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회 전문가가 꼽은 가장 맛있는 회' 3위 긴꼬리벵에돔, 2위 벤자리, 1위는...
2025-03-0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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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먹는 순간 압도적인 감동"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생선회는 뭘까. 생선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봤을 질문이다. 어류 전문가이자 생선회 전문가로 유명한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운영자 김지민 씨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역대급으로 맛있었던 생선회 베스트 3’을 소개하며 이 질문에 답을 내놓은 적이 있다.
오랜 세월 낚시와 요리를 통해 수많은 생선을 맛본 김 씨는 그중에서도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을 꼽았다. 다만 김 씨는 생선회의 맛이 단순히 종류에만 달린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잡힌 시기, 지역, 손질 방법, 숙성 시간에 따라 같은 생선이라도 천차만별의 맛을 낸다는 것이다.
김지민 씨가 3위로 꼽은 생선회 재료는 긴꼬리벵에돔이다. 한국에선 벵에돔과 긴꼬리벵에돔 이 있는데, 긴꼬리벵에돔은 남방 계통 어종으로 제주도나 거문도 같은 먼 바다 섬에서 월동하다 여름철(6~9월) 연안으로 들어온다. 긴꼬리벵에돔 제철은 바로 이 시기다. 김 씨는 긴꼬리벵에돔 회를 2012년 제주도에서 두 달간 생활하던 때 처음 맛봤다고 했다. 9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민박 펜션에서 지내며 낚시를 즐기던 그는 서귀포 관탈도에서 긴꼬리벵에돔을 낚았다. 40cm 안팎 크기를 회로 떠서 먹었다.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냉장고에 넣어 자연 숙성한 상태였다. 탱글탱글하고 기름진 식감, 입안에서 감도는 고소함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그날 잡은 긴꼬리벵에돔은 일반적인 녹색 띠 대신 갈색을 띠었는데, 이는 먼 바다를 회유하며 플랑크톤을 주로 먹은 개체로 기름기가 더 풍부했던 이유로 보인다. 김 씨는 이후에도 긴꼬리벵에돔을 여러 번 먹어봤지만, 그때 당시의 맛을 다시 느끼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2위는 벤자리, 정확히는 40~50cm를 넘어가는 대형 벤자리다. 흰살생선인 벤자리는 회유성이 강해 수조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금방 죽는다. 그래서 숙성하기보다는 즉석에서 회를 떠서 먹거나 12시간가량 짧게 숙성해 먹는다. 김 씨는 6, 7월쯤 일본에서 산란 직전의 벤자리를 잡아 바로 회로 먹은 적이 있다고 했다. 회 맛은 어떨까. 모든 부위에서 감칠맛이 났다고 했다. 황새치 같은 고급스러운 맛과 탱글탱글한 식감이 조화를 이뤘다고 했다. 하지만 이듬해 같은 시기에 먹은 벤자리는 기름기가 적고 푸석한 느낌이어서 실망스러웠다고 한다. 벤자리의 맛은 산란 시기와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 제주도에선 6월 초중순에서 늦어도 8월까지가 피크다.
베스트 1위는 참다랑어, 그중에서도 90kg급 대형 개체다. 김 씨는 토너먼트 대회에서 1위를 한 참다랑어를 맛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썰었을 때 기름기가 넘칠 정도로 풍부했다고 했다. 등살 부위마저 마블링이 돼 뱃살 같은 느낌을 줬다면서 한 입 먹는 순간 압도적인 감동을 선사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먹었던 수준의 생참치는 전문점에서도 비싸게 팔릴 만한 맛이라고 평했다. 참다랑어는 스페인산이나 멕시코산이 주로 유통되며, 90~100kg급 대형 개체가 최고의 맛을 낸다. 다만 가격이 높아 접근성이 떨어진다. 세계적으로도 고급 횟감으로 사랑받는데, 특히 일본에서 초밥과 사시미로 큰 인기를 끈다. 산란기인 5~8월에 잡힌 개체는 지방 함량이 높아 더 진한 맛을 낸다.

김 씨는 베스트 3 외에도 인상 깊었던 생선회를 추가로 소개했다. 첫 번째는 다금바리다. 제주에서 다금바리라고 불리는 어종이 아니라 어류도감에 표준명으로 등재된 그 다금바리다. 제주도 남쪽 해역이나 울릉도 앞바다에서 잡히며, 1~4월이 제철이다. 김 씨는 25~30cm 크기의 어린 개체 다섯 마리를 25만 원에 구입해 회와 초밥, 탕으로 먹어봤는데, 하루가 지나도 단단한 살과 탄력이 살아있었다고 했다.
두 번째는 감성돔이다. 2월 제주도에서 잡힌 50cm급 감성돔을 회로 떠서 먹었는데 기름진 살과 구수한 맛에 놀랐다고 했다. 감성돔은 우리나라 최남단에서 주로 잡히며, 겨울철 지방이 풍부해진다. 감성돔은 11~2월 사이 산란 전 영양을 축적해 살이 통통해지며, 회로 먹을 때 쫀득한 식감이 특징이다.
세 번째는 숭어다. 12월 초중순 강원 양양에서 잡힌 개체였다. 해금강으로 감성동을 낚으러 갔다가 얻어 걸렸다. 누런 살이 감성돔과 비슷해 착각할 정도였고, 삭삭한 식감과 달콤함이 돋보였다고 김 씨는 밝혔다. 숭어는 먼 바다로 나가기 전 영양분을 비축하는데, 이 시기 잡힌 개체가 특히 맛있다.
네 번째는 화살오징어다. 2~4월 제철인 이 오징어를 대마도에서 잡아 즉석에서 회로 먹었는데, 탱글탱글한 식감이 일품이었다고 했다. 화살오징어는 난류성 어종으로 봄에 제주도나 동해로 들어오며, 끝이 화살 모양인 점이 특징이다.
마지막은 민어다. 6, 7월 목포에서 잡힌 활 민어를 얇게 썰어 반나절 숙성해 먹었는데, 차지고 감칠맛 나는 살과 뱃살의 달콤함이 최고였다고 했다.

김 씨는 오징어, 돌돔, 가자미, 대방어, 복어 등도 언급했지만, 이들은 베스트에 들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고 밝혔다. 돌돔은 여름철 숫놈이 맛있었고, 대방어는 겨울에 훌륭했지만 특출난 점이 부족했다고 했다. 복어는 가격 대비 만족도가 낮았다고 했다. 김 씨는 자신의 인생 회가 다른 이들의 경험과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