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혀도 그냥 버리던 ‘최강 못난이’였는데...이젠 세상 귀한 취급받는 ‘대반전’ 생선

2025-03-11 21:50

add remove print link

기후변화가 부른 꼼치의 위기, 어민들의 한숨

겨울철 남해안 별미로 꼽히는 '꼼치(물메기)'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어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때 잡히면 다시 바다로 버려지곤 했던 이 생선은 부드러운 육질과 담백한 맛 덕분에 겨울철 대표 해장국 재료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기후변화로 인한 고수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남해에서 꼼치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꼼치. /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꼼치. /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최근 남해군에 따르면 꼼치 어획량은 2017년 17만2000kg에서 2019년 6만7000kg으로 급감했다. 이후 2020년 4만6000kg, 2021년 5만4000kg, 2022년과 2023년 5만8000kg을 기록하며 회복되지 않고 있다. 전남 지역도 비슷한 상황으로, 2020년 약 400톤이었던 어획량이 최근 105톤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꼼치 가격이 급등했다.

꼼치는 평소 동해 깊은 바다에 서식하다 겨울철 산란을 위해 남해 연안으로 이동하는 저온성 어종이다. 하지만 수온이 높아지면서 꼼치들이 남해 연안으로 이동하지 않고 다른 해역으로 빠져나가면서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올해 11월 남해 평균 수온은 18도에 달했으며, 최근 5~6년간 초겨울 수온이 15~18도를 기록하는 등 온난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수온 변화로 인해 어장 구조도 변하고 있다. 꼼치가 서식하던 해역에 멸치 어군이 형성되면서 꼼치를 잡으려는 어민들과 멸치를 잡는 어민들 간 마찰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꼼치는 전통적으로 대나무 등으로 만든 통발을 이용해 잡는데, 멸치잡이 어선들이 대형 그물을 이용해 해당 수역을 지나면서 통발을 훼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꼼치를 잡는 어민들은 꼼치가 서식하는 구역에서 멸치잡이 배들이 대형 그물을 끌면서 통발을 망가뜨리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반면 멸치잡이 어민들은 어군을 따라 정상적인 어획을 하고 있을 뿐이라며 반박하는 상황이다.

꼼치 치어 방류하는 어민들. /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꼼치 치어 방류하는 어민들. /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고수온으로 기존 어족 자원이 줄어드는 문제에 더해 어획권 갈등까지 심화되면서 남해군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남해군 측은 기후변화로 인한 고수온이 지속되면서 어획량 감소뿐만 아니라 어민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며 분쟁을 최소화하고 어업 환경을 조정하기 위해 중재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이다.

꼼치 어획량 감소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종자 방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전남도해양수산과학원은 여수 종화동 해역을 중심으로 2018년부터 꼼치 종자 방류 사업을 진행 중이며, 지난해까지 1억5755만 마리를 방류했다. 올해도 추가로 1200만 마리 이상을 방류할 계획이다.

김충남 전남도해양수산과학원장은 "꼼치 자원의 급격한 감소는 매우 시급한 문제"라며 "지속적인 연구와 방류 사업을 통해 어업인의 소득 증대와 자원 회복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꼼치는 과거 '못생긴 생선'이라는 이유로 선원들이 그물에 걸려도 다시 바다에 던져버리곤 했다. '자산어보'에서도 '고깃살이 매우 연하고 뼈도 무르다. 맛은 싱겁지만 술병을 고치는 데 좋다'고 기록돼 있을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는 높지 않았다. 하지만 부드럽고 담백한 육질 덕분에 점차 겨울철 별미로 자리 잡았고, 특히 해장국으로 인기가 많아졌다.

남해와 서해 지역에서는 맑은 국물의 물메기탕으로 즐기며, 동해에서는 김치와 고춧가루를 넣어 얼큰한 맛을 더한 미거지탕으로 먹는다. 하지만 어획량 감소로 인해 꼼치 가격이 폭등하면서 소비자들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유튜브, 쫌놀대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