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통장에 11경8500조원 송금해 '발칵' 뒤집혔다…아찔한 실수 저지른 은행
2025-03-0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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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분만에 오류 발견
시티그룹이 고객 계좌에 280달러(약 41만 원)를 입금하려다 실수로 81조 달러(약 11경 8503조 원)를 송금할 뻔한 사건이 뒤늦게 밝혀졌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시티그룹 직원 두 명이 지난해 4월 해당 실수를 저질렀다.
한 명은 결제를 담당했고, 다른 한 명은 거래를 담당했으나 두 사람 모두 실수를 인지하지 못했다. 이 거래는 다음 영업일이 시작되면서 승인 절차를 거쳐 처리될 예정이었다.
다행히 결제가 승인된 지 90분 만에 또 다른 직원이 오류를 발견하며 거래가 즉시 취소됐다. 은행 측은 문제를 조기에 발견해 자금을 회수한 덕분에 실제 손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시티그룹은 이 사고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및 통화감독청(OCC)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티그룹 측은 "내부 통제 시스템이 입력 오류를 신속하게 감지해 송금을 취소했다"며 "이 사건이 은행이나 고객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주지는 않았지만, 업무 프로세스 자동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티그룹의 송금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에는 화장품 기업 레브론의 채권단에 800만 달러(약 117억 원) 상당의 이자를 송금하려다가 실수로 9억 달러(약 1조 3167억 원)를 보내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일부 채권단이 반환을 거부하면서 은행은 2년간 법적 소송을 벌여야 했다. 이 사고의 여파로 당시 최고경영자(CEO)였던 마이클 코벳이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시티그룹에서 10억 달러(약 1조 4630억 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뻔한 사례는 1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의 13건보다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이러한 사고가 반복되면서 지난해 7월 시티그룹은 내부 시스템 개선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1억 3600만 달러(약 1990억 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2020년에는 데이터 관리 및 위험 통제 미흡으로 4억 달러(약 5852억 원)의 벌금을 납부해야 했다.
이 같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금융권에서는 시티그룹의 내부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