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 일제히 하락한 결정적인 이유

2025-03-07 15:20

add remove print link

“몰수한 것만 비축” 소식에 시장 실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트럼프 대통령 X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트럼프 대통령 X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비트코인 전략 비축을 현실화했지만,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추가 매입은 빠져 시장에 실망을 안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Strategic Bitcoin Reserve)’과 ‘미국 디지털 자산 비축(U.S. Digital Asset Stockpile)’ 설립을 지시했다. 이 명령은 연방정부가 범죄 및 민사 몰수로 보유한 가상화폐를 매각하지 않고 유지하라는 내용만 담았고, 새로 비트코인이나 기타 가상화폐를 구매하라는 지시는 담겨 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에서 암호화폐(코인·가상 자산)를 지지하며 "미국을 세계 암호화폐 수도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7월 내슈빌 비트코인 콘퍼런스에서 그는 "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을 100% 유지해 전략 비축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라 부르며 국가 자산으로 활용해 재정적 이익을 얻겠다고 했다. 이 발언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정부가 대량 매입에 나설 것이란 기대를 키웠다. 일부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가 최대 100만 비트코인을 매입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현재 시세로 약 860억 달러 규모다.

발표된 행정명령은 달랐다. 백악관은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이 연방정부가 몰수로 확보한 약 20만 비트코인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약 175억 달러 상당이다. 추가 자금 없이 기존 자산을 보유하는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AI 및 암호화폐 보좌관 데이비드 색스는 X에서 "이 비축은 납세자 부담 없이 몰수된 비트코인으로 운영된다"고 했다. 그는 "비축 내 비트코인은 매각되지 않고 가치를 극대화할 것"이라며 "디지털 포트 녹스(Fort Knox)와 같다"고 덧붙였다. 행정명령은 재무부와 상무부 장관이 예산 중립적인 추가 비트코인 확보 전략을 개발하라고 했지만, 구체적 매입 계획은 없었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발표 직후 비트코인 가격은 5% 가까이 떨어져 8만5000달러 선까지 내려갔다. 이더리움(ETH), 리플(XRP), 솔라나(SOL), 카르다노(ADA)도 4~8%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트루스 소셜에서 이들 5개 화폐를 비축 대상으로 언급했을 땐 가격이 급등했지만 추가 매입이 없다는 소식에 실망감이 퍼졌다. 디지털 자산 비축은 비트코인 외 다른 몰수된 가상화폐로 구성되며, 역시 추가 구매 없이 기존 자산만 포함된다. 색스는 "디지털 자산 비축은 재무부의 책임 있는 관리 목적"이라며 "몰수 외 자산은 취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행정명령은 정부의 암호화폐 보유 현황 전수 조사를 지시했다. 색스는 정부가 약 20만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약 175억 달러 가치라고 했다. 과거 정부는 몰수된 비트코인을 매각해왔는데, 색스는 "지난 10년간 19만5000 비트코인을 3억6600만 달러에 팔았지만 지금은 170억 달러 이상 가치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기 매각으로 납세자가 손해를 봤다"며 이번 비축이 손실을 막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재무부는 30일 내 각 기관의 보유 자산 보고를 받아 비축으로 이관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백악관에서 첫 암호화폐 서밋을 열어 업계 리더들과 만난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 마이클 세일러 스트래티지 이사회 의장 등 주요 암호화폐 인사가 참석하며, 비축 세부 사항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현재 명령은 추가 매입 없이 기존 자산 보유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가상화폐 강국" 비전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는 가상자산의 사기와 자금 세탁 위험을 이유로 규제를 강화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친화적 정책을 약속해왔다.

시장 전문가는 이번 결정이 단기적으로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고 봤다. 비트코인 헤지펀드 카프리올 인베스트먼츠 설립자 찰스 에드워즈는 X에서 "매입 계획 없는 전략은 실망스럽다"고 했다. 반면 비트와이즈 자산운용 CIO 맷 호건은 "정부가 비트코인을 금지할 가능성이 줄었고, 다른 국가의 비축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봤다. 앵커리지 디지털 CEO 네이선 맥컬리는 "암호화폐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큰 순간"이라고 환영했다.

행정명령의 법적 효력은 의회 법안만큼 강하지 않다. 추가 매입을 위해선 의회 승인과 예산이 필요할 수 있다. 재무부는 60일 내 법적·투자적 검토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비축 운영 방식과 입법 필요성을 평가한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