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만 먹는 줄 알았는데…사실 우리 조상들도 잘 먹었다는 '대반전' 식재료
2025-03-0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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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식탁의 숨겨진 향신료의 비밀
고수는 흔히 중국, 동남아, 남미 요리에 많이 쓰이는 대표적인 향신료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의외로 한국에서도 오래전부터 사용됐으며, 특히 사찰음식과 김치, 나물 요리 등에 활용돼 왔다. 중국이나 베트남, 태국 음식에서만 접할 수 있을 것 같던 고수가 사실 우리 조상들의 식탁에도 올라왔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놀라움을 안기는 반전일 수 있다.

고수는 원산지가 지중해 동부 연안으로 알려져 있으며, 유럽과 아시아, 남북미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다. 강하고 독특한 향 덕분에 음식의 풍미를 살리는 것은 물론, 고기 요리의 누린내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강한 향 때문에 빈대 냄새가 난다는 뜻에서 '빈대풀'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고, 사람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식재료로 자리 잡았다.
고수가 한국에서 언제부터 사용됐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세종실록지리지'에 따르면 이미 조선 초기에 경상도 지역의 토산물 목록에 포함돼 있었다. 다만 당시에는 약재로 주로 사용됐으며, 식재료로 조리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향약집성방'에서도 고수는 소화를 돕고 오장을 편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소개되며, 빈혈과 장 건강에 도움이 되는 약초로 여겨졌다. 특히 고수의 씨앗은 '호유자'라 불리며, 두통 완화나 발진을 유도하는 치료제로 활용됐다.

고수는 불교와 관련이 깊어 사찰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도가 전통에서는 고수를 수행자들이 피해야 할 '오신채'에 포함했지만, 불교에서는 오히려 사찰 텃밭에서 직접 기를 정도로 스님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었다. 대표적인 사찰음식 중 하나로 고수김치가 있는데, 이는 황해도 지방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음식으로 전해진다. 또한, 경상도와 전라도 일부 지역에서는 김치를 담글 때 고수를 양념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고수는 김치의 발효 속도를 늦추고 보관 기간을 늘리는 효과가 있어 오래전부터 활용돼 왔다.
고수를 나물로 먹을 때는 5~6cm 길이로 잘라 고춧가루, 참기름, 깨소금, 식초, 다진 마늘, 간장 혹은 멸치액젓, 매실청 등을 넣고 무쳐 겉절이 형태로 즐긴다. 그 자체로 향이 강하기 때문에 콩나물 줄기나 무채, 얇게 썬 양파 등을 함께 섞으면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더욱 맛있어진다. 김치로 담글 때는 하룻밤 찬물에 담가 독특한 향을 약간 빼고 바지락, 조개젓, 황새기젓 등을 넣어 버무리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고수의 향이 부담스럽다면 배추와 섞어서 섞박지 형태로 만들어도 좋다.

고수는 단순한 향신료가 아니라 건강에도 유익한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고수가 몸의 열을 내려주고 소화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또한, 당뇨와 요로결석 예방에 도움이 되며, 항균 작용이 뛰어나 식중독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특히 고수 씨앗에서 추출한 오일은 식중독균을 포함한 여러 세균을 제거하는 항균 성분이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후추나 마늘과 유사한 방부 효과를 지녀 동남아 지역에서 고수가 거의 모든 음식에 들어가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물론 고수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식재료이기도 하다. 한의학에서는 고수를 많이 먹으면 건망증이 생기고, 쑥과 함께 먹으면 좋지 않으며, 임산부가 과다 섭취하면 난산할 수 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적당량을 즐기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