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포토] 궁예도 조인성도 거쳐갔다... 겨울 끝자락 철원의 명소 BEST 5
2025-03-04 12:25
add remove print link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철원의 숨은 명소 탐방
강원 철원군은 6·25 전쟁 당시 남과 북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던 곳으로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역사책을 펼쳐 보면 후삼국시대 궁예가 천도하여 한반도 통일을 꿈꿨던 역사적 도시이자, 오늘날에는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관광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겨울을 떠나보내고 봄을 맞이하는 3월, 철원의 숨은 절경을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철원 노동당사는 북한 노동당이 1946년 철원과 그 인근 지역을 관장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지역 주민들의 노동력과 자금을 강제로 동원해 건설됐으며, 공산 치하 5년 동안 철원, 김화, 평강, 포천 일대를 관장하며 양민을 수탈하고 애국인사들을 고문, 학살하며 사상을 억압하는 장소로 활용됐다.

6.25 전쟁으로 인해 철원의 모든 건물이 파괴됐지만, 철근 구조에 벽돌과 시멘트로 쌓아 견고하게 지어진 노동당사는 현재까지 남아 있다. 지상 3층의 러시아식 건물로, 현재는 뼈대만 남아 분단과 전쟁의 상흔을 증언하는 역사의 현장이 됐다.

특히 건물 뒤쪽 1층 벽체는 허물어져 커다란 구멍이 생겼고,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철제 기둥으로 받쳐 놓은 상태다. 노동당사는 방송매체에도 종종 등장해 분단의 아픔을 조명했다. 댄스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은 1994년 ‘발해를 꿈꾸며’ 뮤직비디오를 이곳에서 촬영했으며, 2019년 MBC 예능 ‘선을 넘는 녀석들-한반도 편’에서도 노동당사가 조명됐다.

노동당사 인근에는 철원역사문화공원이 조성돼 있다. 이곳은 과거 번성했던 철원읍 시가지를 축소판으로 재현한 곳으로, 옛 철원 시가지 건물들을 당시 사진을 토대로 복원했다. 중앙거리를 따라 기념품 가게와 문화상점, 복고풍 다방이 들어서 있어 옛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 곳은 역사 전시체험관과 근대 문화거리로 나뉘어 있으며, 주말에는 야외 공연도 펼쳐져 볼거리가 풍성하다. 철원역사문화공원은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어려워 자가용을 이용해야 하지만, 입장료와 주차비가 무료라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 특히 공원 내 철원역에서는 소이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모노레일을 운영하는데, 이 모노레일을 이용하면 철원평야의 드넓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철원에서는 한탄강의 자연경관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철원 한탄강 물윗길'도 이달 말까지 운영된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된 이곳은 강 위에 설치된 부교를 따라 걸으며 협곡의 기암괴석과 수직 절벽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는 트래킹 코스다.

총길이 8.5㎞에 이르는 이 코스는 인공 구조물을 최소화해 자연 속을 걷는 느낌을 극대화했다. 계절마다 색다른 풍경을 선사하며, 특히 용암이 굳어 형성된 주상절리 지형은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직접 경험하게 한다. 또한 철원의 대표 관광지인 송대소, 고석정, 순담계곡, 직탕폭포, 횃불 전망대, 은하수교 등이 코스에 포함돼 있어 알찬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이 구간은 매해 10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운영돼 겨울철 한탄강의 색다른 매력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철원의 또 다른 명소인 승일교는 ‘한국의 콰이강의 다리’로 불린다. 길이 120m, 높이 35m, 너비 8m의 이 콘크리트 다리는 1948년 북한이 공사를 시작했으나, 6.25 전쟁으로 중단됐다가 휴전 후 1958년 12월 한국 정부에 의해 완공됐다. 결과적으로 기초 공사와 교각 공사는 북한이, 상판 공사와 마무리는 한국이 맡아 시공자와 완성자가 다른 남북합작 다리인 셈이다.

시공자와 완성자가 다른 까닭에 양쪽의 아치모양 또한 약간 다른데, 북한이 먼저 지은 다리는 둥근 형태이고, 한국이 마무리한 다리는 둥근 네모 형태로 차이가 있다. 승일교 아래에는 겨울철 웅장한 빙벽이 형성돼 방문객들에게 장관을 선사한다. 방문객들은 다리 아래에서 사진을 찍으며 빙벽과 다리의 조화로운 풍경을 담으려 분주한 모습을 보인다.

한탄강변에 위치한 고석정도 빼놓을 수 없다. 철원 9경 중 하나로, 신라 진평왕 시기(610년)에 처음 세워졌다고 전해진다. 조선 명종 때는 의적 임꺽정이 정자 건너편에 석성을 쌓고 웅거했던 장소로도 유명하다.

현재의 누각은 1971년 복원됐으며, 1989년 개축 정비됐다. 정자 맞은편에 위치한 10m 높이의 거대한 기암봉에는 임꺽정이 은신했다는 자연동굴이 남아 있고, 건너편 산 정상에는 석성이 자리 잡고 있다.
고석정 인근에서는 고석정과 양합수지점을 오가는 통통배가 운행된다. 운영 시간은 일출 30분 전부터 일몰 30분 후까지이며, 동절기에는 운행하지 않는다. 요금은 대인 1인당 6600원, 소인 1인당 3300원이다.

고석정은 특유의 비경으로 인해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사랑받았다.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MBC 드라마 ‘선덕여왕’ 등의 촬영지로 활용됐으며, 조인성·송혜교 주연의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1화에서는 겨울철 흰 눈이 내려앉은 고석정의 모습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