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사람 아니면 처음 접할 수도... 이름과 생김새가 꼭 닮은 특별한 한국 해산물
2025-03-0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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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게 생겼는데 천국의 맛... 3월이 제철이라는 한국 해산물

3월엔 특별한 게가 식탁을 노크한다. 바로 왕밤송이게다. 수산물 전문가 김지민 씨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3월 한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맛있는 바닷게를 구매해서 먹는 방법’이란 제목의 영상을 올려 소개한 왕밤송이게는 녹진한 내장과 달큰한 살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흔히 털게로 오해받지만 그보다 따뜻한 남해안에서 자란 독특한 매력의 게다. 왕밤송이게의 모든 것을 파헤쳐본다.
왕밤송이게는 이름처럼 밤송이를 닮았다. 둥글고 촘촘한 털로 덮여 있다. 경남 지역에서는 ‘썸벙게’나 ‘털게’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김 씨는 “부산, 창원, 마산 지역에서는 주로 썸벙게라고 부르고, 털게로도 불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털게와 왕밤송이게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털게는 주로 강원도나 러시아, 일본 홋카이도 같은 차가운 수역에서 잡히고, 왕밤송이게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남해안에서 서식한다. 털게가 더 크고 맛이 진하다고 평가받지만 가격이 그만큼 비싸다고 김 씨는 밝혔다.
왕밤송이게는 한국에서는 주로 경상남도 연안에서 많이 잡힌다. 김지민은 “경상남도 일대에 거의 집중돼 있고, 포항이나 울산에서도 볼 수 있지만 주산지는 부산, 거제, 창원, 마산”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거제 고현시장, 부산 다대어시장, 마산어시장, 진해 용원어시장, 통영 중앙시장, 삼천포 영궁어시장을 주요 판매처로 꼽았다. 다만 이들 지역에서도 매일 입고되진 않는다고 했다. “자연산만 있기 때문에 어획량에 따라 달라진다”는 게 김 씨 설명이다. 한국 외에는 일본 남부 해역에서도 일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상업적 어업은 한국 남해안이 중심이다. 남해안에서 12월부터 이듬해 4월 사이에 출현하며, 여름철 수온이 20℃ 이상이 되면 모래 속으로 파고들어 여름잠을 잔다.
구매 방법과 가격도 중요한 정보다. 김 씨는 현지 시장 외에 온라인 구매를 추천하며 “현재 1kg당 6만 원에서 7만 원 사이”라고 전했다. 그는 3년 전 리뷰 당시엔 4만 원대 중반이었지만 물가가 올라 가격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크기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고도 했다. 중자는 1kg당 5, 6마리로 약 5만 2000원, 대자는 5, 6마리로 6만 원, 특대는 3, 4마리로 6만 9000원에서 7만 원 수준이다. 온라인 배송 시 주의점도 언급했다. “활게로 배송되지만 하루에서 이틀 걸리기에 죽어서 온다”며 “수분 감량이 10~15% 있을 수 있고 토사물이 묻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암컷만 골라 배송하진 않으니 암수 랜덤으로 온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철과 고르는 법은 왕밤송이게를 즐기려면 꼭 알아야 할 부분이다. 김지민에 따르면 제철은 넓게 보면 12월부터 5월까지지만, 가장 살이 차고 맛있는 시기는 3월에서 5월 사이다. “3월에서 5월이 살이 찌고 암컷은 난소가 발달하는 시기”라며 “1~2월에 탈피를 마치고 20일 정도 지나면 살이 붙기 시작한다”고 했다. 수컷은 살이 많고, 암컷은 생식소가 풍부해진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안전하게 튼실한 왕밤송이게를 먹으려면 3월부터 4월이 가장 좋다”며 “2월 중순부터 탈피 시기를 체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탈피와 산란 시기는 해마다 수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판매처에 알과 살 찜 여부를 확인하라고 덧붙였다.
김 씨는 크기가 큰 게 좋고 색깔이 짙은 밤색이나 흑갈색인 걸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리가 한두 개 떨어진 건 괜찮지만 균열이나 상처가 많거나 색이 변질된 건 피하라고 당부했다.
요리법은 왕밤송이게의 맛을 극대화하는 핵심이다. 김 씨는 현지에서 주로 찜으로 먹는다고 소개하며 “꽃게처럼 탕이나 찌개로도 많이 먹는다”고 했다. 찜으론 큰 걸 추천하고 탕이나 찌개로는 작은 거나 떨어진 다리로 해도 국물이 잘 우러난다고 전했다. 특히 암컷의 생식소는 “굉장히 녹진하고, 찌고 나면 수분이 날아가 구수한 맛이 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컷과 암컷 모두 누런 내장에서 엄청나게 고소하고 녹진한 맛이 난다면서 밥에 비비거나 살에 찍는 소스로 활용하기 좋다고 했다. 그는 북해도 털게처럼 솥밥으로 지어 내장을 소스처럼 얹으면 맛있다고 추천했다. 또 살을 발라 내장과 생식소로 덮은 ‘게 플래터’, 일본식 계란찜, 된장국도 별미로 소개했다. 김 씨는 “왕밤송이게 정식을 차려 먹으면 3~4월 초봄에 잊지 못할 별미가 된다”고 말했다.
맛은 왕밤송이게의 가장 큰 장점이다. 김 씨는 “녹진하고 진한 내장의 맛을 느끼고 싶을 때 딱”이라며 킹크랩보다 저렴하면서도 내장이 더 풍부하다고 했다. “킹크랩은 비싸고 내장이 그렇게 맛있다는 느낌이 덜한데 왕밤송이게는 더 녹진한 내장 맛을 준다”는 설명이다.
왕밤송이게는 가격 대비 뛰어난 맛 덕분에 봄철 바닷게 중 으뜸으로 꼽힌다. 김 씨는 털게가 더 맛있다고 볼 수 있지만 비싸다고 지적하며 왕밤송이게가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털게는 1kg당 10만 원이 넘고, 러시아산도 7만원에서 8만 원대였던 지난해 12월이 저렴한 시기였다고 했다. 반면 왕밤송이게는 6만원에서 7만 원대로 접근성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