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나라에선 흔하디 흔한데... 한국에서 키우면 20배 이상 비싼 과일
2025-03-14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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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과일
지난해 여름은 지긋지긋하게 더웠다. 그런데 올해 여름은 지난해보다 무더울 확률이 60%에 이르는 것으로 예보됐다. 4월부터 11월까지 평균 기온이 10도를 넘고 최고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예상된다고 한다. 이렇게 여름이 더 길어지고 뜨거워지는 한국에서 망고는 한국 농업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망고는 옻나무과에 속하는 열대 및 아열대 원산의 과일이다. 원산지는 인도의 히말라야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열대 아시아, 태평양 제도, 중남미, 서인도 제도, 열대 호주 등 따뜻한 기후를 가진 지역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다. 망고는 과일뿐 아니라 나무 자체도 주목할 만한데, 가지치기를 하지 않으면 6m 이상으로 자라는데, 열매는 품종에 따라 자두 크기부터 4kg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까지 다양하다. 열매 모양은 계란형이 기본이지만, 난형, 심장형, 장타원형 등 품종마다 제각각이다. 익으면 녹색, 노란색, 붉은색, 자주색 등 다채로운 색을 띤다. 과육은 주로 노란빛을 띠고 즙이 많아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한국에서는 망고 중에서도 특히 애플망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애플망고는 사과처럼 붉은빛을 띠는 외형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실제로는 사과 맛이 나는 것이 아니라 망고 특유의 달콤함에 약간의 새콤한 풍미가 더해진 품종이다. 전 세계적으로 망고 품종은 1000여 가지가 넘을 정도로 다양하지만, 한국에서는 주로 노란 망고와 애플망고가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다.
망고는 따뜻한 기후를 좋아하는 작물이다. 최저 기온이 10도 이상 유지돼야 잘 자라며, 5도 이하로 떨어지면 나무가 얼어 죽을 수 있다. 또 햇빛과 물이 풍부해야 하고, 열매를 풍성히 맺으려면 뚜렷한 건기가 필요하다. 이런 조건 때문에 인도, 중국, 태국, 필리핀, 페루 등 열대 및 아열대 지역이 망고의 주요 산지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인도는 망고의 최대 생산국으로 전 세계 망고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한다. 중국은 두 번째로 큰 생산국이며, 남부 지역에서 ‘망궈(芒果)’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재배된다.
한국에서는 기후 변화로 인해 망고 재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동남아에서 수입하거나 제주도 같은 특정 지역에서만 소규모로 재배됐지만 재배 지역이 급속히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50년쯤이면 남한 경지 면적의 55.9%가 아열대 기후로 바뀔 것으로 보고 있기에 망고는 한국 농업에서 중요한 작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망고의 맛은 품종에 따라 다채롭다. 일반적인 노란 망고는 달고 부드러운 과육과 진한 향이 특징이며, 약간의 끈적한 느낌이 있다. 반면 애플망고는 노란 망고보다 새콤달콤한 맛이 강하고, 젤리처럼 탱글탱글한 식감이 돋보인다. 국내산 애플망고는 수입산보다 훨씬 맛있다. 수입 망고와 달리 열탕 처리나 훈증 같은 방제 과정을 거치지 않는 까닭에 신선함과 풍미가 더 살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입 망고는 해충 방지를 위해 60도 온탕에 담그거나 찜질 처리돼 과육이 물러지고 맛이 변질되는 경우가 많지만, 국내산은 나무에서 바로 수확해 최상의 상태로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망고는 단순히 달기만 한 과일이 아니다. 품종에 따라 신맛, 단맛, 향의 강도가 달라진다. 어떤 사람들은 망고를 먹을 때 솔향이나 꽃향기를 느끼기도 한다. 이런 독특한 풍미 덕분에 망고는 생으로 먹는 것뿐 아니라 주스, 스무디, 빙수, 디저트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된다. 한국에서는 특히 ‘애망빙’(애플망고 빙수)이 큰 인기를 끌며 망고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화했다.
