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가난을 상징하는 슬픈 음식이었는데…요즘은 '인기 해장 메뉴'로 불리는 음식
2025-03-1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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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를 달래던 추억의 맛
한때 가난과 궁핍을 상징하던 '꿀꿀이죽'이 해장 음식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6·25전쟁 직후 피란민들이 허기를 채우기 위해 먹던 이 음식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해장 메뉴로 인기를 끌고 있다.
1950년대 6·25전쟁이 끝난 후 피란민들은 극심한 식량난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당시 주둔하던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잔반을 끓여 만든 음식이 바로 '꿀꿀이죽'이었다. 원래 돼지 사료를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한 이름이지만, 당시 굶주린 사람들에게는 값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귀한 식량이었다.
꿀꿀이죽은 미군 부대에서 나온 햄, 소시지, 감자튀김, 스팸, 빵, 수프 등을 한데 끓여 만든 음식이었다. 하지만 식용이 불가능한 이물질이 섞이기도 했고, 위생 문제가 심각했다. 1964년에는 꿀꿀이죽을 먹고 식중독에 걸리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이 음식은 배고픈 이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끼니였다. 196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꿀꿀이죽은 점차 사라졌고, 남은 미군 부대 식재료를 활용해 김치와 함께 끓인 부대찌개가 대체했다. 이후 부대찌개는 전국적으로 퍼지며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꿀꿀이죽은 현대로 넘어와 김치죽 등의 이름과 함께 해장 메뉴로 각광받고 있다. 김치죽은 경상도와 충청도 일대에서 '갱시기' 혹은 '갱죽'이라고 불리던 음식이다. 밥에 김치, 콩나물, 각종 채소를 넣고 푹 끓인 이 음식은 숙취 해소에 효과적이며, 아삭한 식감과 개운한 맛으로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콩나물과 김치를 활용한 해장김치죽은 해장국보다 가볍고 부담이 적어 술을 마신 다음 날 속을 편안하게 해준다. 특히 칼칼한 국물과 부드러운 밥알이 어우러져 숙취를 풀어주고 속을 달래는 데 제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때 절박한 생존을 위해 먹던 음식이 이제는 하나의 별미로 자리 잡았다. 꿀꿀이죽이 사라진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그 조리법과 정신은 김치죽과 같은 새로운 형태로 계승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