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큰 문제” 꾹 참던 홍명보 감독, 10일 작심하고 던진 '한마디'

2025-03-1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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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축구 국가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일침 날린 홍명보 감독
최근 경기장 잔디 논란으로 시끄러운 한국 축구계

'논두렁 잔디' 논란이 한국 축구계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이번 사태에 일침을 가했다. 10일 열린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홍 감독은 "종사자분들께 부탁드린다"며 빠른 개선을 촉구했다.

한국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 / 뉴스1
한국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 / 뉴스1

홍 감독은 "요즘 축구는 기술적·전술적으로 수준이 높다. 가장 중요한 잔디가 받쳐주지 못한다면 굉장히 큰 문제"라며 경기장 잔디 상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물론 어떤 사람들에게는 잔디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들은 다르다. 잔디는 한 팀의 축구 수준까지 결정할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홍 감독은 직접 잔디 관리 종사자들을 향해 "잔디를 관리해 주시는 종사자분들께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 좋은 잔디에서 축구 경기를 하면 더 좋은 경기력이 나오고, 결국 팬들도 더 즐겁게 축구를 즐길 수 있다고 100% 확신한다"며 간곡히 개선을 호소했다.

앞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김천 상무의 K리그 3라운드 경기는 '빙상장'에 비유될 정도로 미끄러운 잔디 상태 때문에 선수들이 제대로 된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이날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은 공을 컨트롤하기보다 넘어지지 않는 데 더 집중해야 했고, 결국 경기는 답답한 흐름 속에 0-0 무승부로 끝났다.

양 팀 감독들은 경기 후 "잔디가 최악이라 준비한 축구를 펼칠 수가 없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국내 축구 경기장의 열악한 잔디 관리 수준이 드러나면서 국내 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도 불만을 표했고, 국제 망신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까지 불거졌다.

잔디 문제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전북 현대는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부터 홈구장인 전주월드컵경기장의 잔디가 기준에 미달한다는 판정을 받아 AFC 챔피언스리그2(ACL2) 홈 경기를 170km나 떨어진 용인으로 옮겨 치러야 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러한 문제는 축구 국가대표팀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본래 축구 국가대표 A매치 경기의 주요 개최지인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잔디 문제로 긴급 복구에 들어가면서, 대표팀은 오는 3월 20일 오만과의 경기를 고양에서, 25일 요르단과의 경기를 수원에서 치르게 됐다. 이로 인해 6만 명 이상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이점을 활용하지 못하게 됐고,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기념하는 행사도 서울이 아닌 다른 도시에서 개최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 선수 역시 지난해 9월 잔디 문제에 대해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팬들이 보기에도 볼 컨트롤과 드리블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 부분(잔디)이 하루빨리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과 주장 손흥민이 훈련 도중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 대한축구협회 제공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과 주장 손흥민이 훈련 도중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 대한축구협회 제공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를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은 비판이 거세지자 "예산을 3배 투입하여 이번 달 말까지 잔디를 정상화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미 대표팀의 경기 일정이 변경되고, K리그 팀들이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늦은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축구계에서는 이번 잔디 논란을 계기로 국내 축구장 인프라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제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기량 발전뿐만 아니라 그들이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의 이번 발언은 단순한 불만 표출이 아닌,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한 기본적인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중요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으로 잔디 관리를 포함한 경기장 시설 개선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축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튜브, KBS News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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