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서 탄생한 '비상 식량'인데…이제는 한국인의 밥상을 지배하는 국민 반찬
2025-03-0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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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반찬, 알고보니 전쟁터에서 먹던 음식
한국인의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대표적인 반찬이 있다.

바로 스팸(Spam)이다. 짭짤하고 감칠맛 나는 이 햄 통조림은 어느새 한국 밥상의 필수템이 됐다. 하지만 원래 스팸은 한국 음식이 아니었다. 전쟁터에서 태어나, 지금은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반찬이 된 스팸의 놀라운 여정을 살펴보자.
◈ 스팸의 시작은 전쟁터? 미국에서 탄생한 ‘생존 음식’

스팸의 탄생지는 한국이 아닌 미국이다. 1937년, 미국의 식품회사 호멜(Hormel)이 개발한 햄 통조림이 바로 스팸의 시작이다. 당시 미국은 대공황 시기로, 고기 가격이 비싸고 보관도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돼지고기와 감미료, 방부제를 넣어 만든 것이 바로 스팸이었다.
하지만 스팸이 진짜 유명해진 계기는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전쟁 중 미군은 부패하지 않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식량이 필요했다. 냉장 보관 없이도 장기간 유통이 가능했던 스팸은 군인들에게 지급되었고, 미군이 가는 곳마다 스팸이 퍼져나갔다.
◈한국 전쟁이 스팸을 가져왔다. ‘생존 음식’에서 ‘국민 반찬’으로

한국과 스팸의 인연은 1950년 한국전쟁을 계기로 시작됐다. 전쟁 당시 미국은 한국에 많은 군수 물자를 지원했는데, 스팸도 그중 하나였다. 미군이 먹고 남긴 스팸이 자연스럽게 한국에 퍼졌고, 고기가 귀하던 시절 스팸은 최고의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전쟁 직후 한국인들은 부대찌개, 계란볶음밥, 김치찌개 등에 스팸을 넣어 요리하기 시작했다. 특히 ‘부대찌개’는 미군이 버린 햄과 소시지를 활용해 만든 음식으로, 스팸 없이는 상상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한국 요리가 됐다.
◈ 지금은 명절 선물세트로까지… 한국에서 더 인기 있는 스팸

놀랍게도, 지금 스팸의 최대 소비국 중 하나가 한국이다.
한국에서는 스팸이 단순한 반찬이 아니라, 명절 선물세트로도 자리 잡았다. 설날이나 추석이 되면 스팸과 식용유, 참치 등이 포함된 선물세트가 필수템으로 자리 잡으며, “스팸 선물세트 받으면 성공한 명절”이라는 농담까지 생길 정도다.
실제로 한국에서 스팸의 인기는 미국보다 더 높다. 2023년 기준, 한국에서만 연간 1억 개 이상의 스팸이 판매되었으며, 이는 한국인 1인당 2개 이상을 소비하는 수준이다. 호멜(Hormel)도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CJ제일제당과 손잡고 ‘한국형 스팸’까지 출시했다.
한국에서는 스팸이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된다. 부대찌개는 물론 간단하게 구워 먹거나 볶음밥, 김밥에도 자주 등장하는 음식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스팸은 지금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국민 반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