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주로 먹는데... 한국에서도 극단적으로 호불호 갈리는 나물
2025-03-1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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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비린내 때문에 역하다는 반응도 밚은 한국 식재료

봄의 기운은 식탁에서부터 감지된다. 냉이부터 달래까지 식탁을 푸르게 물들이는 봄나물은 봄의 전령사다. 봄나물은 싱그러운 맛과 지친 몸을 깨우는 영양으로 한국인들 사이에서 널리 사랑받는다. 그런데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심하게 나뉘는 봄나물이 있다. 바로 돌나물이다. 돌나물에 대해 알아봤다.
돌나물은 돌나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다육식물이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돌 위나 바위틈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유명하한 나물이다. 한국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식용과 약용으로 활용해 왔다. 돌나물이라는 이름은 돌이 많은 곳에서 자라는 특성에서 유래했다. 돈나물, 돗나물, 석상채, 불갑초 등 다양한 별칭으로도 불린다. 특히 불갑초라는 이름은 조선시대 불교 배척 운동 당시 목이 잘린 불상을 돌나물이 덮어 보호해 줬다는 전설에서 비롯됐다. 학명은 ‘Sedum sarmentosum Bunge’. 속명 Sedum은 라틴어 sedes(앉다)에서 나왔다. 바위에 자리 잡고 자라는 특성을 반영한다. 종소명 sarmentosum은 ‘덩굴줄기가 있는’이라는 뜻을 지닌다.
돌나물은 주로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전국 산야와 들판, 특히 양지바른 돌 틈이나 바위 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줄기가 땅을 따라 옆으로 뻗으며 마디마다 뿌리를 내리는 반포복성 식물이다. 잎은 긴 타원형 또는 피침형으로 3개씩 돌려난다. 잎 길이는 1.52cm, 폭은 0.30.6cm 정도로 두툼하고 다육질이다. 꽃은 5, 6월에 줄기 끝에서 별 모양의 노란색으로 핀다. 꽃잎은 5장, 지름은 6~10mm 정도다. 건조하고 척박한 환경에 강한 적응력을 보여 뽑아놔도 쉽게 말라죽지 않고 다시 뿌리를 내릴 정도로 번식력이 뛰어나다.
한국에서는 돌나물을 전통적으로 봄철 식재료로 활용해 왔다. 이른 봄에 돋아난 새순을 따서 물김치나 겉절이, 초무침으로 만들어 먹는 경우가 많다. 물김치는 돌나물의 담백하고 아삭한 맛을 살리는 대표적인 조리법이다. 새콤한 국물과 함께 밥반찬으로 즐긴다. 생으로 초고추장에 찍어 비빔밥 재료로 쓰거나 샐러드드레싱을 곁들여 먹기도 한다. 다른 봄나물과 달리 데치지 않고 생으로 먹는 경우가 많아 씹을 때 나는 아삭한 식감과 향긋한 풀내음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비닐하우스 재배로 연중 생산이 가능해져 도시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게 됐고, 음식점에서는 비빔밥이나 반찬으로 내기도 한다.
외국에서는 돌나물을 식용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드물다. 중국에서는 주로 한약재로 쓰이며, 말린 줄기와 잎을 차로 끓여 마시거나 상처 치료에 생즙을 바르는 식으로 사용한다. 일본에서는 관상용이나 정원용으로 재배되는 경우가 많고, 서양에서는 거의 식용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다만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 한국의 돌나물 요리법이 조금씩 알려지며 생채나 샐러드로 시도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돌나물을 키우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이 식물은 햇빛이 잘 들고 배수가 좋은 토양을 좋아한다. 과습만 피하면 어디서든 잘 자란다. 물빠짐이 좋지 않은 곳에서는 뿌리가 썩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집에서 재배할 때는 화분에 심어 햇볕이 드는 곳에 두고, 흙이 마르면 물을 주는 정도로 관리하면 된다. 번식은 포기나누기나 꺾꽂이로 쉽게 할 수 있다. 줄기 마디에서 뿌리가 나와 옆으로 퍼지기 때문에 한 포기만 심어도 금세 번진다. 병충해는 거의 없지만 여름철 달팽이 피해가 있을 수 있기에 석회분말을 뿌려 방제한다. 과밀 재배 시 연부패병(무름병)이 생기면 솎아주는 작업을 해줘야 한다. 겨울에는 실내로 들이거나 퇴비와 짚으로 덮어 보호하면 된다. 비닐을 씌우면 연중 새순을 수확할 수 있어 텃밭이나 분화 재배로도 적합하다.