망고는 맛있고 영양가 높은 과일이지만 먹을 때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먼저 망고는 옻나무과 식물이라 일부 사람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껍질에 있는 우루시올이라는 성분이 피부에 닿으면 발진이나 가려움증을 유발할 수 있으니 껍질을 벗길 때는 장갑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과육 자체는 대체로 안전하지만 옻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소량을 먼저 먹어보며 반응을 확인하는 게 현명하다.
또 망고는 가운데 납작하고 큰 씨가 있어 손질이 까다롭다. 씨를 기준으로 양옆 과육을 잘라내고, 칼집을 내어 과육을 떠먹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너무 익은 망고는 흐물흐물해져 자르기 어렵고, 덜 익은 망고는 단단하고 떫은맛이 날 수 있으니 숙성 상태를 잘 확인해야 한다. 손으로 살짝 눌렀을 때 탄력이 느껴지고 진한 향이 나면 먹기 좋은 상태다.
영양 면에서도 망고는 주목할 만하다. 비타민 A와 C가 풍부해 눈 건강과 면역력 증진에 좋고, 철분과 식이섬유도 많아 소화를 돕는다. 단 당도가 높아 과식하면 혈당이 급등할 수 있으니 적당히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망고는 후숙 과일이라 보관법에 따라 맛과 신선도가 크게 달라진다. 덜 익은 망고는 상온에서 보관해야 한다. 실온에서 며칠 두면 자연스럽게 숙성돼 먹기 좋은 상태가 된다. 이때 종이봉투에 넣으면 숙성이 더 빨라진다. 반대로 너무 빨리 냉장 보관하면 숙성이 멈춰 맛이 덜해질 수 있다.
잘 익은 망고는 냉장고에 넣어 신선함을 유지해야 한다. 랩이나 신문지로 싸서 냉장 보관하면 사나흘 정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오래 보관하려면 과육을 잘라 냉동실에 넣으면 된다. 냉동 망고는 6개월까지 품질이 유지되는데, 스무디나 디저트 재료로 활용하기 좋다. 단 냉동 후 해동하면 식감이 물러지니 생으로 먹을 계획이라면 냉장 보관까지만 하는 게 낫다.
한국에서 망고는 이제 단순한 수입 과일이 아니라 국내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떠오르고 있다.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는 망고를 비롯한 아열대 과일 10종을 선정해 품종 육성, 기후 적응성 평가, 재배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망고는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작물이다. 수입 망고의 품질 한계와 식량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재배 면적 확대가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국내산 애플망고는 고급 과일로 자리 잡으며 농가 소득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제주산 망고는 3kg 한 상자에 11만~13만 원에 거래될 정도로 높은 가격을 유지한다. 현지 가격보다 많게는 20배 이상 비싸다. 1kg을 기준으로 애플망고는 태국에서 약 30~50바트(약 1200~2000원), 필리핀에서 약 5080페소(약 1200~1920원), 페루에서 5~8솔(약 1800~2880원)에 팔린다. 한국에선 수입산이라고 싸지는 않다. 1kg당 1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한국산 망고의 경우 특히 6월에 수확한 망고는 당도가 뛰어나 선물용으로도 인기다. 농가 입장에서는 초기 시설 비용이 크지만 단위 면적당 소득이 사과나 배보다 두세 배 높아 매력적인 선택지로 꼽힌다.
망고 재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시설 하우스가 필수이고, 온도와 습도 관리가 까다롭다. 농진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망고 표준 재배력’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 중이다. 이 매뉴얼에는 생육 단계별 온도 관리, 병해충 방제, 비료 주는 요령 등이 담겨 있어 안정적인 생산을 돕는다. 하지만 아직 재배 기술이 보편화되지 않아 농가마다 품질과 수확량 차이가 크다.
그럼에도 망고의 미래는 밝은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곧 있으면 남한의 절반 이상이 아열대 기후가 될 수 있는 만큼 망고는 단순히 과일이 아니라 한국 농업의 새로운 상징이 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