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잡히자마자 버려지는데... 맛이 정말 엄청나다는 물고기

2025-03-16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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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겨 먹으면 천상의 맛이라는 생태계 교란 물고기

2023년 5월 2일 오전 대구 달서구 월광수변공원 도원지 일원에서 열린 '생태계 교란 야생생물 퇴치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루어낚시를 이용해 배스와 블루길 등을 잡고 있다. 달서구는 매년 배스와 블루길 등의 산란기 이전인 5월 초 도원지에서 야생생물관리협회 대구 경북지부 및 달서지회와 함께 생태계 교란 야생생물 퇴치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도원지는 평소 낚시 금지구역으로 행사 때만 특별히 낚시가 허용된다.  / 뉴스1
2023년 5월 2일 오전 대구 달서구 월광수변공원 도원지 일원에서 열린 '생태계 교란 야생생물 퇴치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루어낚시를 이용해 배스와 블루길 등을 잡고 있다. 달서구는 매년 배스와 블루길 등의 산란기 이전인 5월 초 도원지에서 야생생물관리협회 대구 경북지부 및 달서지회와 함께 생태계 교란 야생생물 퇴치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도원지는 평소 낚시 금지구역으로 행사 때만 특별히 낚시가 허용된다. / 뉴스1

한국에서 생태계 교란종으로 악명을 떨치며 푸대접받지만 한 번이라도 그 맛을 본 사람들은 놀라울 정도로 맛있다며 입을 모으는 물고기가 있다. 바로 블루길이다. 한국인 식탁에서 외면받지만 최근 맛있는 식재료로 주목받아 재평가가 이뤄지는 블루길에 대해 알아봤다.

블루길 / 뉴스1 자료사진
블루길 / 뉴스1 자료사진

블루길은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담수어다. 몸길이는 보통 15~25cm 정도로 작지만 최대 40cm까지 자랄 수 있다. 몸은 납작하고 둥글며,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가 크고 화려한 파란색과 주황색 무늬가 특징이다. 특히 수컷은 번식기엔 더 선명한 색을 띠며, 아가미 덮개 뒤쪽에 파란 점이 두드러진다. 블루길은 잡식성이다. 주로 작은 물고기, 곤충, 플랑크톤, 수생식물을 먹는다. 생존력과 번식력이 강해 한 번 정착하면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수온 20~30도에서 가장 잘 자란다. 연중 여러 번 산란할 수 있어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다. 원산지인 북미에선 낚시용으로 인기 있는 게임피시(game fish)로 자연 생태계에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한국에 블루길이 들어온 건 1970년대 초반이다. 정확히는 1972년 당시 농림부(현 농림축산식품부)가 내수면 어족 자원 증식을 목적으로 미국에서 들여왔다. 같은 시기 큰입배스(배스)와 함께 식용 가능성과 낚시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보고 도입했다. 결과적으로 당시 결정은 한국 강 생태계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처음엔 양어장에서 사육됐으나 일부가 하천과 호수로 유출되면서 자연 번식이 시작됐다. 블루길은 1970년대 말부터 한강, 낙동강, 금강 등 주요 수계에서 발견되기 시작했고, 1980년대엔 전국적으로 퍼졌다. 특히 댐과 저수지 같은 정체 수역에서 빠르게 토착화됐는데, 이는 천적이 없고 먹이가 풍부한 한국 환경이 적합했기 때문이다.

블루길 / 진석기시대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블루길 / 진석기시대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1998년 환경부는 블루길을 생태계 교란종(당시 명칭은 파랑볼우럭)으로 지정하며 관리에 나섰지만, 이미 개체 수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 뒤였다. 블루길은 토종 물고기인 붕어, 잉어, 피라미 등을 닥치는대로 잡아먹고 치어와 알까지 먹어치우며 수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실제로 금강유역환경청은 블루길이 대청호의 토종 어류를 위협한다고 보고 매년 4~7월 산란철에 집중 퇴치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국 호수와 강에서 블루길은 배스와 함께 내수면 생태계를 교란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한국에서 블루길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다.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된 탓에 법적으로 사육, 유통, 방류가 금지돼 있다.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4조에 따르면, 블루길을 포획 후 방류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낚시꾼들이 잡은 뒤 요리해 먹기보단 다시 놓아주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 특유의 탕·찜 위주 식습관에 블루길은 맞지 않았다. 이로 인해 블루길 개체 수가 급증했고, 지자체는 매년 수십 톤을 퇴치하며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인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2021년 충남도가 블루길을 가공식품 원료로 개발하며 어묵, 소시지, 햄으로 활용 가능성을 입증했고, 낚시인들 사이에서 “농어나 참조기만큼 맛있다”는 평가가 퍼졌다. 그래도 여전히 일반인은 블루길을 식용으로 보기보단 골칫덩이로 여긴다.

