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뭔일' KBS에서 시청률 안 나와 폐지됐는데…넷플릭스서 글로벌 1위 찍었다
2025-03-0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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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 “오픈하자마자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KBS에서 1%대 시청률로 종영한 예능이 넷플릭스에선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글로벌 1위까지 올랐다.

지난달 말 공개된 ‘도라이버’ 이야기다. 지난해 폐지된 KBS 예능 ‘홍김동전’의 출연진과 제작진이 다시 뭉쳐 만든 이 프로그램은, 방송사에서는 외면받았지만 OTT에서는 "제2의 무한도전"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TV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던 콘텐츠가 넷플릭스로 오자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면서, "KBS가 버린 예능을 넷플릭스가 입양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넷플릭스는 단순한 시즌제 예능을 넘어 TV 방송국이 하던 ‘주간 예능’까지 적극적으로 가져오며 본격적인 시장 장악에 나섰다.
◈ 넷플릭스, 주간 예능까지 흡수

넷플릭스는 이제 단순한 시즌제 예능이 아니라 주 5일 예능을 편성하며 기존 방송사의 방식까지 흡수하고 있다. 지난 22일부터 신작 예능 5편을 순차적으로 공개했다. TV 예능처럼 1년 동안 매주 새로운 에피소드가 방영되는 방식이다.
월요일에는 데프콘이 동호회 문화를 체험하는 ‘동미새: 동호회에 미친 새내기’, 수요일에는 추성훈이 MC로 데뷔한 토크쇼 ‘추라이 추라이’, 목요일에는 성시경과 마쓰시게 유타카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맛집을 탐방하는 ‘미친 맛집: 미식가 친구의 맛집’, 토요일에는 최강록 셰프와 유튜버 문상훈이 진행하는 요리 토크쇼 ‘주관식당’, 일요일에는 "구개념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도라이버’가 편성됐다.
◈ TV 예능과의 차별점, 새로운 실험

제작 방식도 기존 넷플릭스 예능과 차이를 보인다.
한 시즌 제작에 1년 이상 걸리고 대규모 예산이 투입됐던 기존 방식과 달리, 주간 예능은 회당 30분 내외로 가볍게 구성됐다. 제작비 역시 TV 예능 수준이거나 그보다 적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 측은 "빠르게 변하는 시청 트렌드를 반영해 다양한 취향의 시청자를 만족시키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가장 주목받는 건 일요 예능 ‘도라이버’다.

KBS에서 1%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지만, 넷플릭스에서는 공개 직후 인기 차트 1위에 오르며 반응이 극적으로 바뀌었다.
박인석 PD는 KBS 퇴사 후 넷플릭스에 8회짜리 시즌제 예능을 기획안으로 제출했으나, 오히려 주간 예능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제작하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기존 70~80분이었던 방송 시간이 20~30분으로 줄어들면서 제작진 규모도 축소됐다.
박 PD는 "젊고 유연한 플랫폼이라 출연진이 보다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기존 방송사에서는 시청률과 광고주의 눈치를 봐야 하지만, 넷플릭스에서는 크리에이티브를 더욱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점도 중요한 변화로 꼽힌다.
넷플릭스의 이번 실험은 단순히 콘텐츠 확장이 아니라, 구독자 이탈을 막고 체류 시간을 늘리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2022년 광고 요금제를 도입하며 본격적으로 광고 시장에 진입한 넷플릭스는, 시청 시간이 늘어날수록 광고 매출이 증가하는 구조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넷플릭스 광고 요금제 가입자는 전 분기 대비 30% 증가했으며, 신규 가입자의 55% 이상이 광고 요금제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TV 예능처럼 매주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면, 이용자들이 넷플릭스를 자주 방문하게 되고 결국 더 많은 광고 노출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단순한 시즌제 콘텐츠로는 커버할 수 없는 부분을, 주간 예능이라는 새로운 포맷으로 보완하려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 OTT vs. 방송사, 이제 경쟁 구도도 바뀐다
넷플릭스가 TV 예능까지 본격적으로 제작하면서 기존 방송국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주요 경쟁 상대는 기존 방송사가 아니라 유튜브라는 분석도 있다.
‘주관식당’은 김태호 전 MBC PD가 설립한 제작사 TEO, ‘미친 맛집’은 tvN 출신 PD들이 세운 제작사 스튜디오 모닥에서 제작했다. ‘동미새’는 JTBC 출신으로 ‘솔로지옥’을 성공시킨 김재원 PD와 박수지 PD가 연출을 맡았다. 대다수의 제작진이 기존 방송사 출신이지만, 콘텐츠 포맷은 유튜브식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번 예능들을 ‘밥 친구 예능(밥 먹으면서 보기 좋은 예능)’이라는 유튜브형 포맷으로 홍보하며 유튜브와의 직접적인 경쟁을 시도하고 있다.

문상훈, 성시경, 추성훈 등 유튜브에서 영향력이 큰 출연진을 적극 활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방송사 예능 PD는 "OTT 침투로 인한 방송의 위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다"며 "TV와 OTT의 시청층이 분리된 만큼 방송사 입장에서 크게 위협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넷플릭스 드라마가 제작비와 출연료 상승을 불러온 것처럼, 예능 시장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는 한때 영화와 드라마 시장을 장악했던 것처럼, 이제 예능 시장까지 본격적으로 흔들고 있다. 과거 방송사에서 실패했던 예능이 넷플릭스에서 글로벌 1위를 기록하는 상황은, 앞으로 방송과 OTT의 경계를 더욱 허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TV에서 외면받았던 콘텐츠가 OTT에서 성공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넷플릭스의 주간 예능이 기존 예능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방송국과의 경쟁이 아닌 유튜브와의 전면전으로 가는 모양새다. 결국 넷플릭스는 단순한 콘텐츠 제공자가 아니라, 미디어 생태계를 흔드는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크다.