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돌아온 평양국제마라톤, ‘이 나라’ 선수들에겐 문 닫혔다
2025-03-05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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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로 중단됐던 평양 국제마라톤 재개
북한이 최근 서방 단체 관광객을 수용한 데 이어 다음 달 개최 예정인 평양국제마라톤 참가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이번 대회가 계획대로 열린다면, 이는 6년 만에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 스포츠 행사가 된다.

중국에 기반을 둔 북한 전문 여행사 고려투어스는 다음 달 6일 열리는 제31회 평양국제마라톤 참가자를 모집한다고 최근 공지했다. 신청 마감일은 오는 14일까지다.
참가자들은 풀코스(42.195㎞), 하프코스, 10㎞, 5㎞ 등 4가지 코스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업체 측은 이번 마라톤 대회가 공식 등록된 아마추어 주자만 참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평양 국제마라톤은 지난 1월에 북한 체육성이 개최를 공지했다. 지난 대회는 2019년이 마지막으로, 코로나 19 유행으로 6년만에 대회가 열리게 됐다. 평양 국제마라톤은 김일성 주석 생일(4월 15일)을 기념해 1981년부터 계속 열려왔다.
여행 일정은 총 5박 6일이며, 마라톤 대회 외에도 다양한 관광 일정이 포함됐다. 참가자들은 문수 물놀이장, 만수대 분수공원, 옥류관, 김일성 광장, 주체사상탑 등 평양의 주요 명소를 방문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완공돼 아직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한 적 없는 평양 ‘뉴타운’ 화성거리와 강동 온실농장도 일정에 포함됐다.
이번 패키지 여행의 가격은 1인당 2195유로(한화 약 336만 원)로 책정됐다. 다만, 비자 발급비와 마라톤 참가비는 별도로 지불해야 하며, 비자 발급비는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마라톤 참가비는 평양 도착 후 직접 내야 한다.
고려투어스는 모집 기간이 짧고 참가 인원이 제한돼 있다며 신청을 서둘러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한국, 미국, 말레이시아 여권 소지자는 ‘특정 정치·외교적 이유’로 참가할 수 없다.
현재 북한과 말레이시아는 외교 관계가 단절된 상태다. 2021년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 시민을 ‘불법 자금 세탁’ 혐의로 미국에 인도한 사건 이후, 북한은 말레이시아와의 외교 관계를 끊었다.
미국 국적자의 경우 2015년 말 버지니아대 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을 방문했다가 17개월 동안 억류된 끝에 식물인간 상태로 송환됐고, 귀국 엿새 만에 숨진 사건 이후 미국 정부가 북한을 ‘영구 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하면서 방북이 금지됐다.
이번 마라톤 대회를 계기로 북한이 외국인 관광을 본격적으로 재개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외국인 대상 관광은 북한 정권의 선전 수단이자 외화벌이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특히 대북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북한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동안 북한은 러시아 단체 관광객에 한해 제한적으로 입국을 허용해 왔다. 그러나 지난달 말 서방 단체 관광객들에게 나선 관광 특구를 개방하면서 점진적으로 관광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마라톤 개최가 북한 관광 정책 변화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