해외에선 블루길이 다른 대접을 받는다. 원산지인 미국에선 낚시꾼과 지역 주민들이 즐겨 먹는 물고기다. 주로 튀김이나 구이로 요리된다. 미국 중남부 지역에선 블루길을 ‘퍼치(perch)’라고 부르며 민물고기 요리의 기본 재료로 쓴다. 일본에서도 블루길은 1960년대 도입된 뒤 생태계 교란종으로 퍼졌지만, 일부 지역에선 낚시 후 먹는 문화가 있다. 일본 낚시 사이트에 따르면, 블루길은 회나 튀김으로 먹는다. 비린내를 줄이기 위해 소금물에 담갔다가 조리한다. 해외에선 블루길의 담백한 살과 쫄깃한 식감이 호평을 받는다.

블루길 요리법은 다양하다. 한국에선 충남도 연구를 바탕으로 한 가공식품이 주목받는다. 블루길 연육으로 만든 어묵은 시중 제품과 맛이 같고, 어포는 쥐포보다 고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블루길 요리는 집에서도 손쉽게 할 수 있다. 첫 번째 방법은 블루길 튀김이다. 손질한 블루길에 소금, 후추로 밑간을 한 뒤 밀가루와 달걀물을 묻혀 기름에 튀기면 된다. 180도에서 35분 튀기면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튀김을 완성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구이다. 손질 후 소금과 허브(로즈마리나 타임)를 뿌려 오븐에 200도에서 15분 굽거나 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중약불에서 5~7분 익힌다. 세 번째는 매운탕이다. 블루길을 손질해 무, 양파, 고추, 된장과 함께 끓이면 얼큰한 국물이 나온다. 일본식 회는 얇게 썰어 간장과 와사비에 찍어 먹는다. 이들 요리법은 비린내를 줄이고 블루길의 담백한 맛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블루길 손질 땐 주의가 필요하다. 먼저 날카로운 비늘과 지느러미를 조심해야 한다. 등지느러미와 가슴지느러미에 단단한 가시가 있어 맨손으로 만지면 다칠 수 있다. 손질법은 이렇다. 먼저 흐르는 물에 비늘을 긁어내고, 머리와 내장을 제거한다.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낼 땐 위쪽으로 칼을 넣어 아가미까지 한 번에 자른다. 지느러미는 가위로 잘라내고, 껍질을 벗기려면 뜨거운 물에 10초 담갔다가 꺼내 벗기면 쉽다. 비린내를 줄이려면 손질 후 소금물이나 레몬즙에 10분 담가두는 게 좋다. 낚시 직후 신선할 때 손질하면 맛이 더 좋다.

블루길 요리 맛은 어떨까. 생각지도 못한 뛰어난 맛에 깜짝 놀라는 사람이 많다.

블로그와 유튜브 후기 등에 따르면 블루길은 비린내가 거의 없고 잔가시가 적어 먹기 편하다. 큰입배스에 비해 기름기가 적고 손질도 쉬워 요리하기 좋다는 평이 많다. 살이 부드럽고 쫄깃하다. 흰살생선처럼 깔끔한 맛이 난다. 튀기면 바삭함과 고소함이, 구우면 육즙과 담백함이 돋보인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서구식 튀김에 최적화된 물고기란 말을 듣는다.

낚시인들 사이에선 농어 못지않게 맛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소금에 재워 프라이팬에 구우면 가자미와 비슷한 맛이 난다고 한다. 블루길을 단골 식재료로 활용하는 유튜버 ‘진석기시대’는 “회, 초밥, 매운탕 모두 훌륭하다”고 극찬했다. 한국 낚시 커뮤니티에서도 먹어보니 보물이었다는 내용의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2023년 한 온라인 설문에서 블루길을 먹어본 100명 중 87명이 “다시 먹고 싶다”고 답했다. 이는 크기가 작아 먹을 게 많지 않다는 단점을 뛰어넘을 만큼 블루길의 맛이 뛰어나다는 걸 보여준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한국인들이 블루길을 먹지 않는 건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선입견 때문이다.

'긴급상황!! 이게 말이된다고? 족대질 한번에 수백키로 잡히는 생태교란종!!'이란 제목으로 초짜낚시TV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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