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느님 제쳤다…요즘 한국 사람들이 가장 열광한다는 '국민 음식' 정체

2025-03-0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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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식탁에서 가장 사랑받은 음식은?
국민 1인당 소비량 평균 30kg 육박하는 음식 정체

지난해 한국인의 식탁에서 가장 사랑받은 육류가 드러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하 농경연)의 '농업전망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대한민국 국민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평균 30kg에 달했다. 이는 전년 소비량(29.6kg)보다 1.4% 증가한 수치로, 2019~2023년 평년 소비량(28.1kg)과 비교하면 무려 6.8%나 늘어난 양이다.

2025 삼겹살데이 현장 특판 '대한민국 원PIG! 한돈'행사장에서 시민들이 구매를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  / 연합뉴스
2025 삼겹살데이 현장 특판 '대한민국 원PIG! 한돈'행사장에서 시민들이 구매를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 / 연합뉴스

특히 주목할 점은 돼지고기 소비량이 닭고기(15.2kg)와 소고기(14.9kg) 소비량의 약 두 배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치느님'이라 불리는 닭고기(치킨)의 인기를 뛰어넘은 셈이다. 국민 식량으로 여겨지는 쌀 소비량(55.8kg)과 비교해도 절반 이상의 수준으로, 한국인의 식탁에서 돼지고기가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육류, 압도적 1위는?

소비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돼지고기의 인기는 확실히 드러났다. 농경연이 지난해 12월 16~22일 소비자 패널 5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가정에서 먹을 때 가장 선호하는 육류로 돼지고기를 꼽은 응답자 비중이 63.2%로 압도적이었다. 2위인 소고기(21.1%)와 큰 차이를 보였으며, 닭고기(14.7%), 오리고기(1.0%) 순으로 나타났다.

조리 방식에 있어서는 구이류가 62.6%로, 요리류(37.4%)보다 더 선호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한국인의 고기 소비 문화에서 구워 먹는 방식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보여준다.

돼지고기 부위별 선호도에서는 삼겹살이 단연 돋보였다. 가장 선호하는 돼지고기 부위를 묻는 질문에 삼겹살이라고 답한 비중이 60.0%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이어서 목심(24.5%), 갈비(7.8%), 앞다릿살·뒷다릿살(4.4%)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지난해 삼겹살 가격은 소폭 하락했다. 2024년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부위별 식육포장가격상 삼겹살은 kg당 1만 7470원으로 전년보다 1.1% 내렸다. 국내산 삼겹살 소매가격도 100g당 2500원으로 1.3% 하락했다.

농경연은 2025년 돼지고기 생산량이 지난해와 비슷한 113만 톤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올해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kg당 5100~5300원으로 지난해(5239원)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참고로 지난해 돼지고기 자급률은 72.0%였다.

한편, 지난 3일은 축산업협동조합이 정한 '삼겹살데이'였다. 이날을 맞아 유통업체들은 일제히 삼겹살 등 돼지고기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축산업협동조합은 양돈농가의 소득을 늘리기 위해 날짜에 3이 겹친다는 점에서 착안해 매년 3월 3일을 삼겹살데이로 지정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해오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관계자가 돼지고기를 진열하는 모습 / 뉴스1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관계자가 돼지고기를 진열하는 모습 / 뉴스1

돼지고기 효능과 건강한 조리법은?

삼겹살이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살코기에 비계가 적당히 붙어 육질이 부드럽고 맛이 고소하기 때문이다. 비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있지만, 적정량 섭취 시 긍정적인 효능도 있다. 돼지비계에는 비타민F라고 불리는 알파-리눌렌산과 리눌렌산이 풍부하다. 이는 두뇌 신경 조직을 구성하는 불포화지방산으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모발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한다.

또 삼겹살에는 피로 해소와 혈액 순환을 돕는 비타민B군인 비타민B1(티아민), B2(리보플라빈), B3(니아신) 등도 함유되어 있어 에너지 대사와 신경계 건강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과도한 섭취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돼지기름의 약 57%는 불포화지방산이지만, 약 38%는 포화지방산이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 고혈압 등의 혈관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전문가들은 비계가 많은 삼겹살은 1주일에 1~2회 이하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양이 부족하다면 안심, 등심, 뒷다리살 등 지방이 적은 부위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돼지고기는 조리법에 신경 쓰면 더 건강하게 먹을 수 있다. 건강 전문가들은 직화구이와 탄 삼겹살은 피하라고 조언한다. 고기가 직접적으로 불꽃에 닿으면 발암물질인 PAHs(다환방향족탄화수소) 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여성들의 자궁질환, 생리통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심하게 탄 고기 역시 식도 점막 세포를 자극해 식도암 발병 위험을 키우고, 발암물질인 HCAs(헤테로사이클릭아민) 등에 노출될 위험을 높인다. 특히 HCAs는 센 불에 고기를 구울 때 잘 발생하며, 250도 이상의 고온에서 조리할 때 생성되는 PhlP(아미노이미다졸피디린) 물질은 신장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 부분을 제거하고 먹으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 PAHs는 피어오르는 연기와 탄 부분을 제거한 고기에도 남아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유해 물질로부터 안전해지려면 고온 조리법을 피하고, 숯불보다 프라이팬을 이용해 가급적 낮은 온도에서 구워 먹는 것이 좋다. 삶아 먹거나 수비드 조리법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수비드는 저온의 물로 오랫동안 데우는 요리 기법이다.

양파·마늘이 들어있는 향신료나 허브·올리브 잎·녹차 등 황산화물이 들어있는 소스로 고기를 재워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로즈마리·오레가노·바질 같은 허브로 즙을 낸 뒤 레몬즙이나 와인, 식초와 섞어 만든 양념장을 고기에 발라 구워 먹으면, 몸속에서 발암물질인 엔니트로소 화합물이 생성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

고기를 깻잎에 싸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깻잎 속 베타카로틴 성분이 고기를 태울 때 발생하는 발암물질을 상쇄해 위험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돼지고기, 특히 삼겹살에 대한 한국인의 사랑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건강을 고려한 적절한 섭취와, 더욱 안전한 조리법을 통해 삼겹살을 즐긴다면, '국민 먹거리'로서의 위상은 더욱 굳건해질 것으로 보인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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