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온탕서 여성 3명 감전사... 업주가 “난 책임 없다”며 한 말 (세종)

2025-03-1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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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전차단기 설치 의무 없는 시설”

2023년 12월 24일 오전 목욕탕 여탕 내 감전 사고로 사상자 3명이 발생한 세종시 조치원읍의 한 목욕탕 입구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 연합뉴스
2023년 12월 24일 오전 목욕탕 여탕 내 감전 사고로 사상자 3명이 발생한 세종시 조치원읍의 한 목욕탕 입구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 연합뉴스
목욕탕 수중 안마기 모터 절연체 손상으로 전기가 흘러 이용객 3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목욕탕 업주 최 모 씨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최 씨 변호인은 10일 대전지방법원 형사 10단독 심리로 열린 업무상과실치사 형의 첫 공판에서 "수중 안마기 내부 절연체 누전으로 손님이 사망했다면 업무상 과실은 제조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피고인에게 공소사실과 같은 책임을 묻는 건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1981년부터 운영된 목욕탕은 누전차단기 설치 의무가 없는 시설이고 수중 안마기 사용 연한도 정해져 있지 않다"며 "절연체 누전 시점을 알 수 없어 최 씨는 전기 전문가가 아니라 오래 써도 절연체 손상을 예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최 씨에게 "변호인 의견과 같으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피해자 측은 이의를 제기했다. 피해자 변호사는 "민사소송이 3년째 진행 중인데 최 씨의 제대로 된 사과도 없고 피해복구도 안 됐다"고 "최근 최 씨 측이 소송 청구금액 조정안을 제시하며 합의를 시도했지만 수긍하기 어려운 이유로 결렬됐고 공판 직전 합의 불가 의사를 전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 재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고 피해자들을 농락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해자 변호인 의견을 받아들여 증인신문 후 결심 전 유가족 의견을 듣기로 했다.

최 씨는 2023년 12월 24일 오전 5시 37분께 세종시 조치원에서 운영하는 목욕탕 여탕 온탕에 전기가 흘러 70대 여성 이용객 3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수중 안마기 모터 전선 절연체 손상으로 전류가 배관을 따라 온탕으로 흘렀다고 봤다. 경찰 조사 결과 모터는 27년 전 제조된 제품으로 누전 차단 기능이 없었고, 목욕탕 전기설비에도 누전 차단 장치가 없었다. 최 씨는 2015년 목욕탕 인수 후 노후 모터 점검을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는 2023년 12월 24일 새벽 세종시 조치원읍 죽림리 모텔 건물 지하 1층 여탕에서 발생했다. 온탕에 몸을 담갔던 김 모(사고 당시 71세) 씨, 이 모(사고 당시 71세) 씨, 박 모(사고 당시 70세) 씨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탈의실에 있던 여성이 이를 보고 119에 신고했다. 목격자는 "탕에 있던 이들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쓰러졌다"고 전했다. 당시 여탕엔 몇 명이 더 있었지만 온탕에 들어간 3명만 피해를 입었다. 이들은 지인 관계가 아니었다. 소방 당국은 현장 도착 시 3명 모두 심정지 상태였다. 병원 이송 후 2명이 먼저 숨졌으며 나머지 1명도 끝내 사망했다. 경찰과 소방, 전기안전공사는 온탕으로 전기가 흘러 감전됐다고 판단했고 이후 합동 감식으로 누전 원인을 조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감식에 참여했다.

사고 목욕탕은 1984년 지어져 2003년 세종시에 목욕장업으로 신고된 곳이다. 지하 1층은 여탕, 지상 1층은 카운터와 남탕, 2~3층은 모텔로 사용됐다. 2023년 6월 전기안전공사 점검에선 문제가 없었다. 세종시는 사고 후 지역 내 목욕탕 20여 곳의 전기안전을 점검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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