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꼭 내달라, 진짜 열받는다” 기성용, 한국 축구 현주소 '작심 비판'
2025-03-0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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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축구 유튜브 채널 '이스타티비' 영상에 담긴 기성용 발언
한국 축구대표팀 출신 기성용(36·FC서울)이 국내 축구경기장 잔디 관리 실태에 대해 작심 비판을 남겼다. “생각해 보니 진짜 열받는다"며 이례적 분노를 표출했다.

해당 발언은 최근 축구 유튜브 채널 '이스타티비'가 공개한 영상에 담겼다. 이 영상에서 기성용은 백승호(27)가 속한 잉글랜드 3부리그(리그원) 버밍엄시티 훈련장의 잔디 상태를 본 뒤 "이렇게 좋은 잔디에서 훈련하고 너무 부럽다. 선수들이 얼마나 좋겠냐”며 “사실 한국 선수들은 좀 안타깝다. 계속 얘기를 해도…”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보니까 서울월드컵경기장은 80억 원을 벌어서 2억 원을 (잔디에) 쓴다고 한다. 그게 말이 되냐. 이거 꼭 내달라. 생각해 보니 진짜 열받는다”고 작심 비판을 날렸다. 그러면서 "그게 말이 안 되는 거다. (여기 잔디는) 내가 선수라도 지금 축구화 신고 나와서 뛰고 싶다”고 전했다.
최근 국내 축구계에서는 잔디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추춘제 전환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시즌 중인 감독과 선수들은 이에 대해 명확히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특히 스타뉴스 등에 따르면 앞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FC서울과 김천 상무의 경기를 마치고 국가대표 출신 베테랑 측면 수비수인 김진수(33·서울) 역시 "사실 이런 상태에서 축구를 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을 경기를 뛰면서 많이 했다. 공과 상관없이 뛰다가 넘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이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강력한 목소리를 냈다.
같은 날 김기동 FC서울 감독 역시 경기를 마친 뒤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잔디 문제는 1라운드 때부터 나왔다. 날씨가 추워 얼어 있는 상황이다. 상암도 잔디 뿌리가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며 “위에 계신 분들이 고민해 줘야 할 것 같다. 선수들이 (잔디로 인해) 부상당하지 않는 방안을 빨리 마련하면 좋겠다"고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홈페이지 시민의 소리에는 잔디와 관련된 민원이 지난 3일부터 200건 가까이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FC서울과 김천 상무의 K리그1 3라운드가 열악한 잔디 상태에서 진행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스포츠경향에 따르면 한 시민은 민원 게시글에서 “지난해 시설공단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약 82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당시 이 수익금의 10%(실제로는 2억 5000만 원)도 잔디 관리에 쓰지 않으면서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가 2025년 예산을 늘리고 시설 관리 투자를 증액하겠다고 했고, 별개로 시설공단도 세밀한 관심과 관리를 약속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믿었는데 5개월이 지난 지금 어떤가. 여전히 잔디는 푹푹 파이고 선수들은 부상 위험에 노출됐다. 그걸 보는 관중은 불안한 마음이다. 시설공단도 할 말은 있겠지만 핑계는 그만 둘러대고 제발 일 좀 하시기 바란다”고 따끔하게 일침했다.
시설공단은 동절기 잔디 관리의 어려움을 설명하며, 이달 내로 잔디를 교체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이미 커진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시설공단은 몇 년째 잔디 관리에 힘을 쏟겠다고 약속했으나, 실질적인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반 년 넘게 A매치가 열리지 않는 현실과도 일맥상통한다.
지난해 9월 손흥민(토트넘)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불량한 잔디 상태를 지적하자, 대한축구협회는 10월 이란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4차전 개최지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용인미르스타디움으로 변경했다. 또한, 3월에 재개되는 3차 예선 7~8차전은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아닌 고양종합운동장(20일·오만)과 수원월드컵경기장(25일·요르단)에서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