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화 훔쳤다' 억지에…펜디, 한국 장인과 콜라보한 가방 결국 삭제
2025-03-04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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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덕 교수, 항의 메일 발송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가 한국 전통 매듭 장인과 협업한 핸드백을 공개한 후, 중국 네티즌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해당 제품을 홈페이지와 SNS에서 삭제했다.

펜디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13호 김은영 매듭 장인과 협업해 1997년 디자인된 ‘바게트 백’에 한국 전통 매듭을 적용해 예술 작품으로 재해석했다.
그러나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네티즌들은 이 제품이 한국의 장인 정신과 관련이 있다는 펜디의 홍보자료에 반발하며 ‘중국 문화를 도용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후 펜디는 인스타그램에서 해당 홍보 콘텐츠를 삭제했고, 공식 웹사이트에서도 관련 제품이 사라졌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은 상태다.
◈ 서경덕 교수, 펜디에 항의 메일 발송

이에 대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펜디 측에 항의 메일을 보내 "협업 제품을 삭제한 것은 중국 네티즌들의 억지 주장에 굴복한 것"이라며, "한·중·일 매듭은 분명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4일 자신의 SNS를 통해 “펜디 측에 항의 메일을 보내 ‘이른 시일 내에 삭제된 게시물을 다시 올릴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 매듭은 다양한 색상과 화려한 장식이 특징인 반면, 한국 전통 매듭은 단색 끈목을 활용해 모양을 맺고 술을 달아 비례미와 율동미를 강조한다”는 설명을 함께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 펜디의 ‘핸드 인 핸드’ 캠페인과 논란

이번 논란이 불거진 제품은 펜디가 ‘핸드 인 핸드(Hand in Hand)’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해 11월 공개한 한정판 ‘바게트 백’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전 세계 장인들과 협업해 특별한 가방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펜디는 이 프로젝트에서 김은영 장인과 협업해 한국 고유의 매듭 기법을 활용한 가죽 백을 선보였다. 그러나 중국 네티즌들은 해당 제품이 중국 전통 공예 기법을 도용한 것이라 주장했고,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매듭은 당나라와 송나라의 민속 예술에서 비롯돼 명나라와 청나라 시기에 인기를 끌었다”며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었다.
◈ 김은영 장인의 매듭 예술과 업적
김은영 장인은 이화여대에서 생활미술을 전공했으며, 중요무형문화재 제22호 김희진 선생에게 사사하며 1966년부터 전통 매듭을 제작해왔다.
1996년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3호 명예매듭장으로 지정된 그는 로마, 파리, 교토 등 세계 주요 도시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개최하며 한국 전통 매듭을 알리는 데 힘썼다. 또한, 일제강점기 사비를 들여 한국 문화재를 보존한 간송 전형필 선생의 며느리이자 시인 김광균의 딸이기도 하다.
이번 사태를 두고 한국 네티즌들은 "한국 장인과 협업한 제품을 중국 네티즌들의 항의로 삭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며 펜디의 대응을 비판하고 있다. 반면, 펜디가 향후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