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직원들의 경악스러운 자녀·친인척 채용 비리

2025-03-0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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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근무연으로 얽힌 그들... 부정 채용법 매뉴얼로 만들어 공유하기까지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 뉴스1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 뉴스1
선거관리위원회 고위직 자녀·친인척 채용 비리가 모두 지연과 근무연(함께 근무한 인연)을 악용해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고 조선일보가 4일 인터넷판으로 보도했다.

조선일보가 전한 감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감사원 고위직들이 연고지 선관위에서 쌓은 인맥을 동원해 자녀와 친척의 채용을 부탁하거나 지시했고 후배 직원들이 이에 맞춰줬다. 이런 식으로 얽힌 선관위 직원들은 외부 감시를 피해 서류를 조작하거나 문서를 없애는 식으로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이들은 서로 "너도 공범이다"라고 말하며 한통속 의식을 다지는가 하면 일부는 부정 채용 방법을 '매뉴얼'처럼 정리해 공유했다.

감사원 자료를 보면 광주 출신인 박찬진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그곳 선관위에서 공직을 시작해 관리과장을 지냈고 나중에 사무총장까지 올랐다. 박 전 총장이 사무차장이던 2022년 1월 전남선관위가 경력직 채용을 공고했고 광주 남구청 공무원인 박 전 총장 딸이 지원했다. 전남선관위는 면접위원들에게 점수란을 빈 채로 제출하게 한 뒤 박 전 총장 딸 등 내정자가 합격하도록 점수를 채웠다.

전남선관위 직원들은 이 방법을 "★서류전형+면접 팁.txt"라는 파일로 만들어 공유했는데 감사원이 들이닥치자 문제 부분을 다른 내용으로 덮었다. 그러곤 서로 "너도 이 파일 고쳤으니 공범이다"라고 했다.

김세환 전 사무총장은 인천 강화군청 공무원으로 시작해 강화군선관위로 옮겼고 이후 인천선관위 관리과장을 거쳤다. 김 전 총장이 사무차장이던 2019년 10월 중앙선관위는 인천선관위에 불필요한 경력직 채용을 지시했고 김 전 총장 아들이 지원했다. 아들은 강화군청 출신으로 김 전 총장과 경력이 겹쳤다. 인천선관위는 면접위원을 김 전 총장과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로만 채워 아들을 강화군선관위에 뽑았고 '5년 이동 금지' 조건을 1년도 안 돼 풀어 인천선관위로 옮기게 했다.

충남 태안 출신인 송봉섭 전 사무차장은 2018년 충북선관위가 경력직을 뽑을 때 착하고 성실하다며 충남 보령시청에 있던 딸을 전화로 추천했다. 충북선관위는 송 전 차장 딸만을 위한 '비다수 경쟁 채용'을 진행했다.

서울선관위는 신모 전 서울선관위 상임위원의 아들인 안성시 공무원을 자격 미달인데도 채용했다. 경남선관위는 총무과장이던 김모 부이사관 딸을 의령군 공무원에서 경남선관위로 뽑으려고 면접 점수를 손봤다.

경기선관위는 2022년 과천시선관위 사무과장을 지내다 퇴직한 A 씨 사위를 자격이 안 되는데도 뽑았다. 중앙선관위 과장 B 씨 조카는 광주 동구 선관위 사무국장이던 B 씨의 인맥을 통해 전남선관위에 들어갔다. 충북선관위와 경북선관위도 청주시선관위 국장 자녀와 전 경북선관위 서기관 자녀를 뽑기 위해 부정을 저질렀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런 부정은 언론에 터지기 전 이미 내부 고발로 중앙선관위에 접수됐지만 인사 담당자들은 상관이나 지인이 연루됐다는 이유로 조사를 덮었다.

감사원은 2023년 6월 선관위 인사 비리 감사를 시작해 자녀 채용에서 대부분 비리를 잡았다. 하지만 사무총장과 차장 등 고위직들은 "전화는 했지만 청탁은 안 했다"고 부인했고 직원들도 청탁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감사원이 지난해 4월 중간 발표로 비리를 공개하고 검찰에 넘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지역 선관위 직원들이 고위직의 구체적인 청탁과 지시를 감사원에 털어놨다. 감사원 관계자는 직원들이 죄를 혼자 뒤집을 상황이 되자 선배들의 잘못을 증언했다고 밝혔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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