면 똑같이 당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제목은 영화의 주제를 정확히 반영하며, 복수극의 본질을 담아낸다.
영화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움직이는 안현민과 그를 잡으려다 오히려 이용당하는 백성찬의 이야기를 통해 복수와 정의, 법과 도덕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안현민이 백성찬에게 "내가 왜 당신을 선택했을 거 같아?", "원래 판은 내가 짰지만 마지막 수는 당신이 두는 거였어. 부탁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대목이다. 이 장면은 두 인물의 복잡한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성기 곽경택 감독의 숨은 걸작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친구', '극비수사', '소방관' 등을 연출한 곽경택 감독의 2008년 작품이다. 주연 외에도 김지석, 손병욱, 차도진, 송영창, 이병준, 이재구, 김윤태, 정인기, 김종만, 정윤, 권혁풍 등 실력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으며, 임현성, 전무송, 김해숙은 특별출연으로 힘을 보탰다.
러닝타임 101분의 이 작품은 15세 이상 관람가로, 장르는 범죄, 액션, 스릴러로 분류된다. 2008년 개봉 당시에는 쏟아지는 블록버스터 사이에서 다소 주목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완성도 높은 범죄 스릴러로 재평가받고 있다.
2008년 개봉작이 2025년 넷플릭스를 점령한 이유
OTT 플랫폼의 확산으로 과거 작품들이 새롭게 조명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넷플릭스 상위권 진입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작품의 본질적 가치와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가 지금 시청자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방증이다.
넷플릭스 구독자들 사이에서는 "요즘 한국 영화보다 더 재밌다", "이런 숨은 명작이 있었다니", "옛날 영화의 투박한 매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현재 한국 영화계의 침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큰 가운데, 과거 작품의 재발견은 한국 영화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영화는 전형적인 복수극이지만, 깊이 있는 캐릭터와 연출로 1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런 작품이 넷플릭스에서 갑작스럽게 인기를 얻는 현상은 좋은 영화의 생명력이 얼마나 긴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력, 탄탄한 스토리텔링,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퇴색하지 않는 주제 의식이 2025년 OTT 시대에 새로운 관객층을 만나 다시 한번 빛을 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