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맵다는데... 한국인은 "고춧가루가 들었어?" 당황하는 한국라면
2025-03-1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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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매운맛 척도가 박살 난 증거' 게시물 화제

'한국인의 매운맛 척도가 박살 난 증거'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루리웹 유머 게시판에 올라온 이 게시물은 한 누리꾼이 X에 올린 글과 코리안브로스 유튜브 채널 영상을 캡처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X 이용자는 농심 튀김우동을 언급하며 "한국인들의 매운맛에 대한 마비는 불닭볶음면 같은 게 나올 필요도 없이 튀김우동 정도면 정리된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이걸 매운 라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이거에 매운맛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리안브로스 유튜브 채널은 3년 전 '외국인들은 정말 튀김우동을 매워할까?!'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외국인들이 튀김우동을 맵게 여긴다는 사실을 전했다. 영상에서 일본 출신 유리에는 "이거 진짜 아프다"라며 튀김우동을 먹은 직후 매운맛에 놀란 반응을 보였다. 그는 "가운데가 맵다"며 끝맛에서 느껴지는 자극적인 맛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영국 출신 이야누도 "끝맛이 약간 지리탕 국물 같다"며 "아주 조금 매운 느낌"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튀김우동에서 예상치 못한 매운맛을 감지한 것이다.
유리에는 일본에서 매운 음식을 즐겨 먹지 않는다며 "일본 음식은 자극적인 맛이 아예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튀김우동을 먹고 "(우동인데) 이게 어떻게 매울 수가 있나"라며 매운맛의 강도에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매운 음식을 잘 먹는다"고 자신한 이야누도 튀김우동을 먹은 뒤 "조금 자극이 느껴진다"며 미묘한 매운맛을 인정했다.
농심 튀김우동은 한국인들 사이에서 매운맛으로 분류되지 않는 라면이다. 한식 커뮤니티 리뷰에서도 매운맛이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유리에와 이야누는 이 라면에서 매운맛을 감지했다. 유리에는 "후춧가루랑 고춧가루가 있다"며 매운맛의 원인을 특정했고, 이야누는 "끝맛이 매운 게 대타협 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해당 유튜브 영상에는 "튀김우동이 맵다는 발상 자체가 신선하다", "튀김우동에 매운맛이 존재했다니 충격적이다", "오늘은 자극적인 걸 피하려고 튀김우동을 골랐는데", "튀김우동에서 매운맛을 느낀다는 것이 놀랍긴 하다. 우린 혀의 매운맛을 느끼는 부분이 덜 발달된 건지 아니면 퇴화된 건지 모르겠다", "튀김우동에 후추가 있다는 건 어느 정도 예상했는데 고춧가루가 있었구나", "우리의 미각은 마비된 게 아닌지 의문이 든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농심 튀김우동의 스코빌 지수는 310이다. 튀김우동은 진한 가쓰오부시 국물과 고소한 튀김 건더기가 어우러진 우동 라면으로, 겨울철 인기 제품 중 하나로 꼽힌다. 국물은 가쓰오부시와 미역을 우려내 깊고 개운한 감칠맛을 살렸다. 면발은 굵고 쫄깃한 식감을 구현해 우동집에서 맛볼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었다. 건더기는 튀김, 맛살, 미역, 파 등이 포함돼 풍성한 식감을 제공하며, 튀김 건더기는 후첨 방식으로 제공돼 바삭한 식감을 유지한다. 큰사발면과 봉지면으로 출시돼 있다.
농심에 따르면 스코빌 지수는 캡사이신 농도를 계량화한 수치다. 0에서 시작해 매울수록 수치가 높아진다. 매운맛의 대명사로 유명한 청양고추의 스코빌 지수는 약 4000~1만이다. 먹방 유튜버들 사이에서는 스코빌 지수가 높은 매운 음식에 도전하는 '매운맛 챌린지'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인기 콘텐츠다. 세상에서 가장 매운 과자로 알려진 파퀴 칩스의 스코빌 지수는 무려 220만이다. 방송인들 사이에서는 파퀴 칩스를 한 개 먹고 5분을 버티는 '원 칩 챌린지'가 유행하기도 했다. 이런 매운맛 챌린지는 MZ세대들 사이에서 '맵당당'과 '맵찔이'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흔히 매운맛이라고 부르는 감각은 사실 '맛'이 아니다.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기본적인 맛은 단맛, 신맛, 쓴맛, 짠맛, 감칠맛 다섯 가지다. 매운맛은 미각이 아니라 통각에서 느끼는 일종의 고통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고통이 매운맛에 중독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매운맛의 고통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몸은 엔도르핀을 분비한다. 엔도르핀이 분비될 때 느끼는 쾌감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다. 이런 반응이 반복되면서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매운 음식을 찾게 되고 점점 더 강한 매운맛을 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