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사람이라면 다 아는…배추값 상승하자 한때 대체품으로 급부상한 '음식'
2025-03-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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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맛을 잇는 전라도의 숨은 보물
배추값이 급등하자 주목받은 대체 김치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유독 인기를 끌었던 것이 바로 고들빼기김치다. 특유의 쌉쌀한 맛과 아삭한 식감으로 전라도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음식이지만, 전국적으로는 아직까지도 생소하게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고들빼기 재배량이 늘어나면서 계절과 관계없이 즐길 수 있게 됐고, 자연스럽게 그 인지도도 상승하고 있다.
고들빼기는 본래 우리나라 전역의 야산에 자생하는 식물로, 약용과 식용으로 모두 활용됐다. '동의보감'에서는 이를 '고채'라고 기록하며, 소화에 도움을 주고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조선 시대의 기록에도 고들빼기가 등장하는데, '조선왕조실록'에서는 1796년 정조 때 '고돌박'이라는 이름으로 언급됐다. 헌종 시대의 가사 '농가월령가'에서도 "고들빼기 씀바귀요, 소로장이 물쑥이라"는 구절이 등장하며, 당시에도 흔한 들나물로 여겨졌음을 알 수 있다.
고들빼기김치는 예전부터 전라도 지역에서 김장김치의 한 종류로 담가 먹던 음식이었다. 김장철이면 고들빼기를 소금물에 절이거나 물에 담가 돌로 눌러 7~8일간 삭히는 과정을 거쳐 쓴맛을 빼고, 이후 멸치젓국에 고춧가루, 다진 마늘, 다진 생강, 설탕, 통깨 등을 넣어 만든 양념에 버무려 완성했다. 실파와 밤을 함께 넣으면 감칠맛이 더욱 살아나고, 숙성될수록 깊은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완성된 고들빼기김치는 엉키지 않도록 돌돌 말아 옹기에 눌러 담아 푹 익힌 후 먹는다.
고들빼기김치는 배추김치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다. 배추김치보다 아삭한 식감이 강하고, 특유의 쓴맛이 숙성되면서 감칠맛으로 변한다. 특히 밥반찬으로 제격이며, 고기와 곁들여 먹어도 잘 어울린다. 쌉쌀한 맛 덕분에 입맛이 없을 때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전라도 지역에서는 배추값이 폭등할 때마다 배추김치를 대신해 김장김치로 고들빼기김치를 담그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여수 지역에서 돌산갓과 함께 고들빼기가 특산물로 재배되면서, 사계절 내내 고들빼기김치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겨울철 한정으로 먹을 수 있었던 김치였지만, 재배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국적으로 유통이 확대되고 있다. 전통적인 방식 그대로 담가 판매하는 곳도 늘어나면서, 배추김치에 익숙한 소비자들도 새로운 김치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고들빼기김치는 단순한 김치를 넘어 건강식으로도 주목받는다. 고들빼기 자체가 섬유질이 풍부하고 항산화 성분이 많아 장 건강과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발효 과정에서 유산균이 풍부하게 생성돼 장내 미생물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건강적인 요소까지 더해지면서, 고들빼기김치는 최근 웰빙 식품으로도 인식되고 있다.
배추김치가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한 번 맛을 들이면 그 개성 있는 맛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겨울철 별미로 자리 잡았던 고들빼기김치가 이제는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