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법원에 신청한 지 11시간 만에... 이례적인 결정
2025-03-0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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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왜 회생절차 신청했나

홈플러스가 4일부터 회생절차를 밟는다.
홈플러스는 이날 오전 12시 30분쯤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해 약 11시간 만인 오전 11시 3분쯤 회생 개시 결정을 받았다. 통상 수일에서 수주가 걸리는 절차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진행됐다.
홈플러스는 아직 지급 불능 상태는 아니지만 지난달 기업어음 및 단기사채 신용등급이 하락하며 대출 등 금융 조달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법원은 현시점에서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홈플러스 역시 "현재 대금 지급에는 문제가 없지만, 신용등급 하락으로 운영자금 대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대금 미지급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홈플러스의 재무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다는 점도 고려했다. 홈플러스는 4조 7000억 원 규모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리파이낸싱을 통해 1조 원의 유동부채를 상환했다. 또한 회생절차 개시 후에도 상거래 채무 변제, 임직원 급여 지급 등은 정상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법원은 "홈플러스의 규모와 거래량을 고려해 선제적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관리인을 선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업회생절차는 보통 자본잠식 상태에서 상환 불능에 처한 기업이 마지막 수단으로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사전 대비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회생을 신청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에비타(EBITDA)와 현금 흐름이 모두 긍정적이며, 회생이 가능하다고 보고 신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도 이를 인정해 현 경영진 체제 유지를 결정했다.
홈플러스의 모회사 MBK파트너스는 2015년 7조 2000억 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하며 5조 원을 차입금으로 조달했다. 이후 점포 매각 등을 통해 부채를 줄여왔으나, 내수 경기 침체와 유통업 경쟁 심화로 유동성 악화가 가속화됐다. 신용평가사들은 홈플러스의 이익 창출력 약화와 높은 부채 부담을 신용등급 강등의 주요 이유로 들었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개시로 금융채권 상환 부담이 줄어들면서 현금수지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유통업 특성상 매출 대부분이 현금으로 이뤄져 있어 단기적으로 1000억 원 이상의 현금 유입이 예상된다. 하지만 노동조합과 협력업체들은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조합원과 가족 약 2만 명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며 투명한 정보 공개를 회사에 촉구했다.
MBK파트너스는 "현 상황에서 홈플러스 임직원과 상거래처의 이익 보호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회생절차 신청이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최선의 조치라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