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특산인 줄 알았는데... 울릉도·독도에도 엄청나게 서식한다는 생선

2025-03-1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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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독도 열대·아열대성 물고기 급증

어렝놀래기 회 / 목포MBC 유튜브
어렝놀래기 회 / 목포MBC 유튜브

울릉도와 독도의 물고기 주종이 바뀔 수도 있을 듯하다. 울릉도와 독도 주변 바다가 따뜻해지면 제주도 등 따뜻한 곳에서 볼 법한 어렝놀래기 등 열대·아열대성 물고기 종류가 급증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9일 국립생물자원관이 공개한 '울릉도와 독도 생물다양성 특성 연구(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수중 육안 확인법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울릉도와 독도 주변 바다에서 119종의 연안 천해성 어류, 즉 얕은 바다에 주로 사는 물고기들이 확인됐다.

이 조사는 시기별로 진행됐는데, 수온이 평균 10도 정도로 낮은 4월에는 52종이 관찰됐고, 평균 수온이 24도 안팎인 고수온기 9월에는 105종이 관찰됐다. 고수온기에 관찰된 어류 종 수가 저수온기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던 셈이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수온 상승이 울릉도와 독도 주변 바다의 어류 종 수 증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수온 변화에 따라 울릉도와 독도 주변에 나타나는 어종은 확연히 달랐다. 울릉도에서 저수온기인 4월에는 온대성 어류가 59.5%, 열대·아열대성 어류가 37.8%로 조사됐지만, 고수온기인 9월에는 온대성 어류 비중이 23.9%로 줄고 열대·아열대성 어류가 73.9%로 급증했다.

독도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였는다. 저수온기에는 온대성 어류 58.5%, 열대·아열대성 어류 23.9%였던 것이 고수온기에는 온대성 27.1%, 열대·아열대성 73.9%로 뒤바뀌며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이는 수온이 올라가면서 온대성 어류의 비중이 줄고 열대·아열대성 어류가 대거 유입됐음을 뜻한다.

특히 독도 주변에서 가장 많이 관찰된 어류 3종을 보면, 저수온기에는 온대성 어류인 가막베도라치와 개볼락, 그리고 아열대성 어류인 자리돔이 주를 이뤘다. 반면 고수온기에는 열대·아열대성 어류인 자리돔과 어렝놀래기, 그리고 온대성 어류인 돌돔이 상위 3종으로 바뀌었다.

이 가운데 어렝놀래기는 난류의 영향을 받는 제주도와 남해의 암초 밭에 주로 서식하는 어종이다. 식용이 가능하다. 회나 튀김으로 요리해 먹는다. 어렝놀래기는 특유의 아름다운 무늬와 우아한 자태로 '바다의 신사'로 불린다.

어렝놀래기 / 박과장TV 유튜브
어렝놀래기 / 박과장TV 유튜브

어렝놀래기는 농어목 놀래기과의 바닷물고기다. 주로 한국, 일본, 중국 등지의 연안에서 서식한다. 몸길이는 20cm 정도다. 눈은 크고 입은 작으며, 위턱의 뒤끝은 눈의 앞가장자리를 지난다. 양 턱에는 작은 이빨이 띠를 형성하며, 아가미뚜껑뼈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어렝놀래기의 가장 큰 특징은 그 화려한 무늬이다. 몸은 전체적으로 황갈색 바탕에 불규칙한 갈색 무늬가 흩어져 있으며, 배쪽은 연한 노란색을 띤다. 또한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는 붉은색을 띠고, 뒷지느러미는 연한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 줄무늬가 있다. 꼬리지느러미는 짙은 갈색을 띠며, 끝이 둥글다.

어렝놀래기의 생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많은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주로 바위나 암초가 많은 연안 지역에서 발견되며,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육식성으로, 작은 물고기나 갑각류, 연체동물 등을 먹이로 삼는다.

가막베도라치는 주로 우리나라 동해와 남해 연안에서 많이 잡히는 물고기로, 울릉도와 독도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식용 가능하다. 비린내가 적고 살이 단단해 구이나 찜으로 요리하면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가막베도라치 /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가막베도라치 /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개볼락은 동해와 남해, 제주도 연안에서 많이 잡히는 온대성 어류다. 회나 구이로 즐겨 먹는다. 특히 겨울철에 살이 통통해져 회로 먹으면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자리돔은 제주도와 남해 등에서 잡힌다. 특히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아열대성 특성을 갖고 있다. 기름기가 적어 구이로 요리하면 고소한 맛이 돋보인다.

돌돔은 동해와 남해, 제주도 등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잡히는 온대성 어류로, 식용이 가능해 회, 구이, 매운탕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된다.

보고서는 "울릉도와 독도 주변 해역의 어류 서식에 대한 연구는 해양 지리학적 여건 탓에 많지 않았지만, 최근 3~4년간 수중 조사를 통해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고 있음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수온 상승에 따라 종 구성이 변화하고 열대·아열대성에 해당하는 새로운 종의 유입이 많이 늘어나는 특징을 보이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 이전까지 울릉도 주변 바다에서 확인된 어류는 172종, 독도 주변에서는 201종이었는데, 이번 연구에서 울릉도 12종, 독도 20종이 새로 추가돼 각각 184종, 221종으로 늘었다. 새로 확인된 어류들은 대부분 열대·아열대성 종으로, 수온 상승이 이들 어류의 유입을 촉진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수온이 상승하면서 종 구성이 변화하고 열대·아열대성 종의 유입이 많이 늘어나는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향후 기후 변동에 따른 동해 수온 상승으로 연안성 어류의 이동과 분포 변화가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보다 면밀한 조사와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관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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