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특산종인 봄 상징 꽃... 그런데 나물로 먹을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
2025-03-1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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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차로, 잎은 나물로 만들어 먹는다는 개나리
봄이 오면 온 산하를 노란 물결로 뒤덮는 개나리가 있다. 길가에, 공원에, 산자락에서 꽃을 피우며 우리에게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개나리는 그저 아름답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단순히 눈을 즐겁게 하는 관상용 식물을 넘어 먹을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심지어 약으로도 쓰이는 다재다능한 식물이다. 흔히 ‘봄의 전령사’로 불리는 개나리는 그 이름만큼이나 우리 삶 가까이에 있지만, 정작 그 속을 들여다본 사람은 많지 않다. 개나리에 대해 알면 익숙한 꽃을 새롭게 만나보는 시간이 될 수 있다.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관목인 개나리의 학명은 포르시티아 코리아나(Forsythia koreana)다.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한국 특산종이다. 다만 중국산 개나리와 큰 차이가 없어 변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연교’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오래전부터 약용 식물로 활용돼 왔다.
개나리는 줄기가 길게 뻗어 사방으로 늘어지는 형태를 띠고, 줄기 속에는 계단 모양의 골속이 들어 있다. 잎은 마주나며 끝이 뾰족하고 밑부분은 쐐기형이다. 꽃은 암수딴그루로, 황색 꽃이 3개씩 모여 피는데, 그 모습이 화려해 관상용으로 사랑받는다. 한국에서는 개나리라는 이름이 가장 널리 쓰이지만, 지역에 따라 신이화, 영춘화, 어리자 같은 별칭도 있다. 흥미롭게도 평안도와 함경도 일부에서는 참나리의 뿌리를 식용으로 쓰며 맛없는 종류를 개나리라 부르기도 했는데, 이는 오늘 다룰 꽃 개나리와는 다른 맥락이다.
한국이 원산지인 까닭에 전국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산기슭의 양지에서 잘 자라지만, 양지와 음지 가리지 않고 적응력이 뛰어나다. 병충해와 공해에도 강해 도심 공원, 가정 정원, 도로변 등 다양한 장소에 심겨 있다. 높이는 보통 3m까지 자라며, 가지 끝이 아래로 쳐지는 특성이 있다. 개나리는 삽목으로 번식하기 쉬워 같은 개체가 대량으로 퍼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자연 상태에서 열매를 맺는 일은 드물다. 한국 외에도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분포하며, 관상용으로 재배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봄철이면 노란 꽃이 만발해 도시와 시골 풍경을 모두 밝게 물들인다.
개나리는 이른 봄,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우는 특징이 있다. 보통 3월 중순부터 4월 초순 사이에 개화가 시작된다. 지역과 기온에 따라 다르지만, 제주도 같은 남부 지역에서는 3월 초중순부터 꽃을 볼 수 있고, 중부 지방은 3월 말에서 4월 초, 강원도나 경기 북부 같은 산간 지역은 4월 초중순 이후에 피어난다. 2023년 자료에 따르면 제주 서귀포에서는 3월 15일쯤 개화가 시작됐고, 서울에서는 4월 초에 만개했다. 꽃은 피었다가 잎이 나오면서 급속히 지는데, 이 짧은 개화 시기가 개나리를 봄의 상징으로 만든다. 최근 기온 상승으로 개화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는 추세도 관찰된다.
개나리 꽃은 식용이 가능하다. 다만 독성이 없다고 확정된 게 아니라서 과식은 피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한국과 중국에서는 개나리 꽃을 소량씩 음식이나 술에 활용해왔다. 꽃에는 색소배당체가 함유돼 노란 색감과 독특한 향을 낸다. 개나리를 먹는다고 해서 즉각적인 해를 입지는 않지만 과학적으로 식용 안전성이 완전히 입증된 건 아니다. 그러니 호기심에 시도해 볼 수는 있어도, 주식으로 삼을 만큼 많이 먹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실제로 개나리 꽃을 먹는 문화는 약용 목적과 더 가깝게 연결돼 있다.
