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인기 최악인데…중국선 '에르메스'로 불리며 명품 대접받는 '뜻밖의' 과일
2025-03-0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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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 논란을 뚫고, 중국에서 명품 과일로 급부상
커피 농장을 밀어내는 두리안의 놀라운 경제 가치
한국에서는 인기가 전혀 없지만, 중국에서는 명품 과일로 대접받으며 '과일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두리안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독특한 과일은 강렬한 냄새 때문에 한국에서는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 못하지만, 중국에서는 고급 과일로 각광받으며 폭발적인 수요 증가를 보이고 있다.
두리안은 특유의 강한 향으로 인해 '악마의 과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흔히 '하수구 냄새' '썩은 양파 냄새' 등으로 불리며 기피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동남아시아에서는 오랫동안 '과일의 황제'로 불리며 사랑받아 왔다. 특히 중국에서는 두리안이 단순한 과일을 넘어 부와 성공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내 두리안 인기는 급격히 상승했다. 중국의 두리안 수입액은 2019년 16억 달러에서 2022년 40억 달러, 2023년에는 67억 달러로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산 두리안이 중국 시장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며 가격이 급등했다.
두리안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단순한 수요 증가 때문만이 아니다. 중국에서는 두리안을 고급 선물로 활용하는 문화가 퍼지면서 프리미엄 이미지가 형성됐다. 중국 소비자들은 일반적인 두리안이 아닌 '무상 킹(Musang King)' 품종과 같은 최상급 두리안을 선호하며, 이들은 개당 10만 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수요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중국 내 두리안 열풍은 글로벌 농업 시장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두리안의 높은 수익성 때문에 베트남 농가들은 기존 커피 농장을 없애고 두리안을 재배하는 추세로 전환하고 있다. 베트남은 세계 2위 커피 생산국이자 최대 로부스타 원두 생산국이지만, 두리안의 수익성이 커피보다 5배 이상 높다는 점 때문에 농가들은 원두 대신 두리안을 선택하고 있다.
기후 변화도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했다. 브라질과 베트남은 최근 극심한 기상 이변으로 인해 커피 생산량이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원두 가격이 치솟았다. 베트남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기회로 삼아 더 안정적이고 수익성이 높은 두리안 농사로 전환하는 농가가 급증했다. 결국 커피 생산량 감소는 글로벌 커피 가격 상승을 불러오면서 커피 애호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두리안은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이제 동남아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고급 수출 품목'이 됐다.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정부는 두리안을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으로 삼고 대규모 재배 면적을 확보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정글을 밀어버리고 두리안 농장을 조성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중국의 폭발적인 두리안 수요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지, 글로벌 농업과 식품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서양인들이 기피했던 과일이 이제 중국에서 명품 과일로 자리 잡으며 세계 농업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
과연 두리안의 인기는 계속될까, 아니면 또 다른 트렌드가 이를 대체할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이 독특한 과일이 이제 단순한 과일을 넘어 글로벌 경제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