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 중 미국 장관 이마에 '검은 십자가'가... 방송사고 아니다
2025-03-0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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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자로서의 정체성 강조하려는 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5일(현지시각) 이마에 '검은 십자가'를 그린 채 폭스뉴스 채널의 ‘숀 해니티 쇼’에 출연했다. 이날은 사순절의 시작을 알리는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이다. 플로리다주 상원의원 등으로 재직하며 꾸준히 가톨릭 신앙을 드러낸 루비오 장관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이마에 재로 십자가를 그려 사순절을 기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방송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상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의회 연설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그는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를 강조하며 "수십억 달러와 수십만 명의 인명 피해, 우크라이나가 회복하는 데 한 세대가 걸릴 파괴를 초래한 분쟁을 가능하면 종식하려는 대통령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고 행운"이라고 말했다.
미국 주요 언론은 루비오 장관의 이마에 그려진 검은 십자가가 방송의 주요 토론 주제와는 무관했음에도 시청자와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고 공통적으로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가톨릭 신자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루비오 장관이 이마에 십자가를 그린 것 같다고 전했다. 매체는 "종교적 상징을 정치적 무대에 끌어들인 사례"라며 루비오 장관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보수층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뉴욕타임스는 "공직자가 개인 신앙을 드러내는 방식에 대한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과거 공화당 정치인들이 종교적 상징을 활용한 사례를 언급하며 루비오 장관의 이번 출연이 보수 유권자들에게 ‘신뢰와 친밀감을 주는 신호’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봤다.
워싱턴포스트는 루비오 장관의 이마에 그려진 십자가를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장면"으로 묘사했다. 신문은 루비오 장관이 ‘숀 해니티 쇼’라는 보수 성향의 플랫폼을 선택해 자신의 신앙을 부각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루비오 장관이 과거 상원의원 시절에도 종교적 신념을 자주 드러냈던 점을 상기시키며 루비오 장관의 출연이 "공직자로서의 이미지와 개인적 신앙의 결합"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또한 루비오 장관의 발언이 국제 문제에 초점을 맞췄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관심은 종교적 행위에 쏠렸다고 전했다.
LA타임스는 루비오 장관의 행동을 "눈길을 끈 순간"으로 묘사했다. 매체는 "국무부 장관이 엄중한 시기에 종교적 의식을 방송에서 드러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정치와 신앙의 경계를 넘나드는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폭스뉴스 시청자층이 대체로 보수적인 점을 고려할 때 루비오 장관의 행동은 이들을 겨냥한 전략일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AP통신은 루비오 장관의 출연을 ‘종교적 전통과 공적 임무가 겹친 순간’으로 묘사하며, 그의 행동이 방송의 주요 의제와 별개로 주목받았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루비오 장관의 십자가가 시청자들에게 강한 시각적 인상을 남겼다"면서도 그의 발언 내용이 외교적 맥락에서 더 중요했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