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혼자 있다가 화재로 숨진 초등학생 빈소에서 친구들 오열
2025-03-0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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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다른 세상에서 수의사 꿈 마음껏 펼쳤으면 좋겠다”

5일 오전 인천시 서구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최근 빌라 화재로 숨진 A(12)양의 빈소가 차려졌다.
A양은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43분쯤 인천시 서구 심곡동 자택에 혼자 있던 중 화재가 발생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닷새 만인 3일 오전 11시 5분쯤 치료를 받던 병원에서 끝내 숨졌다.
빈소에는 A양의 부모를 비롯한 유족, 지인, 공무원 등 10여 명이 침통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영정 사진에는 수의사를 꿈꾸던 A양이 반려 고양이를 꼭 안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담겼다.
이날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A양 어머니 B씨는 "아이가 다른 세상에서 수의사라는 꿈을 마음껏 펼쳤으면 좋겠다"며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A양의 초등학교 친구 B(12)양은 언니와 함께 빈소를 찾았다. B양은 눈물을 흘리며 친구를 떠나보냈다. B양 언니는 "A양은 친구들과 사이가 좋아 집에도 자주 놀러 왔다"며 "외롭지 않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A양 발인은 6일 오전 8시 30분으로 예정됐다.
사고는 A양이 방학 중 집에 혼자 있던 때 발생했다. 당시 어머니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식당에서 일했는데, 식당 사정으로 지난 2일까지만 일하기로 했던 터라 더욱 안타까움을 샀다. 아버지는 신장 투석을 받으러 병원에 가 있었다. A양은 화재 당시 얼굴에 2도 화상을 입고 다량의 연기를 흡입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즉시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집중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하지 못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양의 시신을 부검한 뒤 "일산화탄소 중독에 따른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유족은 A양이 사망 판정을 받은 3일 의료진 권유로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 A양의 심장, 신장, 간, 췌장 등이 다른 환자들에게 전달돼 새 생명을 살리는 데 쓰였다.
A양 어머니는 전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딸이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하고 떠난 착한 아이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A양 가정은 지난해 정부의 'e아동행복지원사업'에서 위기 아동 관리 대상으로 5차례 포착됐다. 하지만 부모가 맞벌이를 해 소득 기준을 넘겨 실제 지원은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