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선 난리인데…유독 한국에선 1년을 못 버틴다는 의외의 음식
2025-03-0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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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1년을 못 버티고 단종되는 제품이 수두룩
일본에선 국민 간식이지만, 한국에선 외면받는 음식
대형마트나 편의점 디저트 코너를 둘러보면 다양한 간식들이 진열돼 있지만, 유독 한 가지 음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바로 푸딩이다. 일본에서는 편의점, 마트, 카페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국민 간식이지만, 한국에서는 간간이 출시됐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인 취향이 아니니까요"…유독 한국에서 정착 못하는 디저트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유독 한국에서 힘 못 쓰는 디저트'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와 화제를 모았다. 게시물 작성자는 "우리나라는 휘낭시에, 까눌레, 두바이 초콜릿까지 덜 메이저한 온갖 디저트의 성지인데 푸딩은 안 좋아하는 듯하다"고 언급했다.
이 게시물에는 순식간에 3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네티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 취향이 아니니까", "식감이 싫어요", "물컹물컹한 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식감이 아님"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본에서는 5월 25일이 '푸딩의 날'로 지정돼 있고, 매월 25일마다 새로운 푸딩 제품이 출시될 정도로 국민적 인기를 끄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물렁물렁한 식감이 문제?…"한국인은 비린 맛도 느껴요"
많은 네티즌들이 푸딩의 물렁한 식감을 지적했다. "물컹거리는 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식감이 아니다", "흐물흐물한 식감이 싫다", "한국 사람은 좀 바삭쫀득 이런 느낌을 좋아해서" 등의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일부 네티즌들은 "한국인은 푸딩에서도 비린 맛을 느낀다"거나 "일본인들은 저런 식감 좋아하잖아. 낫또, 날계란 같은 거. 우리나라 사람들은 싫어한다"는 흥미로운 의견도 내놨다. 이는 달걀을 주 재료로 하는 푸딩의 특성과 한국인의 식문화 차이를 보여준다.
비싼 가격도 한 몫…"5000원이 호로록 사라져요"
푸딩이 한국에서 인기를 얻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높은 가격이 꼽혔다. "너무 비싸요", "한국 카페는 너무 비싸고, 시중에서 파는 건 맛 없어요", "일본 편의점 가면 비싸도 200엔(약 1900원)이지만 한국에선 싸도 4000~5000원이 넘으니까..."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비싸고 양이 적어요. 호로록 하면 한입만에 몇천원이 사라져요"라며 가성비 측면에서도 푸딩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인정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본인들이 푸딩을 사랑하는 이유? 역사적 배경도 있어
반면 일본에서 푸딩이 국민 간식으로 사랑받는 데에는 역사적인 배경도 한 몫 한다. 푸딩은 원래 영국에서 탄생한 음식으로, 에도시대 후기인 1860년대에 일본에 전해졌다. 메이지 시대인 1872년에는 '서양요리통'이라는 책에 '풋딩'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됐다.
초기에는 계란이나 우유 등의 재료가 비싸고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레스토랑이나 호텔 등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고급 디저트였다. 그러다 1970년대부터 가정에서 만들 수 있는 푸딩가루가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대중화됐다.
일본 방송에서 '왜 일본인은 푸딩을 좋아할까?'라는 주제로 탐구한 결과, 이는 전쟁 시기 일본의 식문화와도 연관이 있다고 한다. 전쟁이 길었던 일본에서는 육식을 터부시했고, 대신 달걀을 대체재로 많이 섭취했다. 따라서 달걀이 익숙한 일본인에게 달걀이 주재료인 레시피에 단맛까지 있는 푸딩은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푸친푸링'의 탄생, 일본 국민 디저트의 역사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시판 푸딩인 '푸친푸링'은 제과기업 글리코에서 탄생했다. 처음에는 "푸딩은 출시해봤자 안 팔린다"는 회사 내 반대가 많았지만, 이를 무릅쓰고 출시한 제품이다.
글리코는 처음에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푸딩을 위에서부터 숟가락으로 떠먹는 방식으로 연구했으나, 캐러멜 시럽이 아래에 있어 맛의 조화를 느끼기 어려웠다. 이후 동네 양과자점에서 푸딩을 만드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어, 아래에 시럽이 깔린 푸딩 컵을 거꾸로 엎고 컵 바닥에 달린 조그마한 플라스틱 봉을 뜯어 진공상태를 풀면 접시에 푸딩이 부서짐 없이 빠져나오는 용기를 고안했다.
이렇게 탄생한 '푸친푸링'은 손잡이를 뜯을 때 나는 소리를 가타카나로 '푸친(プッチン)'으로 표현했다. '푸친'하고 뜯으면 '푸링'(푸딩의 일본식 표현)이 나온다는 뜻이다. 이 제품은 2014년에 이미 누적 판매 개수가 51억 개를 돌파하며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푸딩으로 인정받았다.
한국에서 사라진 '쁘띠첼 스윗푸딩'의 사연
"혹시 옛날에 팔던 쁘띠첼 커스터드 푸딩 기억하시는 분들 계세요? 뚜껑에 달린 플라스틱을 똑 떼주면 진공상태가 풀리면서 접시에 말랑말랑한 커스터드푸딩이 안착하고, 그 위로 캐러멜 시럽이 흐르는 게 진짜 맛있었던 기억이 있거든요."
