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죄로 엮겠다면서 살려면 양심선언하라더라” 곽종근 통화녹취 공개

2025-03-05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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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종근 지인에게 경제적 도움 요청 5일 뒤에 민주당 '변호사 조력' 제안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2월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6차 변론기일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 제공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2월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6차 변론기일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 제공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사령관이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유튜브 라이브에 출연하기 전날 지인과 통화하면서 누군가가 자신에게 양심선언을 요구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곽 전 사령관과 군에서 만나 20년간 친분을 이어 온 지인으로부터 전화통화 녹음본을 입수한 TV조선이 5일 이 같은 사실을 보도했다.

곽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사흘 뒤인 지난해 12월 6일 김 의원의 유튜브 라이브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당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그런데 그는 폭로하기 전날이자 계엄 해제 이튿날인 지난해 12월 5일 오후 7시 30분에서 7시 40분쯤에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누군가 자신에게 양심선언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곽종근 전 사령관이 지난해 12월 6일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유튜브 라이브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당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하고 있다. / 김 의원 유튜브 영상 캡처
곽종근 전 사령관이 지난해 12월 6일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유튜브 라이브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당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하고 있다. / 김 의원 유튜브 영상 캡처

곽 전 사령관 지인이 매체에 건넨 전화통화 녹음에는 "내가 참 할 말은 무지하게 많은데… 누구는 나한테 양심선언을 하라는데 내가 어떻게 하냐. 내가 살려면 나보고 양심선언 하라는데…"라고 말한다.

명령에 죽고 사는 군인이 무슨 양심선언이냐는 지인에게 곽 전 사령관은 "어찌됐든 간에 얘들이 다 사정은 아는데 그래도 뭐 내란죄로 엮겠단다", "속사정이 많은데 지금은 아무도 내 말을 안 듣는다"라면서 양심선언을 하라고 한 이들이 자신의 사정을 알면서도 자신을 내란죄로 엮으려 한다고 말했다.

곽 전 사령관과 통화한 지인은 양심선언을 요구한 주체에 대해 통화 맥락상 국민의힘 쪽은 아니지 않겠느냐고 TV조선에 말했다.

이와 관련해 TV조선은 곽 전 특수전사령관이 지인에게 전화를 한 건 재정적 도움을 구하기 위해서였던 걸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곽 전 사령관은 "참 말도 꺼내기 조심스러운데…. 내가 솔직히 OO아, 내가 지금 가진 게 한 개도 없다. 나중에 어려우면 좀 도와줘"라고 말한다. 또한 "난 지금 애들 아들내미 딸내미 어떻게 먹고 살게 할지 그것도 걱정이다. 미안하다. 내가 염치가 없다"라고 말하며 자녀들의 앞날을 걱정하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좀 어렵긴 어려울 것 같은데… 내가 변호사는 고등학교 동기하고 후배들을 통해서 좀 해달라고 그랬어"라면서 변호사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통화 닷새 뒤인 지난해 12월 10일 국회에 출석한 곽 전 사령관은 점심식사 후 대기실로 찾아온 민주당 인사들로부터 변호사 소개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민주당은 변호사 조력을 통한 회유 의혹을 제기한 여당에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반박했으며, 곽 전 사령관은 "부승찬 의원 소개로 변호인을 한 명 만났는데, 선임하진 않았다"며 소개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곽 전 사령관의 한 동기생은 "대출 이자를 비롯한 재정적 압박이 컸던 상황은 맞다"며 "변호사 소개 제안도 곽 전 사령관에겐 의미가 달랐을 것"이라고 TV조선에 말했다.

현재 곽 전 사령관 사건 변호는 김현태 707특임단장의 변호인이 돕고 있다.

곽 전 사령관 지인은 곽 전 사령관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결국 회유 의혹까지 받게 됐다면서 곽 전 사령관의 당시 심정을 알리고 곽 전 사령관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통화 녹음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계엄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곽 전 사령관 폭로는 탄핵 정국의 가장 중요한 증언 중 하나다. 그런 그가 폭로하기 전날 누군가로부터 내란죄로 엮겠다는 말을 들었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곽 전 사령관 증언의 신뢰성을 두고 논란이 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내란죄로 엮겠다면서 곽 전 사령관을 압박한 이들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 분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TV조선은 곽 전 사령관에게 사실과 다른 증언을 하라고 한 걸로 볼 순 없지만 원치 않거나 내키지 않는 증언을 하도록 유도했다고 볼 여지는 충분히 있어 보인다고 했다.

곽 전 사령관은 회유당하지 않았고 증언도 바꾼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의 인터뷰 준비 과정과 검찰 자수서 내용을 알고 있는 김현태 707단장은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곽 전 사령관이) 자수서를 쓴 내용에 ‘국회의원’ ‘본회의장’ ‘끌어내라’는 단어는 없다. 이런 것들이 좀 변형되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를 하고 있다"라며 진술 변형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사령관이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유튜브 라이브에 출연하기 전날 지인과의 통화에서 누군가가 자신에게 양심선언을 요구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 TV조선
곽종근 전 사령관은 "가진 게 하나도 없다"라면서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 TV조선.
TV조선은 곽종근 전 사령관에게 사실과 다른 증언을 하라고 한 걸로 볼 순 없지만 원치 않거나 내키지 않는 증언을 하도록 유도했다고 볼 여지는 충분히 있어 보인다고 했다. / TV조선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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