요리로 활용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개나리 꽃은 주로 술로 담가 먹는다.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봄철에 핀 개나리 꽃을 따서 깨끗이 씻은 뒤 소주 1리터에 500g 정도를 넣는다. 용기를 밀봉해 그늘에서 2개월 정도 숙성하면 된다. 그러면 노란빛이 우러난 향기로운 술이 완성된다. 이 술은 식전이나 취침 전에 한두 잔 마시면 미용과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여성들이 피부 미백 효과를 기대하며 즐겼다는 기록이 있다. 꽃 자체를 음식에 넣는 경우는 드물지만 중국에서는 연교차라는 이름으로 꽃잎을 차로 우려 마시기도 했다. 개나리 열매로 만든 연교주는 소주 1리터에 말린 열매 200g을 넣고 3개월 숙성시켜 완성하는데, 이 역시 건강 음료로 인기가 있었다.

개나리순으로 나물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개화 직후에 돋아나는 어린 순이 재료로 적당하다. 크기가 2~3cm 정도 됐을 때가 딱 좋다. 너무 길게 자라면 질겨져 맛이 떨어진다. 채취할 때는 공기 오염이 없는 산속이나 깨끗한 장소에서 따야 한다. 차 다니는 도로변 개나리는 절대 쓰면 안 된다. 3월 말에서 4월 초 개나리가 꽃을 피우고 난 뒤 바로 어린 순을 따는 게 이상적이다.
개나리순을 따왔다면 깨끗이 씻는다. 흙이나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흐르는 물에 여러 번 헹구는 게 중요하다. 그 다음엔 데치는 과정에 들어간다. 끓는 물에 순을 넣고 1, 2분 정도만 살짝 데친다. 너무 오래 데치면 맛과 영양이 다 빠져나가니 주의해야 한다. 데친 뒤에는 찬물에 헹궈서 식히고, 물기를 짜낸다.
이제 양념을 준비한다. 스크립트에서는 된장으로 무치는 방법을 추천한다. 된장 1숟가락에 참기름 약간, 깨소금 조금을 섞는다. 들깨가루를 듬뿍 넣으면 고소함이 더해져서 맛이 한층 올라간다. 데친 개나리순을 양념에 버무려서 잘 섞으면 된다.
맛은 어떨까? 개나리순은 약간 쌉싸름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난다. 된장의 짭짤함과 들깨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나물 특유의 향이 살아난다. 쓴맛을 싫어한다면 데치는 시간을 조금 늘리거나 양념을 더 강하게 하면 된다. 한 접시 정도 만들어 먹으면 봄철 입맛을 돋우는 별미가 된다.
주의할 점도 있다. 개나리순은 소화기가 약하거나 종기가 있는 사람, 임산부는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약용으로는 개나리의 어떤 부위가 어떻게 쓰일까. 개나리는 한방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약재다. 주로 열매가 약으로 쓰이는데, 이를 연교라고 부른다. 말린 열매는 열을 내리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한의학에서는 감기, 발열, 목의 염증, 피부 질환 치료에 사용했다. 특히 열매껍질에서 추출한 물질에 항균 성분이 있어 약리 효과가 입증되기도 했다. 경북 의성 지역에서는 ‘의성개나리’라는 약개나리를 대량 재배한 적이 있는데, 현재는 가격 하락으로 재배가 줄었다. 열매 외에도 뿌리는 ‘연교근’, 줄기와 잎은 ‘연교지엽’이라 불리며 약용으로 활용된다. 뿌리는 지사제로, 줄기와 잎은 신경통이나 학질 치료에 민간요법으로 썼다. 꽃 역시 소량으로 차나 술에 넣어 해열과 해독 효과를 기대하며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