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팰리세이드와 같은 세그먼트지만 세팅은 정반대 I 포드 익스플로러 ST라인 리뷰
2025-03-0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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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의 느낌을 낸 과급 엔진이 매우 인상적
현대자동차차가 7년만에 완전히 새로운 2세대 팰리세이드를 출시하며 대형 SUV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마저 부족했는지 현대차는 연이어 전기 대형 SUV인 아이오닉 9을 팰리세이드와 비슷한 가격대에 포지셔닝하며 시장 공략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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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경쟁 모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때마침 포드는 최근 6세대 익스플로러의 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기존에는 V6엔진과 V6엔진 기반의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모델이 수입됐지만,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이하 포드코리아)는 부분 변경을 계기로 2.3ℓ 에코부스트 모델만 국내에 들여왔다. 이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는데, 실제로 국내 가격은 6200만 원부터 6800만 원으로 책정돼 팰리세이드 2.5ℓ 터보 모델과 가격이 겹친다.
6200만 원의 ST라인과 6800만 원의 플래티넘은 저렴할 수록 편의 사양이 부족한 일반적인 트림 구성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말 그대로 스포티한 감성을 자랑하는 ST라인은 21인치 휠에 붉은색 브레이크 캘리퍼가 장착되는 반면, 플래티넘은 20인치의 휠이 장착된다. 하지만 플래티넘이 통풍 기능이 적용된 가죽 시트가 장착되는 것과 다르게 ST라인은 부분적으로 직물이 들어간 시트가 적용된다. 당연히 통풍 시트는 들어가지 않는다.
제일 큰 차별점은 2열 시트다. 일반적으로 독립식 시트가 고급 사양으로 분류되지만, 익스플로러는 ST라인에 2열 독립 시트가 적용되고 플래티넘에는 2열 벤치 시트가 탑재된다.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라면 어떤 트림을 선택해야할지 머리가 아플 수 있다.

파워트레인은 포드가 자랑하는 다운사이징 엔진 4기통 2.3ℓ 에코부스트가 탑재됐으며, 10단 자동변속기와 매칭된다. 배기량은 2.5ℓ 과급 엔진을 장착한 팰리세이드보다 낮지만 최고 출력은 오히려 약 20마력 높은 304마력이다. 최대 토크는 43.0kg.m로 두 모델이 동일하다.
구동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익스플로러는 4륜구동 모델만 들어오며, 팰리세이드는 4륜구동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익스플로러는 후륜구동 기반의 4륜, 팰리세이드는 전륜구동 기반의 4륜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익스플로러의 보닛을 열어보면 4기통 엔진이 세로로 배치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행을 해보면 두 모델의 차이는 더욱 뚜렷해진다. 팰리세이드는 일반적인 과급 엔진처럼 1700RPM이라는 낮은 회전수부터 최대 토크가 발휘된다. 반면, 익스플로러는 2500RPM이 되어서야 최대 토크가 나온다. 그 결과 익스플로러는 출발 시나 가속할 때 3000RPM 이상의 높은 회전수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소음과 진동에 대한 대책이 나쁘지 않기에 불쾌한 느낌보다는 호쾌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익스플로러는 높은 회전수에서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가 발휘되는 자연흡기의 주행 감성과 비슷하다. 터보 엔진이기에 낮은 회전수에서도 어느 정도의 출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대배기량의 자연흡기와 비슷한 느낌이다. 환경 규제 등의 이유로 다운사이징이 불가피했던 포드가 자연흡기 대배기량을 선호하는 미국 소비자들을 고려해 세팅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속도를 올릴 때는 회전수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지만 목표 속도에 도달한 후 정속 주행에 들어가면 10단 자동변속기가 회전수를 낮추기 시작한다. 시속 100km에서는 1700~1800RPM 사이를 가리킨다. 다만, 다단 변속기와 터보랙이 맞물리면서 낮은 회전수에서는 급가속 시 반응이 지연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고회전 영역에 도달하면 2.1톤이라는 거구에 2.3ℓ 엔진을 장착한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강력한 가속을 보여준다. 변속기의 민첩성 등에서는 약간의 허술함도 보이지만 종합적으로 봤을 때는 대형 SUV라는 세그먼트에서 보기 드문 운전 재미를 제공한다. 특히 이 차가 V6 엔진이 아닌 4기통 엔진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더욱 인상적이다.

승차감은 제법 안정적이다. 팰리세이드가 안락함을 최우선으로 설계된 모델이라면, 익스플로러는 편한 승차감을 기반으로 주행 안정감을 끌어올리기 위한 탄탄한 세팅과 조화가 뛰어나다. 이는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장착된 팰리세이드와 달리, 전통적인 코일 스프링 서스펜션만 갖춘 익스플로러에게는 최선의 세팅이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의외였던 점은 운전석에서 느꼈을 때 전륜 서스펜션보다 후륜 서스펜션이 더 탄탄하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3열까지 갖춘 대형 SUV이기에 뒷좌석 탑승객을 고려해 후륜 서스펜션을 조금 더 무르게 세팅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반대의 인상을 남겼다. 물론 과속방지턱을 높은 속도로 넘나드는 환경이 아니라면 익스플로러에서 거친 승차감을 느끼기는 어렵다.
휠베이스가 3025mm인 SUV임에도 회전반경은 제법 타이트하다. 비교적 회전반경이 큰 준중형 SUV 투싼이 한 번에 못 돌아나간 곳을 익스플로러로 한 번에 돌아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3바퀴가 넘어가는 록투록으로 주차 상황이나 유턴중에는 손이 매우 바쁘다.

우연찮게 익스플로러 시승은 팰리세이드 시승 행사와 같은 날 진행하게 돼 조금 더 둘의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했다. 같은 가격대의 두 모델을 고민중인 소비자라면 두 모델 모두 시승해 보기를 권장한다. 장담하건데 시승을 해보면 생각보다 빠르게 결정될 수 있다. 둘이 가지고 있는 매력과 특징이 너무 상반되게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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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서 다루기에는 너무 길어질 수 있는 실내 공간과 더욱 자세한 시승 소감은 아래의 두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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