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미키 17' 북미 극장가 1위인데… 웃지 못하는 이유
2025-03-10 09:33
add remove print link
수익은 기대에 못 미쳐…제작비 회수 의문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 17'이 지난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한국 감독으로는 최초로 세운 기록이다. 다만 개봉 첫 주 흥행 수입이 기대보다는 못해 거액의 제작비를 회수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봉 감독의 '미키 17'은 지난 7일 개봉해 주말 사흘간 북미 3807개 상영관에서 1910만달러(약 276억9000만원)의 티켓 수입을 올려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고 9일(현지 시각) 할리우드 매체 버라이어티 등이 보도했다.
북미 외에서는 3420만달러를 벌어 전 세계 흥행 수입 5330만달러(약 772억7000만원)를 기록했다.
앞서 업계에서는 이 영화의 개봉 첫 주 북미 수입을 최대 2000만달러가량으로 예상했다.
영화의 흥행 성적이 예상에 못 미쳐 투자배급사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가 투입한 제작비 1억1800만달러(약 1710억8000만원)를 회수하기에 역부족으로 보인다고 미국 매체들은 지적했다.
첫 주 성적은 영화의 장기 흥행 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다.
버라이어티는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마케팅에 8000만달러(약 1160억원)를 추가로 쓴 '미키 17'이 극장 개봉 기간 흑자를 내려면 전 세계에서 약 2억7500만∼3억달러(약 3987억∼4349억원)의 수익을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통 블록버스터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제작비의 약 2.5배 이상의 글로벌 수익을 기록해야 한다.
'미키 17'은 시장조사업체 시네마스코어의 현장 관객 대상 조사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B' 등급을 받았다. 시네마스코어의 영화 등급은 A∼F 중 매겨지는데, 보통 주요 흥행작들은 대부분 A 등급을 받는다.
워너브러더스의 글로벌 배급 담당 제프 골드스틴 사장은 "(전세계 수입) 5300만달러로 시작한 것은 좋은 숫자"라면서도 "비용과 비교할 때는 더 도전적이다"라고 평가했다.
AP통신은 앞으로 몇 주간 ‘미키 17’에 대적할 큰 경쟁작이 없어 투자배급사 측이 '장기적인 게임'을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주말 북미 극장가에서는 경쟁작이었던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가 개봉한 지 거의 한 달이 지난 데다 대형 배급사가 개봉한 신작은 ‘미키 17’이 유일했다.
한편 ‘미키 17’은 봉 감독이 ‘기생충’으로 2020년 아카데미(오스카상)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이후 5년 만에 개봉하는 신작이어서 할리우드에서도 관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