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남편, 현명한 아내…좋은 짝꿍은 '건강 지킴이'
2025-03-0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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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결정하는 건 유전보다 삶의 방식
배우자와 안정된 직업, 노후의 건강을 지키는 비결
좋은 반려자는 나의 건강까지 지켜준다.
최근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가 주도한 연구에 따르면, 주요 질병으로 인한 조기 사망 위험의 변화에서 환경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17%에 달하는 반면, 유전적 요인은 2% 미만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장수와 건강은 개인의 선택과 생활 방식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데이터를 활용하여 약 50만 명의 유전자 정보, 자기공명영상(MRI), 혈액·소변·타액 샘플, 가족 건강 이력을 분석했다. 연구에서는 22가지 주요 질병을 대상으로 164개의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위험 점수가 노화, 연령 관련 질병, 조기 사망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그 결과, 확인된 25가지 독립적인 환경 요인 중에서도 흡연, 사회경제적 지위, 신체 활동 수준, 생활 조건이 사망률과 생물학적 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흡연은 21가지 질병의 주요 원인이었으며, 가구 소득과 주택 소유 여부, 고용 상태 등 사회경제적 요인은 19가지 질병과 관련이 있었다. 또한, 신체 활동 부족은 17가지 질병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행히도 연구진이 확인한 환경적 위험 요인 중 23가지는 개인적인 노력이나 정책적 개입을 통해 수정이 가능했다. 고용 상태, 신체 활동 수준, 수면 시간, 흡연 습관, 배우자의 존재 여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즉, 생활 방식의 변화를 통해 건강과 수명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특히 단백질체 분석(proteomic profiling) 자료가 있는 4만 5000명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단백질체 분석을 통해 실제 나이와 생물학적 나이의 차이를 산출했으며, 이 차이가 사망률을 예측하는 강력한 지표로 작용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하버드 의대 계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연구원이자 수석 저자인 오스틴 아르젠티에리 박사는 “생물학적 나이가 실제 연령보다 빠르거나 느린지를 측정하는 것이 사망률뿐만 아니라 노쇠화, 인지 기능 등 중요한 노화 특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12.5년 동안 연구 참가자들을 추적했으며, 이 기간 동안 3만 1716명의 사망 사례를 기록했다. 전체 사망자 중 74.5%가 75세 이전에 사망한 조기 사망자로 분류되었다. 분석 결과, 환경적 요인은 사망 위험 변화의 17%를 차지한 반면, 유전적 요인의 영향은 2% 미만이었다.

또한 어린 시절의 환경적 요인도 평생 건강에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10세 때의 고도 비만이나 저체중, 출생 전후의 산모 흡연 등이 30~80년 후 노화와 조기 사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전적 요인보다 생활 습관과 환경이 장수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특정 질병에 미치는 영향도 차이를 보였다. 생활환경 요인은 폐, 심장, 간 질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반면, 유전적 요인은 치매, 유방암, 난소암, 전립선암과 같은 질병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일반적인 건강 유지와 장수를 위해서는 생활 습관과 환경적 요인을 개선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또한 연구진은 사망 위험을 줄이는 요인도 함께 분석했다. 배우자와 함께 생활하는 것,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는 것,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수명을 연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는 인간관계와 경제적 안정이 단순한 삶의 질을 넘어 건강과 수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옥스퍼드 의대 교수이자 연구 책임자인 코넬라 반 두인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개인과 사회가 환경적 요인을 개선하는 것이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며 “흡연을 줄이고 신체 활동을 촉진하는 정책이 건강 수명을 연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