한 네티즌은 '한국 푸딩 덕후들의 아픈 손가락'으로 쁘띠첼 스윗푸딩 시리즈를 언급했다. "젤리푸딩이 점령하고 있던 한국 푸딩계에 갑자기 등장한 리얼 푸딩...그리고 등장처럼 어느 날 갑자기 단종되어 사라졌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여러 푸딩 제품이 출시됐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네티즌들 중에는 "푸딩을 맛있게 만드는 데가 별로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푸딩 마니아들의 추천 "성심당 푸딩은 꼭 먹어보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도 푸딩을 사랑하는 마니아층은 존재한다. 이들은 "너무너무 좋아하는데 잘 없어서 그냥 직접 만든다", "나 진짜 좋아하는데 너무 비싸", "좋아하는데 우리나라 카페는 너무 비싸고 시중에서 파는 건 맛이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성심당의 푸딩은 푸딩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제품으로 꼽혔다. "성심당 푸딩 찐맛이더라. 저 갈색 시럽 부분만큼은 진짜 최고. 탄맛 좀 세게 나서 섞어서 먹으니까 일본 푸딩보다 맛있었다"는 평가와 함께 "성심당 가면 푸딩 꼭 먹어주라. 특히 맛있는 탄맛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이라는 강력 추천이 이어졌다.
푸딩의 한국 정착 실패,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에서 푸딩이 대중화되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물렁물렁한 식감이 한국인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바삭하고 쫀득한 식감과 거리가 있다.
둘째, 제대로 된 맛을 내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원재료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제빵, 제과류와 달리 식물성 유지 같은 저가 원료로는 제대로 된 맛을 내기 어렵다. 이로 인해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결국 비싼 가격에 비해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셋째, 접근성 부족이다. "푸딩을 우리나라에서 자주 접할 일이 없다"는 의견처럼, 푸딩이 일상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간식이 아니라는 점도 대중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반면 일본에서는 온천을 이용한 관광상품으로도 자리매김했다. 시즈오카현 아타미 온천이나 오이타현 벳푸시 묘반온천에서는 온천수의 열로 푸딩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온천수에 포함된 성분이 찌는 동안 푸딩에 스며들면서 특별한 맛을 낸다고 알려져 있다.
오늘날에도 일본인들의 푸딩 사랑은 계속되고 있다. 5월 25일은 '푸딩의 날'로 제정돼 있으며, 매월 25일마다 새로운 푸딩 제품이 출시된다. 유제품 회사의 건의로 제정됐다는 이 날은 '25일 푸딩을 먹고 싱글벙글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정식 수입한 일본 '쟈지푸딩', 과연 한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최근 세븐일레븐에서는 일본의 인기 디저트 '쟈지푸딩'을 정식 수입해 판매하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정식 출시된 이 제품은 현재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세븐일레븐의 쟈지푸딩은 가격이 4000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일본 현지에서는 약 1700원 수준에 판매되고 있어 한국에서는 약 2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 시 꼭 먹어봐야 할 '먹킷리스트' 아이템으로 유명해진 쟈지푸딩을 국내에서 맛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사실 국내에서 쟈지푸딩을 판매한 것은 세븐일레븐이 처음은 아니다. 이전에도 한 편의점에서 쟈지 우유 푸딩을 판매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그 이유는 해당 제품이 정식 쟈지푸딩이 아닌 단순 카피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일본 먹킷리스트 1위' 등의 홍보 문구를 사용했음에도 쟈지푸딩과 무관한 제품이어서 소비자들의 반감을 샀다.
반면 세븐일레븐의 쟈지푸딩은 일본 현지에서 판매되는 그대로의 정식 수입 제품이다. '비슷한 맛'이 아닌 '진짜 그 맛'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그러나 수입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세븐일레븐은 쟈지푸딩을 한일 고속 페리선을 통해 일본 오사카항에서 부산항 경로로 매주 단독 수입하고 있다. 우유 함량이 높은 제품 특성상 10℃ 이하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운송 과정에서의 관리가 까다롭다.
또한 일본에서 직접 들여오는 만큼 유통기한도 짧은 편이다. 원래 쟈지푸딩의 유통기한은 2주일 정도인데, 국내로 들여오는 데만 1주일 가량이 소요되고, 매장에 진열되기까지의 시간을 고려하면 소비자들이 구매했을 때 남은 유통기한은 약 3일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짧은 유통기한은 소비자와 편의점주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 당장 먹을 계획이 없는 소비자에게는 2~3일의 유통기한이 부담스러울 수 있고, 편의점주 입장에서도 폐기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제품을 발주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는 분석이다.
현재는 높은 인기 덕분에 이런 걱정이 크지 않지만, 향후 인기가 식는다면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판매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현지보다 약 2~3배 가량 높은 가격도 장기적인 판매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식문화 차이를 확연히 보여주는 디저트 푸딩. 한국에서는 여전히 푸딩을 찾는 마니아층이 존재하지만,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에는 높은 진입장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세븐일레븐의 쟈지푸딩 판매 도전이 과연 기존의 '한국에서 1년을 못 버티는 간식'이라는 푸딩의 평가를 바꿀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