돌나물의 제철은 주로 봄이다. 3, 4월에 새순이 돋아나며 이 시기에 수확한 것이 가장 연하고 맛이 좋다. 하지만 연중 재배가 가능해지면서 계절에 상관없이 먹을 수 있게 됐다. 전통적으로는 봄철 입맛을 돋우는 나물로 사랑받았고, 이때 수확한 돌나물이 영양과 맛 면에서 최적이으로 여겨진다. 요즘 인터넷몰에서 4kg 상자당 2만원 안팎에 팔린다.
한국인들 사이에서 돌나물은 호불호가 꽤 갈리는 식재료다. 맛과 식감, 그리고 향에 대한 선호도가 사람마다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사람들은 돌나물의 아삭하고 담백한 식감과 은은한 풀내음을 입맛을 살리는 매력으로 꼽는다. 특히 물김치나 초무침으로 먹을 때 새콤함과 어우러진 깔끔한 맛이 더해져 밥도둑으로 통한다. 하지만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 풀내음을 비리게 여기거나 쓴맛처럼 느낀다. 생으로 먹는 특성상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풋풋한 향이 강하게 다가와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다육질 잎의 살짝 미끈한 질감이 혀에 낯설게 느껴지거나 씹을 때 나는 소리가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어린 순은 연하지만 조금 자란 돌나물은 질기거나 섬유질이 느껴져 먹기 불편하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게다가 돌나물이 대중적인 채소로 자리 잡지 못하고 들에서 나는 야생 식물로 인식되다 보니 현대적인 식문화에 익숙한 젊은 층에게는 생소하거나 촌스럽게 여겨지기도 한다. 반면 나이 든 세대는 전통적인 맛과 건강식으로 여기며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세대 간 취향 차이도 크다. 이런 이유로 돌나물은 누군가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봄의 맛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피하고 싶은 식재료다.
돌나물의 영양 성분은 매우 풍부하다. 100g당 단백질 1.3g, 당질 1.6g, 지질 0.3g, 식이섬유 1.1g을 비롯해 칼슘 212mg, 철분 2.3mg, 베타카로틴 717㎍, 비타민 C 26mg, 칼륨 154mg 등이 들어 있다. 열량은 11kcal로 매우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주목받는다. 칼슘 함량이 높아 뼈 건강에 좋다. 비타민 C는 항산화 효과와 피로 회복에 도움을 준다. 섬유질은 적지만 인산이 풍부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기여한다.
약용으로도 뛰어난 효능을 발휘한다. 해열, 해독, 소염 작용이 있어 급만성 간염, 황달, 인후염, 기관지염, 화상, 벌레 물린 상처 등에 쓰인다. 돌나물에 들어 있는 사르멘토신(sarmentosin) 성분은 간 보호와 간염 치료에 효과적이다. 알칼로이드와 세도헵툴로오스(sedoheptulose), 자당, 과당 같은 성분도 포함돼 있다. 민간에서는 생즙을 곪은 상처에 바르거나 볼거리 치료에 먹기도 했다. 연구에 따르면 폐경기 여성의 고지혈증, 피부 탄력 감소, 골다공증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혈액순환을 촉진해 통증과 부종을 줄이고,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의 알러지성 피부염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